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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혜 Dec 27. 2024

엄마, 정서적 허기를 채워줘

-나도 엄마딸이야

       

음식 맛이 어떠냐?” 음식 준비하느라 분주한 엄마는

내게 편히 안길 틈을 주지 않는다.



좋은 일이 생기면, 제일 먼저 엄마가 떠 오른다.

또 힘든 일이 생겨도 엄마가 제일 먼저 떠 오른다.

엄마 품에 안겨 고달픈 마음을 달래고 싶은 어린아이 같은 마음은

오십이 넘어도 변함이 없는 것 같다.           



내가 엄마를 찾아가 바랬던 건, 환한 웃음으로 나를 맞아주는 엄마였다.

그리고 삶에 지친 내 곁에 머물러 주면, 충전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마치 방전된 핸드폰처럼 말이다.           



이런 내 마음도 모르고, 엄마는 음식 준비하느라 너무 분주한 모습이다.

도대체 안길 틈을 주지 않는다. 엄마는 내 속도 모르고 묻는다.          


음식 맛이 어떠냐?”               


기대에 가득 찬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나는 못 들은 척, 차라리 외면해 버린다.

때론, 하루 전부터 음식을 준비하는 데 지쳐서 만신창이가 된 모습으로 나를 맞을 때도 있다.     


      

피곤함에 움푹 들어간 눈, 허리에 찬 복대, 다리를 제대로 펴지도 못하는 엄마의 모습을 마주한다.

그 순간 짜증이 먼저 확 올라온다. 엄마는 나에게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 안전 기지가 아니다.       


    

정서적 허기는 정서적 필요나 결핍을 채우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나타나는 행동과 감정을 의미한다.

이는 단순한 신체적 배고픔과는 다르며, 사랑, 인정, 소속감, 안정감 등의 정서적 욕구가 충족되지

않을 때 발생할 수 있다.           



나는 성인이 된 이후, 정서적으로 채워지지 않는 결핍을 느끼곤 했다.

정서적 허기를 자꾸 엉뚱한 곳에서 채우려고 애썼다.

(남편과 아이들에게 집착, 일중독, 과식 등)           

그럴수록 불안, 무기력 같은 부정 정서가 나를 찾아와 힘들게 했다.

이젠 팔순이 된 엄마에게 내가 그렇게 듣고 싶은 따뜻한 말들을 듣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안다.

나는 이제 엄마에 대한 기대를 낮추는 지혜가 생겼다.      



엄마, 나 이제야 알 것 같아. 힘든 일이 생겨도 엄마에게 말하지 않았던 이유를!

   그저 엄마 걱정할까 봐 배려한, 속 깊은 딸인 줄 알았어.

   사실, 엄마는 내게 위로의 대상이 아니었나 봐.     

   엄마의 얼굴은 이미 매우 고단해 보였거든.

   엄마는 내 힘든 얘기를 견뎌줄 힘이 없어 보였어. 


                                                                                                        


                                



나의 성장 기록


부정 정서(불안, 무기력) 보유 능력 기르기


나 스스로 위로하기


꼭 타인의 위로를 기다릴 필요가 있을까? 나 자신에게 위로의 말을 들려준다.


괜찮아질 거야.”


물론 타인의 위로에 비해 70% 정도의 효과이긴 하지만,

70% 위로 효과만으로도 살아가는 데 충분하다.


무기력을 잘 다루는 방법들


-무기력이 찾아올 때마다 다독이며 견디기.


무기력아 네가 왔구나, 네 덕에 한 번씩 쉬어가네.  잠깐만 머물다 나가줄래

(‘언제까지 이렇게 살래등 자신을 비난하지 않기)


-생활 속에서 작은 성공(자기 효능감)을 경험하기.


거의 매일 아침 뒷산에 가벼운 산책을 한다.

목표 지점에 다다르면, ‘잘했어, 훌륭해, 내일 또 오는 거야나 자신을 스스로 격려해 준다.

이렇게 매일 아침 작은 자기 효능감을 느낀다.


 

엄마와의 과거 경험을 긍정적으로 재구성


- 엄마에게 받았던, 좋았던 경험을 떠올려 나열해 보기


 (긍정적인 관점에서 과거를 다시 바라보는 연습을 통해 엄마를 긍정적인 상으로 바꾼다)


엄마는 내가 결혼한 이후, 계절마다 나는 싱싱한 재료로 정성껏 김치를 담가서 보내 주신다.

   봄에는 열무김치, 파김치, 여름에는 오이소박이, 가을에는 무청 김치, 겨울에는 배추김치 등

   종류도 다양하다.


   덕분에 우리 집 김치냉장고는 맛있는 김치들로 가득 차 있다.

   내 생일에는 잊지 않고 소고기미역국에 찰밥을 해주신다.


   두 아이를 낳은 후 산후조리도 엄마가 직접 해주셨다. 산모가 잘 먹어야 젖이 잘 나온다며

   끼니마다 정성껏 밥을 차려주셨다. 덕분에 나는 몸을 빨리 회복할 수 있었다.

  어릴 때부터 배를 많이 곯았던 엄마는, 자식에 주는 음식이 곧 사랑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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