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혜 Dec 26. 2024

엄마 아빠 그리고 나, 삼각관계

- 나도 엄마 딸이야 


다른 집 남자들은 다 여자한테 잘하는데너희 아빠만 그래          


엄마와의 관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아빠돌아가신 아빠는 한이 많은 분 같았다.

 머리가 총명했는데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공부를 제대로 못 한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아빠는,    


내가 중학교만 나왔어도 그늘에서 사무 보는 일을 할 수 있었는데          


넋두리를 하곤 하셨다시골에서 과수원 농사를 짓던 순박한 아빠였다

서울 상경 후 시작된 일용직 노동자 일은 아빠에게 너무 가혹해 보였다  


        

한학 서원에서 사서삼경을 통달한 아빠였다

일이 없이 쉬는 날에는 하루 종일 책을 들여다보시고 종이에 한문을 한가득 써놓으시곤 했다

어린 내 눈에도 멋진 글씨체로 보였다          



아마도 아빠는 그 한을 술이라는 놈으로 달래셨던 것 같다저녁에 술이 만취되어 돌아오시면

눈빛부터가 내가 알던 그 선한 아빠의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억눌러 놓았던 세상을 향한 분노를 만만한 가족들에게 마구 풀어냈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고달픈 밤을 지내고 아침을 맞곤 했다          


도대체 이기지도 못하는 술을 왜 그렇게 매일 마시는 거야     

 

이번에는 엄마의 아빠를 향한 반격이 시작되었다.

 아빠는 마치 죄인처럼 쪼그라든 모습으로 얌전히 앉아계셨다

이래저래 집안이 조용한 날이 없는 듯했다나는 매일 무서운 밤이 찾아오는 게 두려웠다       


   

특히 아빠가 일한 돈을 받아오는 날에는 집안에 긴장감마저 감돌았다

우리 식구들은 그 돈이 무사히 집까지 오길 바랐지만그런 일은 드물었다         

 

아빠는 그렇게 힘들게 일해서 번 돈을 다 어디에 쓰고 오시는 걸까’ 

그저 원망스러울 뿐이었다 

         

그렇게 아빠는 가족들에게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으로 언제나 불안한 존재였다

아빠가 무슨 말을 하든지 아무도 신뢰하지 않았다.

 내가 결혼을 한 이후 남편이 말했다.          


나는 장모님이 장인어른한테 좀 심하게 대하시는 것 같아

장인이 무슨 잘못을 얼마나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엄마 아빠의 이런 모습이 오랫동안 익숙해서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그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아빠 때문에 힘들다는 불쌍한 엄마의 하소연을 들어주고위로해 주곤 했다

잦은 사건 사고로 문제를 일으키는 아빠는 우리에게 불안한 존재였다    

      

아빠 새해에는 좀 무탈하게 지냈으면 좋겠어요보통 부모가 

자식한테 해주는 얘기인데우리는 바뀐 것 같지 않아”       

    

이런 농담을 할 정도였다결혼 이후에도 아빠가 크고 작은 문제를 일으킬 때면 

엄마는 나에게 전화했다          


 너희 아빠는 꼭 물가에 내놓은 아이 같아          


그럴 때마다 나는 모든 일을 제치고 달려가 바로 해결하는 해결사 같은 존재였다.

 엄마는 남편 역할을 제대로 못 하는 아빠 대신

나를 남편처럼 믿고 의지하며 사는 것 같았다       


   

나는 점점 더 아빠에 대한 안 좋은 감정의 골이 깊어져 갔다

그리고 아빠엄마나 우리의 삼각관계는 더욱 견고해졌다        


  

2019년도에 아빠는 암 판정을 받으시고, 6개월 정도 암 병동에서 투병하다가 돌아가셨다.

 아빠는 투병하는 동안          


내가 무능해서 자식들 고생을 많이 시킨 게 제일 미안해     

     

이런 말을 자주 하셨다아빠가 돌아가신 후그제야 아빠의 삶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이 없다는 사실에 가슴이 매우 아팠다          



삼각관계는 가족 체계 내에서 불안을 완화하고자 형성되는 세 사람 간의 관계다.

 삼각관계에서 두 사람이 갈등을 경험하면세 번째 사람을 끌어들여 그 갈등을 완화하려고 한다.     

 


이러한 삼각관계는 가족 내에서 자주 발생하며부모의 갈등 상황에서 자녀가

 그 삼각관계에 끌려 들어가게 되면 다양한 정서적 문제(우울무기력)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그때의 나는 자아 분화(건강한 독립)가 덜 된 미성숙한 어른이었다

그래서 엄마 아빠의 삼각관계에 자발적으로 걸려들었다

이런 내 모습을 보고 주변 사람들은 효녀라고 불렀다          



엄마가 다른 집 남자들은 다 여자한테 잘하는데 너희 아빠만 맨날 그래

  라는   말을 많이 했었지정말 다른 집 남자들은 다 여자한테 잘하는 줄 알았어

  그런데 결혼해 보니까 그런 남자가 거의 없더라그냥 엄마의 소망이었나 봐     


                                                                                      

                                            


내 안의 어른아이 성장기록


무엇보다 삼각관계임을 자각하는 것이 가장 중요!


  -엄마는 불쌍한 사람’ 아빠는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으로   보지 않고

   객관적인 자세 유지하기 



삼각관계에서 벗어나기 – 자아 분화 수준 높이기 


자아 분화는 개인이 자신의 감정과 사고를 구분하고감정에 압도되지 않으면서도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자아 분화 수준이 높은 사람은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며

가족 내에서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건강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나는 엄마 아빠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힘이 있다는  것을 믿는다.” 


-오직 내 변화에 초점 맞추기 – 나부터 변해야 한다


-과도한 책임감에 따른 죄책감이라는 불안 다루기    (각자 맡은 역할 분리)


   우리는 각자 감당해 내야 할 삶의 무게가 있다  비록 엄마와 딸의 관계일지라도


엄마와의 과거 경험을 긍정적으로 재구성


엄마에게 받았던좋았던 경험을 떠올려 나열해 보기


 (긍정적인 관점에서 과거를 다시 바라보는 연습을 통해  엄마를 긍정적인 상으로 바꾼다)


엄마는 밤새 아빠의 술주정에 시달리고도새벽같이 일어나서 우리 삼 남매 

  도시락을 싸주셨다매일 따끈한 새 밥에 새로운 반찬정성이 가득한 도시락이었다


   덕분에 점심시간 마다 친구들한테 내 도시락 반찬이 제일 인기가 많았다

   그리고 또 부지런히 일을 나가셨다』 



아빠는 책을 좋아해서 힘든 형편에도 어렵게 책을 사주셨다초등학교 시절 

   백과사전창작동화 전래동화위인전 등을 하루 종일 보며 지루하지 않게 보낸 것 같다


   그 덕에 글짓기를 잘해서 초등학교 때 상도 많이 받은 것 같다. 

   술을 안 드실 때는 재밌는 말도 많이 해주셨다아빠의 유머 감각을 내가 물려받은 것 같다



엄마에 대한 감정을 긍정적으로 재구성 


  엄마에게 듣고 싶었던 말들을, 나 자신에게 직접 해주기

 (엄마의 상을 긍정적으로 바꾸면서 내 감정의 전환을 돕는다.    

  이는 나의 정서적 안정과 성장에도 큰 도움이 된다)



아빠와 엄마 사이에서 네가 상처를 받았을 거라는 생각에 마음이 아파

정말 미안해엄마 아빠는 서로를 이해하고 해결해 나가려고 노력할 거야


그동안 힘든 상황에서 참 잘해 냈구나이제 엄마 아빠에 대한 죄책감에서 

벗어나도 된단다엄마는 항상 너의 행복이 가장 중요해사랑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