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돈이랑 함께하는 여행인데...
남편이 곧 도착한다는 전화가 왔다. 미리 아파트 정문 앞으로 내려갔다. 멀리서 차 한 대가 들어온다. 괜히 가슴이 두근거리고 설렌다. 차문이 열리고 환하게 웃는 어머님과 친정아빠 모습이 보인다. 새벽부터 움직이고 장거리 비행까지 힘드셨을 건데.. 아들, 딸 집에 온다고 설레셨나 보다.
미리 걱정했던 마음이 싹 가신다. 표정도 좋으시고 , 말투도 나긋하시니 앞으로 걱정이 없을 것 같다. 사돈이 더 힘드셨을 거라고 챙겨주는 것까지 덤이다. 굳게 닫힌 자물쇠가 풀리듯이 내 마음도 눈 녹듯이 녹는다.
이른 저녁을 준비한다. 밑반찬과 , 소불고기, 국거리는 미리 준비가 되어있다. 차리기만 하면 된다. 8개월 만에 친정아빠 얼굴을 보니 할 이야기가 많다. 비행기는 괜찮으셨는지 , 기내식은 입에 맞으셨는지 , 호치민의 첫인상은 어땠는지.. 주고받을 말이 많다. 수다가 잠시 길어진다.
" 친정아빠 배고프시겠다. 얼른 저녁 먹는 게 어떻니?"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얼른 밥을 차렸다. 특별한 저녁식탁 풍경이지만 오랜만에 사람들로 북적거리니 아이들도 좋아한다.
오랜만에 보았건만 첫마디가 아이들의 외모이야기다. 남자아이가 머리가 왜 그렇게 기니 , 왜 그리 말랐니... 한 수저 뜰 때마다 똑같은 멘트가 반복된다. 아이들도 우리 부부도 웃으면서 그저 넘긴다. 첫째 아이는 영혼 없이 대답만 끄덕끄덕 , 둘째 아이는 상냥하게 곧잘 대답도 잘한다.
짧은 시간 저녁식사였지만 주된 대화내용은 아이들 외모에 대한 이야기였다. 좋은 소리도 몇 번 들으면 지겨운데 , 부정적 소리를 몇 번 들으니 속에서 무언가가 올라오지만 좋은 게 좋다고 참는다.
" 어머니 좋은 소리 해주세요, 보자마자 안 좋은 소리만 쭉 하시면 , 아이들이 좋아하지 않아요." 이젠 할말도 조금씩 하는 편이다.
모른다. 이야기가 어머님의 귀에 꽂혔는지는... 마음이 동요가 있었는지는...
아이들은 얼른 저녁을 먹고 그 자리를 떠버렸다. 오랜만에 만난 자리인데 말이다.
저녁상을 물리고 , 간단한 다과를 하고 , 두 분은 일찍 잠자리에 드셨다. 그렇게 1일 차 하루는 지나갔다.
변화되었을 것이라고 여긴 내 마음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희망의 끈은 놓지 않았다. 사돈어른과 함께하는 여행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