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업맘 첫시작 Nov 07. 2024

우리를 위해서인가 , 본인을 위해서인가 ?

세숫대야 탸령 

안방에서 쉬고 있는데 어머님이 조용히 나를 부른다. 무슨 대단한 일이라도 난 줄 알고 황급히 문 밖을 나섰다. 

" 집에 세숫대야가 없던데 , 손도 씻고 손수건도 빨고 하려니 불편해 , 왜 안 샀니?"

세면대가 있고 , 샤워기가 있으니 필요 없다고 했다. 왜 내가 이런 설명을 해야 하는지 도통 알지 못하겠다.

" 그런데 나는 불편한데..."

지금 당장 사라는 건지 , 어쩌라는 건지 , 아들집에 여행 오시러 오신 분을 위해서 내가 맞출 필요는 없지... 나를 계속 설득시킨다. 말려들지 말아야지 , 17년 세월 동안 어느 정도 방법을 터득했다. 목소리를 낮추고 살짝 웃으면서 

" 저희는 필요 없어요 " 

" 나는 필요한데... " 

어머니 집에 세숫대야가 있으니 다행이네요. 하지만 저희는 필요 없어요.라고 얼른 마무리하고 그 자리를 떴다. 


일단락이 되었는지 알았다. 식사를 마치고 다과를 먹던 중이었다. 어머님은 또 남편에게 세숫대야 타령을 하신다. 무슨 뜻인지 곰곰이 생각했다. 내 뜻에 무조건 따라라는 건지, 지금 당장 사라고 하는 건지... 어린아이가 당장 자기 말대로 하라고 떼를 쓰는 것 같다. 

남편도 어머님의 평소 성격을 이미 알고 있다. 무덤덤하게 툭툭 한마디 내뱉는다. 

" 엄마 집에서 세숫대야 쓰세요, 우리 집은 안 써요."

라고  마무리 지었다. 

그렇게 끝이 나는 줄 알았다. 


양가어른들과 쇼핑몰에 들렀다. MUJI를 가니 욕실제품이 있었다. 어머님은 물러서는 법이 없다. 세숫대야 타령이다. 결혼하고 어느 정도 단련이 되었던 나는 화를 내지 않고 웃으면서 안 사요 ,라고 상황을 종료시켰다. 


이번일만 그런 것이 아니다. 시어머님은 본인이 생각했을 때 맞다고 여긴 일이면 상대방의 의견, 상황을 무시한 채 하기를 원하신다.  그 상황에서 본인이 원할 때까지 , 상대가 질릴 때까지 전화를 하고 확인을 한다. 그렇게 결혼생활 17년을 보냈다. 


작은 일에는 어느 정도 이력이 나서 대처를 잘하는 편이다. 감정에 움직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며 , 얼른 그 상황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이것도 17년 정도 살아보고 , 맞대응을 해보니 터득한 지혜라고 할 수 있겠다. 


이것은 작은 일이었지만 여행 2일째 외식자리에서 드디어 사건이 터지게 된다.



이전 02화 마음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