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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레스미

부모와 자식이 매칭되어 보이지 않는 건

처음인 듯했다.

보통 보면

아하 소리가 나오는데

염차장과 부인 S의 경우는

볼 수록 반문 만드니 말이다.




그렇게

작은 해프닝으로 넘어가는 듯했다.

다들 자식을 키우는 입장이고

사장님은

두 딸을 대학까지 보내신 입장이니

요 또래의 아이들이 다 그렇지 뭐 하며

허허허 넘기는 분위기 랄까.




그래도 그놈의 와이파이 덕에

두 딸들은 조용해졌으니

다행이었다.




후식까지 끝이 나자

사람들은

앉은자리에서

삼삼오오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고

사장님을 중심으로 한 자리는

사업 이야기가 한창이었다.




그 대화 속에서 나는 귀머거리였기에

심심해하는 아이들을 달래 주기도 하고

이 때다 싶어

못 다 먹은 음식을 먹기도 하면서

가만 지켜보는데

남자들은 하나둘씩

사장님 주변으로 모여 앉기 시작했고

여자들은 하나둘씩

사모 주변으로 모이고 있는 모습이더라.




음... 어떻게 해야 하지..?




남자들 일 얘기하겠다고

사장님 앞으로

빈자리 찾아 모여 앉았는데

내가 이 쪽 테이블에 있으면

썡뚱 맞은 건가 싶었고

여편네들이

속속 사모 옆으로 모여 앉고 있는데

나만 저 쪽 테이블로 안 가면

눈치 없는 건가 싶었기 때문이다.




사장님 옆으로 배정받은 자리가

처음엔 좋았는데

참 애매해지는 상황.




에라 모르겠다.




책을 보는 아이들은 그대로 두고

사모가 앉아있는

건너편 테이블로 갔다.




사모, 고 과장 부인 L,

이 차장 부인 J, 염차장 부인 S,

이디렉터 부인 H 그리고 나




어디 한 번 껴 보자고

가까이 다가가

식사 맛있게 하셨냐는 인사로

눈도장만 찍고

옆에 빈 의자에 앉았다.




하지만

애매하다 싶어 눈치가 보였던 건

사모 앞에 앉아 계신 부사장님.




부사장님은

식사가 시작된 이후로

계속 자리를 지키고 계신 중이었고

근처 테이블에 앉은

남자 직원들은 대부분

사장님 쪽 테이블로 옮겨 간 상태였다.

같은 재무파트 출신의

이 디랙터 빼고 말이다.




그 모습을 누군가 멀리서 봤다면

사장님은

전무, 상무를 포함한 남자 직원들과

포스 있어 보이는

비즈니스 모임 중으로 보였을 거 같고

부사장님은

동네 아줌마들 반상회에

끌려 나와 앉은 모습으로

보이지 않았을까 싶다.




사모는 부사장님에게

누구 부인인지를 하나하나 소개하며

형식적인 대화를 하는 중이었고

다들 눈치는 있는지라

끼어드는 대신

웃는 낯으로 가만 듣고

점잔만 빼고 있는 상태였다.




어색한 웃음들,

피하고 싶은 적막감.




그때 J와 S가 나타났다.

둘이 함께 온 걸 보니

아마도

어딘가에 같이 있었구나 싶었고

다 모인걸 보고서

올까 말까 고민하다 왔구나 싶었다.




"언니, 맛있게 먹었어요?"




하며 끼어들더니

J는 사모 어깨에 손을 올리고 섰고

그 옆으로 S가 나란히 섰다.




"안녕하세요"




둘은 가볍게 허리를 숙이며

부사장님에게 인사를 했다.

그러면서

함께 모여 있었던 여자들과도

목례를 주고받았지.




다들 눈치로 버티고 있던 분위기가

흐트러진 건

그때부터였다.




그 둘은 앉을자리가 없자

다른 테이블에 있는 빈 의자를 끌어 와

먼저 앉아있던 여자들 틈으로 끼워 넣었고

그 바람에

질서 있게 앉아있던 모습이

들쭉날쭉 흐트러지면서

정말로 반상회가 되어버렸지.




사모는

마찬가지로 누구인지 소개를 해줬고

그걸 들은 부사장님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아이가 몇 살이냐 물으셨는데

J와 S는

거기에 맞는 대답만 하면 될 것을

입방정을 떨기 시작했다.




J는

애가 사춘기라 힘들다는 둥

매일 싸운다는 둥

궁금하지도 않은 이야길 시작했고

그걸 말리고자

말을 끊고 들어 온 사모에게

"언니는 아들만 있어서 잘 모를 거야~"

하더니

외아들을 두신 부사장님에게

"아드님이 장성했으니 얼마나 좋으세요"

하더라.




부사장님은 말없이 웃으시며

이번엔 S에게

아이들이 몇이냐 물으셨고

S는

"딸만 셋이에요,

어쩌다 막둥이가 생겨서 낳고 보니

딸딸딸이네요"

하더니

혼자 입을 가리고 하하하 웃더라.




나는 순간,

이 여자가

내 앞에서 밥 만 먹던 그 여자 맞나??




그러더니 거기서 끝나지 않고

2절을 시작했다.




요즘에 셋 키우는 집 거의 못 봤는데

대단하다 말씀해 주시는

부사장님에게




"아휴~그러게요~~

하루 종일 먹이고 치우는 걸로

시간 다 보내고요

돈도

얼마나 끝없이 들어가는지 몰라요.

지겨워요 지겨워"




하면서 또 하하하하




와.. 이 여자 뭐지..

지금 앞에 앉은 상대는

이런 얘길 할 상대가 아닌데??

제말 거기까지만..!

그런 얘긴 우리끼리나 하자고!




그 순간

또 다른 집 여자가 등장했다.




"재밌는 얘기 중이신가 봐요"




오늘 이 행사의 사회를 보던

인사팀 박디렉터의 부인이었다.




이 여자로 말할 거 같으면

한국에서 살 때

과한 입방정과 처신으로

아파트 단지 내

물의를 일으킨 전적이 있어서

또 사고를 칠까 봐

절대

주재원 부인들과 어울리지 못하도록

남편인 박디렉터가 관리를 하는 여자.




이런 얘길 또

본인 입으로 사모에게 말했다네?

생각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덮어두고 호호거려야 할

이 주재원 부족에서 말이다.




그래서

이 여자의 얼굴을 아는 사람은

사모뿐이었고

모두가 처음 보는

오래된 뉴페이스였지.




대화에 끼어든 그녀는

사모옆에 서더니

부사장님에게도 인사를 했다.

그러더니 모여있던 여자들을 향해

"어머나~여기서 이렇게 다 만나 뵙고

오길 잘했네요"하더니

앉을 빈 의자도, 공간도 없자

사모가 앉은 의자에

엉덩이를 들이밀더니만

"저 여기 좀 같이 앉을게요"

하던 그녀.




와우 저렇게 까지 한다고?

그것도 딴 여자 의자도 아니고

사모 자리에??




가만 보고 있을 사모가 아니란 걸

모든 여자들이 알고 있다.

하지만 부사장님이 앞에 계신지라

뭐라 하지도 못하고

일 보 후퇴하는 듯한 사모의 모습.




그러더니 옆에 있던 J와 S와

함께 떠들기 시작했고

그 지역방송은 점점 커지더니

메인 방송이 되고

우린 모두 방청객이 되었더랬지.




부사장님을 흘깃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팔짱을 끼고 입을 다문채

앉아계시더라.

맨 끝에 앉은 내 눈에도

그 분위기 읽히는데

사모는 오죽 잘 보였을까.




박 디렉터 부인은

S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그러면

큰애가 우리 애랑 동갑이네!"



"아 그래요?"



"그럼 이제 여기서 입시 준비도 하고

대학까지 갈 거면

돈 나가기 시작이에요~

둘째 셋째도 있잖아!

그럼 뭐 돈 세는 거 각오해야겠네"




하면서

박수를 치며 하하하하 웃었다.




그러자 S는



"그래서 제가 애한테 말했잖아요~

너 시집가기 전에

5조 5천억을 벌어다 놓고 가라고~

5조 5천억~~"



양손의 다섯 손가락을 활짝 펴서

흔들며 말하던 S 역시

하하하하하하 웃었고

그 둘의 웃음은 합창이 되었다.




와.... 이런 여자였구나...




남의 집 거실바닥에서

섹시댄스를 추던

그 딸의 엄마가 맞았다.

그럼 그렇지

그 딸은

그 엄마의 거울이 맞았던 거다.




나도 자식 키우는 입장에서

이런 말은 조심스럽지만

그 아이가

뭘 어떻게 보고 얼마나 배웠을지

짐작이 가는 순간이었다.

역시 콩 심은 데 콩이지 팥이겠나.




그러면서

'아, 이러니까

입방정 J랑 잘 어울려 다니는 거구나'

하며 백퍼 납득이 되었지.




그 얘길 듣고 있던 다른 여자들은

머릿속으로

무슨 생각을 했는진 모르겠지만

일단 소리 없이 웃고 있는 표정이었고

사모는 뭘 또 그렇게 까지냐며

자리가 좁으니

다른 쪽에 가서 이야기하라고

밀어내고 있었으며

부사장님은 여전히 팔짱 낀 모습으로

딱 봐도

기분이 어떨지 알겠는 무표정.




나?

내가 왜 이쪽으로 건너왔을까

너무 후회되면서

진심으로 증발하고 싶더라.

너무 창피했고 부끄러웠고

미국에 있는 주재원들이

이런 수준이구나 하며

같은 취급당할까 봐 걱정이 됐다.




그러면서 되돌아갈까 싶어

원래 내 자리를 보니

그쪽은 아직도

남자들끼리 조용히 얘기 중이네.




그때

부사장님이

근처 자리에 있던 출장자를

손 짓을 해서 부르셨다.




"이만, 자리 마무리하지."




하... 망했다..




하기야 입장을 바꿔 생각해 봐도

이게 얼마나 불쾌한 일인가.




타지에서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 격려한다기에

따라 나와 봤더니만

일 한다는 그 직원들은

죄다 사장 옆에 둘러앉아

자기네들끼리 큰 일을 도모하는 듯

폼 잡고 있고

나는 처음 보는 여편네들에 둘러싸여

히히덕거리는 소리나 듣고 앉았으니

이 상황이

얼마나 어이없고

자괴감이 들겠냔 말이다.



그렇게 느끼실까 봐

다들 눈치를 백 단으로 깔로

대화중이었는데

느닷없이 출격한

저 3인방이 보여주는

환장의 콜라보 때문에

망이었다. 망!




그 말을 들은 출장자는

행사를 진행했던

박디렉터에게 전달했고

전후 사정 모르는 박디렉터는

마이크를 잡더니

시간도 늦었고

사장님 부사장님 피곤하실 테니

이만 자리를 마무리 짓는 게

어떠겠냐는

멘트를 날렸다.




하...

이렇게 마무리되면 안 되는 건데..




자리를 이탈했던 사람들은

다시 제자리를 찾아 돌아갔고

사장님께서는 마무리 멘트를 하시면서

선물로

이 레스토랑의 기프트카드를

준비해 놨으니

가는 길에 받아가라는 말씀을 하셨다.




오늘 이 자리의 마련과

선물에 대한 감사로

환호와 박수를 받으신 사장님.

그 모습을

여전히

팔짱 끼고 지켜보시는 부사장님.




자리가 끝나고

아이들을 챙겨 나왔더니

이미 부사장님과 수행하던 직원들은

떠난 상태였고

(나였어도 치를 떨며 바로 떠났겠지)

사장님은 이제 막 차에 오르고 계셨다.




팬클럽처럼 배웅하는 직원들에게

스타처럼 손을 흔들며 타셨더랬지.




와... 이거 후 폭풍 없으려나..




아는 사람은

아는 만큼 불편했던 자리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만큼 즐거웠던 자리




그날,

우린 모두 잘못된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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