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만나는 특파원 연결됐습니다.

by 블레스미

아이들은 학교로 출근을 했고

오랜만의 여유로

커피광고를 찍는 듯한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시간적 여유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평온함에

사모에게 전활 걸어

브런치를 신청했다.




1주일에 한 번 정도는

사모에게 전화를 하고 있었다.



시댁에 안부 전화를 돌리듯

정해진 숙제처럼 여겨지니

로봇처럼 하는 내 모습이

나도 싫었고

이걸 모를 리 없는 사모였기에

종종

커피를 마시자 하거나

브런치를 하자고 약속을 잡았더랬다.



다행히 사모는

여러 가지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쏟아내는

타입이라

무슨 얘길 해야 하나

계산하고 가지 않아도 되

편안함이 있었고



이런 관계가 익숙해진 건지

처음보다

만남에 대한 부담은 덜어지고

오히려

따분하고 할 거 없어 지겨운

이 미국생활에

작은 재미가 되어 주고 있었다.




그리고 더 좋았던 건

나에게 흘려주는 정보였다.



상무와 사모는

대화를 꽤나 많이 하는

사이가 좋은 부부였는데

당연히 그 대화에는

회사에 대한 것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임원직이고

많은 핵심업무들을 주도하는

상무였기에

그것에서 비롯되는 사람 이야기,

일 이야기를

사모는 많이 알고 있었고

그것을 바탕으로

상무에게 도움이 될 만한

아랫사람과 윗사람을

관리하는 듯 보였다.



그 관리라 함은

거창하고 대단하고

불법적인 것이 아니다.



미국에 출장을 오면

집밥을 해 먹이고

직장 상사나

동료의 부인으로서가 아니라

개인대 개인으로서 대화를 나눠

돈독함을 유지하더라.



그렇게 친해진

위, 아래 직원들 중 일부는

사모와 개인적인 메시지도

주고받는 듯했고



심지어

누구는 누님이라 부르며

상무보다 사모를 더 따랐다.



그들의 아이들이 생일이라거나

학교에 들어가는 등

이벤트가 있으면

잊지 않고 선물을 사놨다가

전해주는 모습을 간간이 보았는데

그런 사모의 모습을 보면서

처음에는

너무 나대는 걸로 보였달까?!



집밥 초대와 인사 정도는

한 다 쳐도

호구조사를 해 가면서

상무보다 말을 더 많이 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로

끌고 들어가는 모양새가

나 같으면 부담스럽고

싫을 거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모는 능구렁이처럼

강약을 조절하고

우리 남편을 잘 부탁한다는

말도 해 가며

위, 아래 직원들의 마음을 샀고

이건 사모의 고난도 계획이었음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바로

상무를 위한

호위병을 만드는 거지.



뛰어난 능력과 직선적인 성격에

위아래로

적이 많은 상무라는 걸

사모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불리한 일이 있을 때마다

본인이 그 회사에 뛰쳐 들어가

상무를 보호할 수는 없으니



그 대신

함께하는 직원들을

상무 편으로 붙들어 매 놔서

본인대신 목소리를 내줄 수 있는

팬덤을 만든 거였다.



사모는 나를 만나면

이러쿵저러쿵

그 팬덤들의 이야기를 해 줬는데

그들의 공적인 평판과 장단점

그리고

개인사까지도 듣게 되니

나는

보지도 알지도 못하는 그들이

내 동료인가 싶을 정도.



더 재미났던 건

회사의 사업이야기였다.



물론

대외비를 나에게 흘린 적은 없다.

그렇게 어리석은 여자는 아니지.



그냥

커다란 바위에서 떨어져 나온

작디작은 알갱이 정도 수준의

이야기랄까?



오피셜로 발표될 이야기를

며칠 빨리 알게 되는 정도.

그 오피셜이 발표되기까지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듣는 정도.



하지만

일개 차장인 내 남편은

알 수는 없는 이야기들이었기에

나는 귀가 쫑긋해서 듣기 바빴더랬지.



그리고

그 이야기들을 남편에게 해 주어

반면교사로 여기고

유비무환으로 여기니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좋았다.



그래서 사모와 통화를 하거나

만나고 들어 온 날이면

남편은 내게 물었었다.



"오늘은 뭐 재밌는 거 없었어?"



이런 상황이 더 기분 좋았던 이유는

바로

사모에게 내가

믿을만한 사람이 된 거 같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생각 없이 떠들고

헤픈 거 같아 보여도

누구보다도 머리가 빨리 돌아가는

사모인데

직원들에 관해서, 사업에 관해서

아무에게나 떠들 여자는

아니라는 걸 알기에

내가 그래도

저 맘속에 상위권은 되나 보다

싶었기 때문이다.



"나 당신네 회사에 들어가도 되겠어!

이 정도면 난 인사과야"



남편보다

고급정보, 최신 뉴스를 꽤고 있던

나였다.



사모에게

브런치를 신청했던 그날도

그런 가십거리로

시간을 채우겠거니 하고

나갔던 거였다.



사모와 자주 가는 단골집으로

장소를 정했고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는데

사모가 말했다.



"근데, 가만 보니까

J랑 S는 둘이 잘 만나나 보더라?"



독일 국적에 경력직인

이 차장의 부인 J.

사모와

벨기에에서 함께 주재원 했다는 J.

거짓말과 입방정으로

사람관계 다 깨 먹는다는 J.

사모에게 부탁 부탁해서

미국으로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그 J.



내 남편과 같은 파트에서 근무하는

염차장의 부인 S.

발령을 받고

집 구하러 미국에 나왔다가

상무집에 들러 선물을 주고 갔다는 S.

상무네 집 거실바닥에서

가슴을 흔들며 섹시댄스를 췄던 큰 딸을

말리기는커녕 미소로 응원했던 S.

새로 나온 주재원 부인들과

사모집에서 만날 때

바쁘다며 오지 않아서

나는 얼굴조차 모르는 그 S.



"아, 그래요??

둘이 어떻게 알지...?"



두 집이 비슷한 시기에 나왔지만

사는 집이 근처도 아니고

남편끼리 같은 파트도 아니고

사모집에서 다 같이 대면할 때

오지 않았던 S인데

둘이 어떻게 친해졌지 싶었다.



"몰라~

둘이 고향이 같은 쪽이잖아.

그러든지 말든지.

근데 우리 집에서 다 모였을 때

S가 왜 안 왔던 건지 알아?

자기는 여기서 조용히 지내고 싶대.

애들이 많아서 바쁘기도 하고

내성적이라

그냥 조용히 지내고 싶다 하더라구.

그래서 안 온다 하길래

내가 그러라고 했던 거야.

근데 둘이 딱 붙어 다니네 저렇게?!"



바빠서 못 오는 걸로

사모가 나름 쉴드를 쳐 줬는데

알고 보니

오기 싫어 안 온 거였다.



난 뭐 좋아서 갔나.



근데

사모는

언제 이렇게 그들을 파악한 거냐.



사모 빼고

또 저 둘만 친하게 지낼까 봐

감시 중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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