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면식 없어 보이는 두 집,
J와 S가 친하게 지내는 듯싶어
불편한 기색이었던 사모는
그 마음을 나에게로 돌려 물었다.
"블래스미 괜찮아?"
"네? 저요?? 뭐가요??"
"아니~
블래스미 애들도
그 두 집 애들이랑 비슷한 또래잖아.
다들 딸들이고.
애들이 어울리고 싶어 하지 않아?
"아유~~ 됐어요!
그런 거 바라지도 않고
끼고 싶다는 생각도 해 본 적 없어요!
저도
그 둘이 친하게 지내든 말든이에요"
내가 아무리 외로워도
그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은 생각은
1도 없었다.
오히려 아이들을 빌미로
나에게 친해지자 했음 어쩔 뻔했나
싶을 정도.
우리 아이들 또한
그 집 아이들과 엮어주고 싶지 않았다.
J의 큰 딸은 초등인데
학폭위 직전까지 가는 바람에
전학을 한 아이이고
(그래서 미국으로 빼달라고 사정했던 것)
S의 딸들과는
같이 어울리기에
좀 자극적이라고나 할까?
남의 집 거실 바닥에서
장기자랑을 하듯 섹시댄스를 추고 있고
자매들끼리 싸울 땐
서로 년 년 거리면서
욕을 아무렇지 않게
쏟아내고 있으니 말이다
(사모가 그 집에 놀러 갔더니
자기 앞에서 그리 싸우더라며
놀래서 나에게 말해준 적이 있다)
정말로 나는 노땡큐.
"저희 아이들은
여기서 친한 친구도 만들었고
잘 지내고 있어서 괜찮아요.
그 두 집은
애나 어른이나 서로 잘 맞나 봐요? "
"두 집 애들 다 사춘기라 그런지
여기서 친구들을 잘 못 사귀나 봐.
그게 맞았나 보지 뭐"
나는
두 집이 서로 어떻게 만났는지도
궁금했지만
그 둘이
어떻게 친하게 지내는 건지가
의문스러웠다.
J는
자기 입맛과 입장에 맞춘 말장난으로
사람을 골로 보내는 재주를 가진 사람.
S는
보진 못했지만 사모의 말만 들어도
내성적인 성향이 정말 다분하구나 했고
어느 부분에 있어서는
어울리기에 무난한 여자이지 않을까
싶었던 사람.
그 둘 사이에
친분관계가 성립된다고??
어쩌면 S는
J에게 속고 있는 것 일 수도,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두 집이 좋다고 만나는데
내가 뭐라 해봤자 믿겠어?
나만 미친년 되는 거지.
내 격정이나 하자 싶던 그 순간
사모가 한 마디를 보탰다.
"아!
S도 어덜트 스쿨 다니더라.
블래스미 다니는 데 있잖아 거기"
"그래요? 정말요??
저는 본 적이 없는데?! 아랫반인가??"
"아니, S는 오후반 가더라고"
같은 수업을
오전 오후로 나눠서 하는 곳인데
나는
아이들이 학교에 있는 동안만
가기 위해
오전반을 다니던 중이었다.
"오후면
애들 하교시간 맞추기 빠듯할 텐데
왜 오전을 안 다니고..."
"오전에 블래스미가 있는 걸 알더라고.
그래서 자긴 오후반 간대."
한마디로
나를 피해서 오후반을 다닌 다는 말씀.
나도 모르게
어이없는 코웃음이 나더라.
정말 일면식도 없는 여자다.
그런 여자가
나를 피해 다닌다니
이건 도대체 무슨 상황인거지??
게다가 눈치 백 단의 사모는
누가 들어도
기분 나쁠 소리인 걸 알 텐데
나한테 대 놓고 흘리고 있네.
버퍼링이 제대로 걸렸다.
그런 얘길 전하는 사모에게도
뭔가 의도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그것에 휘말리지 말자 싶어
사모 앞에서는
신경 쓰지 않는 듯 행동했다.
더 이상 묻지도 않았고
화재를 돌려
화기애애하게 자리를 마무리 지었다.
인사를 하고 차에 타자마자
내 머릿속은
꼬리물기가 한창이었지.
도대체 S는
왜 날 피해 다닌다는 걸까.
본 적은 없으니
뭔가를 듣고 저런다는 건데
도대체
누구한테
무슨 이야기를
언제, 어떻게, 얼마나
들었다는 것일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웃기는 여자네!!
내가 뭘 어쨌는데??!!
찔리는 구석도 없고
짚이는 구석도 없었다.
다만
연결되는 구석은 있었다.
사모 아니면 J.
S와 나의 교집합은
저 둘 뿐이었으므로
그중 하나의 입김이 들어갔구나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피하는 걸 보면
나쁜 이야기를 들었다는 건데
사모가 그랬을 리가.
그랬다면
사모는
나랑 상종도 하지 않을 성격이고
이미 나에게 가진 불만에 대해
이판사판을 끝냈을 성격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랑 버젓이 마주 앉아
먹고 마시고 웃고 떠들잖아?!
심지어
저렇게 나에게
힌트를 주기까지 하시는 분.
그 힌트를 주는 모습이
나에게는
사모 본인이 뭔가를 알고 있다는
또 다른 힌트이기도 했다.
사모가 아니라면
의심할 만한 사람은 J.
사모와 함께
벨기에에서 주재원 하던 시절부터
입방정으로 유명했다는 J.
그 시절의 인연을 빌밀로
사모에게 사정사정해서
미국 발령을 얻어냈다는 J.
사모집에서 처음 봤던 날
내 앞에서 사모에게 반말을 하며
이것저것을 요구하고
대화 중간중간 핀잔을 놓던 J.
그 여자를 떠올렸더니
사모집 거실에서
처음 눈이 마주쳤을 때의 J 표정이
머릿속에
정지화면으로 고정이 되더라.
마른 체구에
쌍꺼풀 없이 가늘게 올려진
눈꼬리 때문에
신경질적으로 보였던 J의 첫인상.
차가워 보여 말 걸기 쉽지 않고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절대 들지 않던
J의 첫인상.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웃으며 기본적인 대화는 잘 나눴더랬고
되게 털털한 성격인 듯
행동하는 모습을 보고
까탈쟁이는 아닌가 보다 싶었으며
서로 알려 준 전화번호로
반가웠다 메시지도 주고받았었다.
그런데
도대체 뭐라고 떠들어 댄 걸까.
그리고 왜 나 일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그 간극을 맞출 퍼즐이 나에겐 없었다.
그런데 가만 보니
'사모는 뭔가를 알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분명히 내가 들으면
생각이 많아질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나에게 흘렸고
그건
나에게 흘리기 전에
그 이야기들의 전후 사정을
어디에선가, 누군가를 통해
듣고 파악하고 있었다는
뜻이지 않나.
그런데
왜 저렇게 운만 띄우고 말지?
사모의 의중까지 파악하려니
머리가 터지겠더라.
휘말리고 싶지 않은 파도에
발목이 휘감겨
점점 깊은 바다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
그 속에 처 박히고 싶지 않아
기어 나오려
악을 쓰고 버티는 기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