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국민학교 5학년]
담임 서맹기는 늘 교탁 위에 레몬 사탕이 들어있는 유리병을 놓아두었다. 창가에 스며든 햇살이 볼록한 유리 표면에 닿으면 왕관처럼 반짝반짝 빛이 났다. 여왕이나, 공주님, 또는 왕자님들만이 왕관을 쓸 수 있는 것처럼. 유리병 안에 담긴 노란 레몬사탕 또한 특별한 아이들만 받을 수 있었다. 반장, 부반장, 공부를 잘하거나, 집에 돈이 많거나.
"학교 운동장에서 벼룩시장을 한다니까, 옷이나 헌 책 같은 거 가져오도록! 반장, 부반장. 우리 은혜랑 경은이는 집에서 안 입는 옷 있으면 가져오렴."
다음날, 교탁 위에는 레몬사탕을 받는 특별한 아이들이 집에서 가져온 헌 옷들로 작은 동산이 만들어졌다.
"이경순, 문현조 나와서 받아가!"
담임 서맹기는 할머니와 둘이 사는 이경순과 나를 교탁으로 불러 빛바랜 블라우스와 유행 지난 원피스를 들려주며 뿌듯하게 웃었다.
"이경순이랑, 문현조는 은혜한테 고맙다고 해라! 은혜한테는 못 쓰는 옷이지만, 니들한테는 귀한 새 옷 아니겠니?"
[2019년, 현재]
나는 열두 살 이후로 레몬사탕은 입에도 대지 않는다.
다음 편 2화, 패스푸트진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