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는 부서진다 함께여야 버틴다

연대해야 강해지는 것, 노동조합

by 기록하는노동자
대한민국에서 노동조합을 시작한다는 것

대한민국은 법적으로 노동조합 설립이 보장된 나라다.
하지만 그 법이 신생 노동조합에게 주는 시련은 상상을 초월한다.

노조 설립 직후, 법에 명시된 근로시간면제, 체크오프(조합비 급여공제), 사무실 제공 등

기본적인 권리는 회사와의 합의 없이는 한 발짝도 쓸 수 없다.
노동조합은 결국 근무시간 외, 회사 밖에서, 자력으로 버텨야 한다.

거기에 노조를 설립한 위원장이 부당해고를 당하거나,
회사가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르는 일이 겹치면
노무사 비용, 변호사 비용까지 떠안게 된다.
이쯤 되면 ‘법이 허용한 권리’가 아니라 ‘견디기 위한 시험’에 가깝다.

그래서 노동조합은 연대해야만 한다.

내부 연대, 버티는 힘의 출발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연대란 ‘여럿이 함께 무슨 일을 하거나 함께 책임을 짐’이다.
노동조합 내부 연대는 그 정의 그대로다.
연대의 층이 두터워질수록, 노동조합은 더 강해진다.

우리 회사에는 노동조합이 없었다.
불만이 있어도 입을 닫고,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문화가 고착돼 있었다.
호봉제가 연봉제로 바뀌어도, 진급연한이 회사 맘대로 늘어나도
말 한 마디 못하고 견뎌야 했다.

그래도 공장 현장에서는 형·동생 부르며 버티던 조직문화가 있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마저 무너졌다.
무자비한 지시들 속에서 보상도, 위로도 없는 희생만이 반복되었다.

그렇게 노동조합을 만들었고, 400명이 넘는 동료가 함께했다.
하지만 강력한 회사의 흔들기 속에 100명 이상이 탈퇴했다.
남은 동지들은 버텼고, 그 연대의 힘으로 3년을 견뎌냈다.

노동조합이 강해지기 위해선
조합원 간의 연대와 결속을 끊임없이 확인해야 한다.
그 연결고리가 약해지는 순간, 회사는 반드시 그 틈을 노릴 것이다.

내부 연대를 위한 가장 기본: 꾸준한 홍보

노동조합 활동이 조합원들에게 보이지 않는다면,
아무리 열심히 싸워도 조용히 무너진다.

‘노동조합의 말 걸기, 대외홍보는 왜 중요한가’에서 대외 홍보를 다뤘지만,
내부 홍보는 그보다 더 중요하다.

노조는 조합원 누구나 주요 활동을 확인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갖춰야 한다.
우리는 문자, 유튜브, 홈페이지, 카카오플친까지 운영하고 있다.

홈페이지는 초기 구축비만 200만 원, 유지비도 연간 100만 원 이상이다.
부담스럽다면 카페나 플러스친구만으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가능하다면 홈페이지를 강력히 추천한다.
노조의 ‘기록’을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조합원 중 매주 홈페이지에 접속하는 비율은 10%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관심 있는 주제에는 50% 이상이 참여한다.
이건 무시할 수 없는 수치다.

문자가 뜸하고, 홈페이지에 글이 올라오지 않으면
‘이제 노조가 조용하네’라는 분위기가 퍼진다.
그 순간이 결속이 무너지는 순간이다.

늦은 밤 야근을 하더라도,
위원장과 간부들이 반드시 지켜야 할 일 중 하나는
‘조합원에게 노동조합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전달하는 일’이다.

외부 연대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조건

내부 연대만으로는 부족하다.
노동조합이 더 강해지기 위해선 외부 연대가 반드시 필요하다.

같은 업종의 다른 노동조합들과의 연대, 그리고 상급단체와의 연대는
산업 전체의 흐름을 이해하고, 우리가 모르던 방식과 전략을 배울 수 있는 기회다.

내부 사정으로 힘을 내기 어려운 노조에 다른 노조가 손을 내밀어줄 수도 있다.

우리는 상급단체 없이 싸워봤기에 외부 연대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체험했다.

언론·사회단체·정치권과의 네트워크 구축

외부 연대에서 빠질 수 없는 또 하나는 언론, 사회단체, 정치권과의 관계 맺기다.

특히 기자와의 연대는 중요하다.
우호적인 기자, 노동 이슈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주는 기자에게
자료를 공유하고 꾸준히 연락을 이어가야 한다.
노동조합의 존재를 사회에 알리는 데 언론은 가장 강력한 창구다.

정치권, 사회단체와의 연대는 더 어렵다.
특히 민간기업의 노조는 정치권 개입이 외압으로 오해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명백한 불법이나 부당함이 발생했음에도 제도가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라면
그들이 움직일 수밖에 없다.

그때를 위해, 지금 메일을 보내고, 지금 모임에 참석해야 한다.
연대는 사건이 터진 후에 맺는 게 아니라, 미리 준비하는 관계다.

우리가 늦게 배운 만큼, 더 강하게 연대하겠다

이 모든 연대는 결국
노동조합이 위태로울 때 버틸 수 있는 든든한 방패막이가 된다.

우리는 조금 늦게 알았다.
하지만 몸으로 배운 연대의 힘을, 이제는 더 확실히 믿고 실천하고 있다.

우리의 경험이 다른 노동조합에 작은 버팀목이 되기를 희망한다.

001.jpg 매월 발행하는 노동조합 주요활동보고 첫장
20250716_작년 5월 27일 여의도 유진빌딩 앞 부당해고 철회 및 단체협약 체결 촉구 집회모습 .JPG 24년 5월 27일 여의도 유진빌딩 앞 부당해고 철회 및 단체협약 체결 촉구 집회에 참석한 노동조합 간부와 화학노련 동지들


이 글은 기록되지 않으면 사라질 노동조합의 싸움에 대한 기록입니다.
공정한 사회를 위한 모든 목소리와 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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