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소결과에 검찰항고, 재정신청까지 한 회사
고소 소식을 듣다
2023년 5월 4일.
준법근무를 기반으로 한 권리수호운동을 중단한 날이자, 회사가 나와 사무국장을 구로경찰서에 형사 고소한 날이었다. 고소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나: 정보통신망법 위반,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교사
사무국장: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나는 평생 경찰이나 검찰에 피의자로 불려갈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뉴스에서만 보던 장면을 내가 직접 겪게 되다니, 그 사실 자체가 충격이었다. 노동조합을 만들고 활동하면서 법적으로 문제될 일을 피하려고 늘 조심했기에 더욱 믿기지 않았다.
고소장을 받아보니
6월 말, 경찰의 출석 요구 전화를 받고 정보공개포털을 통해 고소장을 열람했다. 변호사 상담을 거쳐 확인한 고소 내용은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1. 정보통신망법 위반
- 사내 그룹웨어 홍보팀 공용아이디에 불법 접속하여 기자 명단을 취득하고 보도자료 발송에 사용했다는 주장.
2.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및 교사
- 2022년 10월, 본사 상견례 무산 당시 1층 로비에서 회사 임원과 스피커폰 통화를 하던 장면을 사무국장이 촬영했고, 그 과정에서 통화 내용이 녹음되어 유튜브에 게재됐다는 주장.- 2020년 회식 자리에서 휴대폰 녹음이 켜진 상태로 자리를 비웠는데, 그 사이 대화가 녹음되었다는 주장.
특히 2020년 녹취는 내가 직장 내 괴롭힘 피해 사실을 노동위원회에 제출했던 증거였다. 그런데 그것이 형사고소의 근거가 된다는 사실은 납득하기 어려웠다.
첫 피의자 조사
피의자 조사는 2023년 8월 21일에 받았다. 배석한 변호사조차 “너무 무리한 주장”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경찰 조사는 길고 날카로웠다. 나는 사실관계를 조목조목 설명하며 반박했지만, 내 말을 믿어주는 기운은 느껴지지 않았다. 억울하고 분했지만 성실히 임했다.
3시간에 걸친 조사를 마치고 나니, 회사가 주장하는 법 위반의 법정 형량이 눈에 들어왔다. 정보통신망법은 3~5년 이하, 통신비밀보호법은 10년 이하 징역형. 만약 사실이었다면 두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기에 담담히 임할 수 있었다.
경찰·검찰의 판단과 회사의 집요한 대응
경찰은 사건을 갈랐다.
정보통신망법: 기소 의견 송치
통신비밀보호법: 불기소 의견 송치 (사무국장도 동일)
이후 검찰은 2024년 3월 29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에 대해 혐의없음(증거불충분) 처분을 내렸다. 그런데 회사는 이에 불복해 검찰항고를 했고, 기각되자 다시 재정신청까지 했다. 그러나 역시 기각됐다.
정보통신망법 혐의도 결국 2024년 11월 21일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됐다. 하지만 회사는 또다시 검찰항고를 했고, 2025년 2월에는 재기수사명령까지 내려져 사건이 다시 진행됐다.
행정법원의 판결
2025년 6월 26일, 서울행정법원은 나의 부당해고 소송에서 회사가 주장한 해고 사유를 인정하지 않았다. 판결문은 이렇게 정리했다.
기자 명단 사용은 고의적 침입으로 보기 어렵고, 증거도 없다.
상견례 영상 촬영은 조합원들에게 알릴 필요성이 있었으며, 정당한 노조 활동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
취업규칙 위반이 있다고 해도 징계사유로 삼을 수 없다.
이 판결문은 변호사가 직접 서울남부지검에 제출해주었지만, 8월 말까지도 수사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악인”으로 몰린 위원장
노조가 만들어지자, 회사는 나를 끊임없이 악인으로 몰았다.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
회사 그룹웨어를 침투한 해커
도청·감청을 일삼는 자
회사 명예를 실추시킨 자
그런 이미지가 씌워졌다. 그러나 그 어떤 혐의도 법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
노조를 시작한다는 것은
대한민국에서 노조를 시작한다는 것은,
특히 없던 회사에 노조를 세운다는 것은 이렇게까지 무서운 일이다.
법은 결국 보호해 주지만, 그 과정의 시간은 너무 길다.
경제적·정신적 피해를 버티는 것은 고스란히 개인의 몫이다.
조합원과 연대가 없었다면 나는 진즉 무너졌을 것이다.
끝까지 외칠 것이다
나는 여전히 믿는다. 법과 제도가 조금만 더 강화된다면 기울어진 운동장은 평평해질 수 있다고.
나의 복직 여부와 관계없이, 나는 끝까지 외칠 것이다.
노조를 세우려는 사람들이 지금보다 덜 두렵게 시작할 수 있도록.
그리고 다시는, 해고와 고소로 노동조합을 무너뜨리려는 시도가 통하지 않도록.
이 글은 기록되지 않으면 사라질 노동조합의 싸움에 대한 기록입니다.공정한 사회를 위한 모든 목소리와 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