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_기록은 계속된다

출근대신 기록한 3년 동안의 사건

by 기록하는노동자
법을 통해 확인한 현실

지난 3년여의 시간은 내게 법의 한계를 똑똑히 확인하게 한 시간이었다.

노조법은 단결권을 보장한다 했고, 근로기준법은 근로조건이 동등한 지위에서 정해져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부당해고, 부당노동행위, 지연되는 행정·사법 절차 속에서 내가 본 건 법은 약자를 보호하기에는 지나치게 느리고, 사용자는 그 시간을 버티는 데 능하다는 사실이었다.

기록하지 않으면 잊힌다

그런 현실을 마주하면서, 나는 기록을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다. 기록하지 않으면 금세 잊히고, 잊히면 다시 반복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쓰다 보니 감정이 앞서기도 했다. 억울함과 분노, 피로와 희망이 글 곳곳에 묻어났다. 돌이켜보면 좀 더 차분히, 객관적으로 남겼어야 했다는 반성도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솔직한 감정조차 기록의 일부이자 진실이다.

과거는 기록으로, 미래는 준비로

이제 지난 3년여의 기록은 글로 남았다. 그러나 이것이 끝은 아니다.

앞으로의 시간, 단체협약 이후의 임금교섭과 남은 과제들을 다시 채워 넣어야 한다.

기록은 과거를 정리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는다.

기록은 미래를 준비하는 시작이다.

기록문학에 대한 생각

나는 노동조합의 기록을 단순한 일지라 부르고 싶지 않다.

이것은 기록문학이다.

기록문학은 개인의 경험을 넘어, 세대와 세대, 사람과 사람을 잇는 힘이다.

훗날 누군가 이 글을 읽는다면, “그때 그 싸움은 이렇게 시작됐고 이렇게 이어졌구나” 하고 확인할 수 있는 증언이 된다.

나는 그 무게를 안고 계속 써 내려가려 한다.

기다림의 불안, 연대로 버틴 시간

사람은 기다림이 길어질수록 불안해진다. 노동조합도 마찬가지다.

회사가 교섭을 지연하거나, 재판이 몇 달씩 미뤄질 때마다 조합원들의 마음은 흔들렸다.

기다림은 곧 불안이었고, 불안은 조직을 무너뜨리는 힘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연대로 버텼다.

서로의 불안을 나누고, 거리에서, 회의실에서, 법정에서 함께 있었다.

그 연대 덕분에 지금의 협약과 기록이 가능했다.

앞으로는 이 불안조차도 더 제도적으로, 더 조직적으로 극복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기다림에 휘둘리지 않는 힘을 만들어야 한다.

기록은 계속된다

나는 안다. 지금의 이 기록이 법을 바꾸지도, 사회 전체를 흔들지도 못할 것이다.
그러나 명확히 남겨두는 순간, 누군가는 읽고, 전달하고, 확산할 것이다.
그 작은 바람이 모여 언젠가 변화를 움직이는 씨앗이 되리라 믿는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기록한다. 기록은 멈추지 않는다. 기록은 계속된다.

KakaoTalk_20250824_234214688.jpg 2023년 11월...처음으로 조합원들과 한국노총 집회에 참석했었다
이 기록은 단지 나의 하루가 아니라, 수많은 노동자의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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