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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서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2025년 10월 06일 ~ 10월 12일 주간기록

by 기록하는노동자

이번 주는 ‘멈춤’의 시간이었다.

쉬지 못해 아프고 아프니 비로소 멈출 수 있었다.

멈추고 나서야 보이는 것이 있다.

동지들의 말, 가족의 기침, 그리고 내 마음의 속도.

다시 일상으로 나아가기 전에 그 모든 것을 한번 더 되새긴다.




10월 6일, 불안의 그림자

뭐든 꺼놓기로 마음먹고 지낸 지 사흘째.
처음엔 해방감이었는데, 이제는 머릿속에 불안이 스며든다.
‘이렇게 있어도 되는 걸까?’


임금교섭 설문조사는 잘 진행되고 있을까?
신경 쓰지 않으려 하지만, 어느새 참여율을 확인하고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응답자 중 3분의 1이 자유의견란에 글을 남겼다.
응원의 말, 현실적인 제안, 진심 어린 격려들.


동지들의 메시지가 피로했던 마음에 약처럼 스며들었다.
잠시 멈춘 시간 속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함께였다.

10월 7일, 마음은 낫고, 몸은 아프다

목이 칼칼해지더니 컨디션이 급격히 나빠졌다.
여름 내내 에어컨 바람에도 멀쩡하던 몸이 이제 와서 감기에 걸렸다.


지친 마음은 조금 회복됐는데 몸이 대신 아프기 시작했다.
참 묘하다.
쉬면 마음은 낫고, 움직이려 하면 몸이 아프다.

10월 8일, 아프다는 건 멈춘다는 뜻

오후부터 몸이 늘어지고 기침이 잦다.
열은 없지만 몸살 기운이 겹쳤다.
누우면 기침이 심해서 앉은 채로 졸다가 겨우 눕는다.


1년에 한 번쯤 꼭 이런 식으로 앓고 넘어간다.
올해는 그냥 넘어갈 줄 알았는데,
역시 몸은 마음보다 솔직하다.

10월 9일, 평일 전날의 기적

하루 종일 아팠다.
그런데 저녁이 되니 몸이 슬슬 나아진다.
신기하게도 나는 늘 그렇다.


주말이나 휴일엔 죽을 듯 아프다가,
평일이 되기 전날이면 꼭 움직일 만큼은 회복된다.
미스터리한 몸뚱이다.
직장인의 생체리듬이란 참 정직하다.

근데 난 지금 직장인인가? 아닌가?

혼란스럽다.

10월 10일, 다시 정리되는 마음

아침, 병원 오픈런을 했는데도 한 시간 넘게 기다렸다.
진찰 결과 목과 코가 심하게 부었다고 했다.
주사 한 대 맞고 약을 먹으니 코맹맹이 소리만 남았다.


컨디션이 돌아오자, 일도 다시 손에 잡힌다.
조합원 설문결과를 바탕으로 임시총회를 준비하고 공지를 냈다.
한국전자투표 시스템에 투표절차를 등록하고 비용도 결제했다.

임시총회 안건은 이렇다.

“조합은 조합원 의견을 바탕으로 회사의 위임 요청을 포함한 다양한 대화방식을 검토하며, 상호 신뢰 회복과 실질적 타결을 목표로 교섭을 진행한다. 구체적 대응은 위원장에게 위임한다.”

조합의 총의가 모이면 실행할 액션플랜도 준비해야 한다.
월례조회 자료, 임금교섭 문안, 월요일 공문까지.


긴 휴식 끝에 마음이 맑아졌다.
아프고 나니 오히려 머리도 가볍다.
뭘 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10월이 열흘이나 지났다.
조급함을 조금 내려놓을 때다.

10월 11일~12일, 다시 일상으로

연휴가 길었던 탓일까, 주말이 주말 같지 않다.
내 감기가 아이에게 옮은 듯하다.
괜히 미안하다.


긴 쉼이 끝나간다.
다시 일상이 시작되면
그 속의 노사관계는 또 어떤 모습일까.


막연한 긴장감 속에서도
나는 다시 걸음을 준비한다.

출근대신기록하는노동자의주간일지10.jpg 가을 명절 맞이로 가족과 즐거운 시간도 보냈다...전어는 맛있었다. 고등어도...


이 기록은 노동존중사회를 위한 노동자의 기록이며, 모든 연대를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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