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은 끊겼고, 식량은 떨어졌다. 살아남은 사람은 현지와 나, 단둘뿐.
캄캄한 우주 한가운데서 7일 동안 버티고 있다.
처음 우리가 우주로 떠난 이유는 새로운 행성을 탐사하기 위해서였다.
다섯 명이 우주선을 타고 출발했다.
각자 임무가 분명했다.
한 대원은 우주선 밖에서 행성을 확인하고, 또 다른 대원은 장비를 점검했다.
현지와 나는 제어 시스템 앞에서 데이터 분석을 하고 있었다.
그날, 우주선은 이상 징후를 감지했다.
"이건... 태양풍인가?" 한 대원이 말했다.
그가 데이터를 분석하던 도중 우주선 내부에 강한 진동이 일어났다.
경고음이 울리고, 시스템 패널이 붉은빛으로 변했다.
"방사선 수치 급상승! 보호막이 파괴됩니다!"
우리의 우주선은 예상치 못한 태양풍에 노출되었고, 방사선이 갑작스럽게 시스템에 문제를 일으켰다.
몇 초 만에 장비가 오작동하기 시작했고, 산소 공급 시스템 일부가 손상되었다.
예상치 못한 일에 대원들은 패닉에 빠졌다.
"우선 대피해야 해!" 내가 외쳤다.
현지는 곧바로 비상 기구로 향했고, 나는 남은 대원들에게 알리기 위해 몸을 돌렸다.
그러나 대원 중 두 명은 이미 방사선에 치명적인 노출을 당해 쓰러진 상태였다.
"빨리 타! 시간이 없어!" 현지가 외쳤다.
우리는 비상 기구에 탑승했지만, 이미 가용 산소는 한정적이었다.
출발 전 마지막으로 창을 통해 우주선을 바라보았다.
다른 대원이 뒤따라오지 못하는 것을 확인하며 문을 닫았다.
비상 기구는 우주선에서 멀어졌지만, 문제는 끝이 아니었다.
우리는 빠르게 에너지를 소진했다.
연료는 절반도 채 남아 있지 않았고, 비상 기구의 보호막은 극한의 환경을 견디기에 부족했다.
"현지, 산소량이 얼마나 남았어?"
현지는 데이터를 확인하며 고개를 저었다.
"이대로면 이틀. 그 이상은 어려울 거야."
그 말을 듣는 순간 공기가 더 무겁게 느껴졌다.
우리는 필사적으로 우주선 잔해를 뒤지는 무전을 시도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정적뿐이었다.
이틀 이상은 어려울 거라는 현지의 말과 다르게 우리는 6일이 지난 지금까지 버티고 있었다.
그러나 산소 배급은 끝난 상황이었다. 정말 마지막이었다.
"기억나? 우리 처음 비행했을 때 말이야."
침묵만이 가득한 캡슐 안에서, 현지가 창밖을 내다보며 말했다.
현지가 갑자기 옛 추억 이야기를 꺼내자, 나는 의아한 마음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나는 그제야 현지의 의도를 깨달았다.
"기억나지. 그땐 설렜잖아. 나는 사실 무섭기도 했고."
현지는 내 얼굴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그때는 내가 이 일을 시작한 게 자랑스러웠어."
"지금은 자랑스럽지 않다는 거야?"
현지는 잠시 뜸을 들이다 말했다.
"이젠... 후회라는 걸 해보고 싶어."
그 말 이후 현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비상 기구의 스위치를 다시 눌렀다.
그러나 연료는 이미 바닥난 상태였다.
내 손을 잡은 현지가 나지막이 말했다.
"그만해."
"왜!"
나는 울분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왜 끝까지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건데!"
현지는 조용히 말했다.
"여기서 뭘 한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어. 괜히 힘 빼지 마."
그의 말이 틀리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억울했다.
현실을 직시하게 되는 것이 너무나 서러웠다.
"그럼... 그냥 가만히 있다가 죽자는 거야?"
그 순간, 우주에서 알 수 없는 파동이 일었다.
비상 기구는 맥없이 흔들리고 떠밀려갔다.
우리 둘은 무중력 속에서 뱅글뱅글 회전했다.
현지는 내 손을 단단히 잡았고, 나는 두 눈을 꼭 감은 채 비명을 질렀다.
한 시간이 지났을까.
비상 기구 안은 먹은 것도 없는데 구토물로 엉망이 되었고, 냄새는 견딜 수 없을 정도였다.
멀리서 빛이 비쳐왔다.
그 환한 빛을 따라 고개를 돌리니 무전기가 '치직'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비틀거리는 손으로 무전기를 찾아냈다.
"여기는 BAT201 비상 기구입니다. 들리십니까?"
'치직치직.' 희미한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정신을 차리고 바라본 곳에는 우리가 타고 온 BAT201 우주선이 있었다.
현지와 나는 서로를 마주 보며 작게 웃었다.
그리고 손을 단단히 맞잡았다.
이미 다가올 일을 예감하고 있었다.
"괜찮을 거야." 현지가 말했다.
우주선과의 충돌이 시작되었다.
비상 기구의 유리에 금이 가고, 우리는 또다시 빙글빙글 회전했다.
나는 현지의 손을 놓지 않은 채 눈을 꼭 감았다.
눈물이 흘렀다.
우리의 마지막은 후회와 죽음으로 남았다.
현지가 죽은 뒤, 나는 간신히 목숨을 부지했다.
하지만 살아 있다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죽음의 그림자 속에서 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