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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

세상에는 오직 진실만 존재한다.

by 서리가내린밤

2년 전, 심대영 박사는 행방불명되었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하던 중, 어느 날 놀이공원에서, 하교하는 아이들 사이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사건은 점점 잊혀져 갔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사람이 있었다. 오진아 형사였다. 그녀는 “하이에나”라 불렸다. 한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 성격 덕분이었다.


그 사건을 처음 알게 된 건, 2년 전, 봄비가 내리던 밤이었다. 파출소로 맨발로 뛰어든 아이, 얼굴은 엉망이었고 몸은 멍투성이었다. 아이는 몸을 떨며 오진아 형사의 바지자락을 붙잡았다.


“이름이 뭐야? 힘들겠지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줄 수 있겠니? 이모가 꼭 잡아서 혼내줄게.”


아이의 이름은 연우였다. 혼자가 아니었다.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있었다고 했다. 심대영 박사는 아이들에게 “말 잘 들으면 좋은 곳으로 데려다줄게”라며 협박하고 세뇌했다. 연우는 연구실 어딘가에서 공중전화박스를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 말이 중요한 단서가 되었다.


오진아 형사는 2년 동안 집요하게 수사를 이어갔다. 매일같이 심 박사의 연구실을 쫓아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연구실 근처에서 전화벨 소리가 들렸다. 이상했다. 연우가 말했던 공중전화박스에서 울리는 소리였다. 조심스레 다가가 수화기를 들었다. 그 순간, 눈부신 섬광이 번쩍였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모든 것이 달라져 있었다. 그녀의 차는 사라졌고, 도시의 전광판에는 심대영 박사의 얼굴이 떠 있었다.


“세상에는 오직 진실만 존재합니다. 당신이 하는 말이 곧 진짜입니다.“


이해할 수 없는 문구였다. 상황을 파악하려 동료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신호가 잡히지 않았다. 택시를 타고 경찰서로 향했지만, 택시 기사는 이상한 말을 건넸다.


“요즘 방송 잘 보고 있습니다. 밥 좀 잘 챙겨 드세요.”


경찰서에 도착하자, 동료들이 반갑게 웃으며 그녀를 맞았다. 하지만 무언가 이상했다.


“오진아 앵커님, 여기까지 직접 취재를 오시다니! 아직도 현장 나가시는군요.”


앵커? 장난인가? 오진아는 농담하지 말라고 했지만, 파트너는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워했다. 심지어 팀장도 그녀를 ‘앵커’라 불렀다. 경찰서 정보실에서 자신을 검색해 보니 믿을 수 없는 사실이 나왔다.


이곳은 대한민국이지만, 그녀가 알던 대한민국이 아니었다. 평행우주였다. 말하는 것이 진실이 되는 세계, 모든 사람이 자기 말이 진짜라 믿으며 다투는 기묘한 현실이었다.


그녀는 이곳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시 연구실로 향했다. 공중전화박스를 붙잡고 기다리던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수화기를 들자, 또다시 섬광이 번쩍였다. 그리고 그녀는 원래의 세계로 돌아왔다.




하지만 돌아와 보니, 경찰서에서 파트너는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때, 뜻밖의 소식이 전해졌다.


“심대영 박사를 잡았습니다.”


현장으로 갔더니, 우리가 찾던 심 박사가 틀림없었다. 하지만 진짜인지 확인해야 했다. 오진아 형사는 파트너와 함께 다시 연구실로 향했다. 공중전화가 울리길 기다리며.


“이제 그만하시죠.” 파트너는 지친 듯 말했지만, 오진아는 “조금만 더 기다려.“라고 답했다. 바로 그때, 공중전화 벨이 울렸다. 이번엔 파트너가 먼저 수화기를 들었다. 섬광이 지나가고, 파트너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세상에는 오직 진실만 존재합니다. 당신이 하는 말이 곧 진짜입니다.“


“이게… 대체 뭐죠?”


그의 얼굴이 당혹감으로 물들었다. 오진아 형사는 미소를 지으며 방송국으로 향했다.


“심대영 박사를 찾아.”


방송국 내부는 바빴다. 정장을 입고 사원증을 찬 아이들이 움직였다. 그때 한 아이가 오진아 형사에게 다가왔다.


“오진아 앵커님, 세팅 안 하십니까? 생방송 15분 전입니다.”


기회를 잡았다. 이곳의 오진아 앵커는 사라진 듯했고, 그녀는 대신 앵커가 되어 방송을 진행하기로 했다.


한편, 파트너는 심 박사가 있는 국장실로 향했다. 심 박사는 그를 별다른 경계 없이 맞이했다. 긴장감이 흘렀다.


드디어 생방송이 시작되었다. 오진아 형사는 큐시트를 훑었다. 하지만 방송 내용을 그대로 읽으려던 그 순간, 전혀 다른 말을 내뱉었다.


“긴급 속보입니다.”


그녀는 사람들이 믿어 온 ‘진실’이 사실은 조작된 거짓이며, 심 박사가 다른 우주에서 온 범죄자라고 폭로했다. 예상과는 다르게, 사람들이 술렁이며 그녀를 주목했다.


방송이 끝나고, 장정들이 그녀를 붙잡으러 몰려왔다. 멀리서 심 박사와 파트너가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오진아 형사는 연구실로 도망쳤다. 마침내 공중전화벨이 울리자, 그녀는 전화를 향해 달려갔다. 심 박사와 파트너도 뒤따라 연구실로 향했다.


문이 닫히는 순간, 오진아 형사와 파트너는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심 박사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왜 웃는 거지?”




파트너는 수갑을 꺼내 심 박사의 손목에 채우며 말했다.


“Welcome. 대한민국.”


사실, 오진아 형사는 1년 전부터 공중전화박스를 이용해 실종된 아이들을 대한민국으로 돌려보내고 있었다. 심 박사의 계획을 무너뜨리기 위한 준비는 이미 끝나 있었다.


공중전화박스가 왜 울리는지, 그곳으로 어떻게 넘어갈 수 있는지, 그 진실은 심 박사가 알고 있을 것이다. 그 입을 열어야만 했다.


모든 것이 끝났다. 공중전화박스 안에서, 심 박사는 패배를 깨닫고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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