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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에서 시대의 아픔을 마주하다

by 송지영
브런치북 <널 보낼 용기>를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책 《널 보낼 용기》 출간 후, 완성된 이야기의 흐름을 존중하고자 일부공개로 변경합니다.
이어지는 서사는 책 《널 보낼 용기》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사실 약을 복용하면서 강도 높은 학교의 일과를 모두 해낸다는 게 불가능했지만 딸은 해내고 싶어 했다. 모든 정신질환 치료의 기본은 뇌를 쉬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약을 먹고 잠이 오는 것은 당연한 반응이다. 그러나 아이는 학교에서 내내 자는 자신을 증오했다. 딸은 쏟아지는 잠 때문에 뭘 할 수가 없다며 좌절했다. 급기야 내가 자신을 살리기 위해 하는 일들이 더 자신을 비참하게 만든다고 분노했다. 딸을 살리기 위해 애를 쓰면 쓸수록 우리 사이는 멀어져 갔다. 어떤 것이 아이를 진정으로 위하는 것인지 길을 잃은 채 깜깜한 터널 속에 멈춰서 있는 날이 지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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