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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시, 혼자 쓰는 4.53
길을 걸었다
너를 발견했지만
손을 흔들지 않았다
고개를 끄덕이지도 않았다
넌 날 보곤
얼굴을 피며
인사를 해 줬지만
난 그렇지 않았다
다음날
길을 걷다가 너를 보았다
너를 보았지만
손을 흔들지 않았다
고개를 흔들지도 않았다
넌 날 보곤
얼굴을 피며 인사해줬지만
난 그렇지 않았다
다음날
길을 걷지 않았다
앉아있었다
네가 다가왔다
너는 인사를 했다
소리 없이 중얼거리 너의 목소리는
어딘가로 파묻혔지만
깊게 울린 너의 손짓은
눈을 통과했다
다음날
걷지 않았다
근처에 앉아
하늘을 보고 있었다
네가 다가왔다
너는 인사를 하지 않았다
다만,
다만, 내 옆에 같이 앉아주었다
다음날
조차 나는 걷지 않았다
그러나 걷지 않아도 걷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