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유리 파편

no.5

by 해진 Haezin Mar 09. 2025
아래로

시간이 지나면

흐려진다고 믿었지만

흐려지는 것은

나의 기억뿐이었다


내 눈물이

네 눈빛을 닮아간다는 것을

알아차렸을때


유리에 비친 내 모습은

흐릿한 그림자에서 멈춘다


그 상처는

시간 속에서 말라붙고

남은 흉터만이

나를 기억한다


시간은 나를 지워버리려

한다


나는 그 속에서

길을 잃었고

돌아오지 않을 질문을

외치고 있다


내 눈은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는다


어둠 속에서 나를 찾으려는

눈빛 속 남은 잔해들만이

쌓여간다


오래된 시야의 그림자마냥

그 속에서 흐르는 눈물은

오래된 기억이 흐르는 강처럼


너무나도

차갑고 쓸쓸하다


날카로운 칼날에 감정들은

쉽게 베여나간다


어둠만이 나를 감싸고

눈빛은 나를 비추지 못한다


그 눈빛 속에서 나는

나를 조금씩 잃어가며


그 속에 존재했던 나는

이미 먼 곳에 있다

이전 04화 고립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