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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재오 Sep 20. 2024

38세 일본인 A 씨는 꽤 미남이다

[소설] 아소산, 오토바이, 그녀 1-3

15대 달라이라마는 과연 누구인가? - 2029년 5월 15일, KBC 보도


티베트 불교의 사무국인 간댄포당에서, '중국 정부에서 추대한 15대 달라이라마는 절대 인정할 수 없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으며 갈등이 커지는 양상입니다.


중국에서 지명한 15대 달라이라마, 겔첸 텐파(Geltsen Tenpa)는 중국 칭다오 출신의 15세 남자로, 선대 14대 달라이라마(텐진 가쵸)가 사망하기 전에 태어났다는 점 때문에 티베트 불교의 전통에서 벗어난다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달라이라마는 관세음보살의 화신으로 여겨지며, 티베트 불교의 최고위 승려로서, 가톨릭교에서의 교황과 비슷한 지위입니다. 기독교에서는 차기 교황을 투표로 선출(Conclave)하는 반면, 티베트 불교에서는 달라이라마가 윤회한다고 믿고 그가 환생한 어린아이를 찾아내어 적법한 심사를 통해 선출하는 독특한 방식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즉, 1대 달라이라마 겐둔 드루파가 1474년 사망한 이래로 모든 달라이라마는 겐둔 드루파가 윤회하여 환생한 것으로 믿어졌습니다. 하지만 칭다오 출신의 중국인, 겔첸 텐파는 14대 달라이라마가 사망하기 전에 출생하였으므로 최초의 '환생자'가 아닌 달라이라마가 되는 셈입니다.


이미 망명 티베트 정부는 전통을 훼손하는 중국의 공작을 막아달라고 국제사회에 요청한 바 있습니다. 그들은 "14대 달라이라마, 텐진 가쵸가 후대 달라이라마의 선정에 대한 중국의 개입을 우려하여 생전에 비밀리에 작성한 '후대 환생자에 대한 서면 지침'에도 '겔첸 텐파'는 부합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데, 선대 달라이라마는 앞서 말한 '지침'에 "자신은 사망 이후 '중국과 티베트 등, 아시아 국적이 아닌 여성'으로 환생할 것"이라고 명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친중국 성향의 '티베트불교 환생자 공인 위원회'에서는 "제14대 달라이 라마는 반중 분열 활동을 일삼는 정치적 망명자일 뿐이었다"며 "비록 선대 달라이라마가 환생자를 찾을 수 있는 증거를 남기고 그에 따라 후대 달라이라마를 선정하는 것이 티베트 불교의 전통이기는 하나, 14대 달라이라마의 종교적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지침' 자체를 평가절하하려고 시도하여 더욱 논란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심지어 위원 중 일부는 회의에서 "15년 전, 선대 달라이라마들의 영혼이 빠져나와 중국의 달라이라마인 겔첸 텐파의 몸으로 넘어왔고, 그 영향으로 선대 달라이라마가 그렇게 비정상적인 행보를 보인 것"이라는 발언을 했다고 전해집니다.


또한 역시 친중국 성향의 온라인 티베트 뉴스 서비스 ‘중국서장망(中國西藏網)’은 망명 티베트 정부가 환생자라고 인정한 15대 달라이라마, 즉, 미국 국적의 흑인 여아 아마라 존슨(Amara Johnson) 양에 대한 기사에서, "14대 달라이라마 '텐진 가쵸'가 생전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여성으로 전생할 경우 '매우, 매우 매혹적'일 것'이라 해서 구설수에 오른 바 있는데, 기껏 흑인 여아를 선택했을 리는 없다"는 베이징대 교수의 인종차별적인 주장을 실어 더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미국 워싱턴시에서 2027년, 그러니까 14대 달라이라마가 사망한 직후 태어난 아마라 존슨 양은, 돌도 되기 전에 티베트어로 유창하게 대화할 수 있었던 비범한 소녀입니다. 그녀는 2세 생일에, 자신은 달라이라마의 환생자이니 최대한 빨리 티베트로 돌아가야 한다고 부모에게 말했다고 합니다.


그녀의 불가사의한 이야기가 전해져, 마침내 그녀가 '달라이라마의 환생자'인지 확인하기 위해 티베트 승려들이 몰래 그녀를 찾아갔는데요. 아마라 양은 멀리서부터 그들을 알아보았으며 승려들의 이름을 스스럼없이 부른 뒤 집으로 초대해 준비한 차를 대접했다고 합니다. 그녀는 찾아온 승려에게 "나의 염주를 돌려줄 시간"이라고 말했고, 이는 텐진 가쵸가 작성한 '후대 환생자에 대한 서면 지침'에 기술된 내용 그대로였다고 하네요.




한편, 누가 적법한 계승자인가라는 논란에 한 과학자가 '해법'을 제시하여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영혼은 신체 외부에 막처럼 존재하는 전기적 데이터'라는 주장을 펼쳐온 인도의 영혼 관련 과학자 디파크 사티(Dipak Sati)는 "15대 달라이라마의 중국인 후보와 미국인 후보의 영혼 데이터 용량을 비교하면 '누가 진정한 달라이라마의 환생자인가'에 대해 검증이 가능하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디파크 사티 박사는 신체 외부에 '오오라'처럼 몸을 감싸고 있는 전기장이 바로 영혼이라고 주장해 온 과학자입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영혼은 지내온 세월에 따라 데이터가 누적됨으로써 용량이 증가하기에,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생아의 경우 영혼의 용량이 1 PB도 안 되는 반면, 30대 성인의 평균 용량은 40 PB(페타바이트: 1PB는 1,000TB, 천 테라바이트)에 이른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선대 달라이라마의 영혼이 계승된 환생자라면, 전생의 경험으로 누적된 영혼의 용량이 고스란히 이전되었을 것이므로 '연령별 영혼 데이터 예측값'을 한참 벗어나는 큰 용량으로 측정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디파크 사티 박사의 2027년 논문, '환생자들의 영혼 데이터 측정 결과 보고'에 따르면, 이른바 죽은 뒤 다시 태어났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중 일부는 영혼, 즉 전기장의 크기가 최대 430 PB, 그러니까 성인 용량의 10배까지 측정되었다고 합니다. 일견 허무맹랑한 주장으로 들리는 만큼 한때는 사기꾼으로 몰리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의 주장을 학계에서도 인정하는 분위기라고 합니다.


이미, 디파크 사티를 추종하는 과학자 집단은 며칠 전 아마라 존슨 양의 동의를 얻어 피부 외부 전기 데이터 용량을 '비공식적으로' 측정하였다고 밝혔으며 그 값은 기존에 측정된 수치를 한참 뛰어넘는 4,800 PB, 즉 4.8 엑사바이트로 추정되고 그 전기장의 두께만 30cm에 이른다고 발표했습니다.


과연 영혼은 뇌에 있지 않고 우리의 피부 밖에 있는 것일까요? 그리고 디파크 사티 박사의 주장대로 만약 영혼이 '독립적인 전기적 데이터'가 맞다면 중국의 달라이라마, 겔첸 텐파의 용량은 얼마나 될까요?


KBC 뉴스, 허련은입니다.


https://www.hyunbu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415443




J는 퇴근하여 사람을 빌리는 것에 대해서 조사했다. 역시 휴머노이드를 빌리는 것에 비해 돈이 많이 든다는 것 빼고는 다들 만족스러웠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어서 J는 안심할 수 있었다.


- 움직임이 휴머노이드에 비해 자연스럽다.


휴머노이드에 들어가는 것보다 움직임이 자연스러워서 만족스러웠다는 후기는 공통적이었다. 하기야 영혼에서 보내는 전기신호를 기계에 아무리 빨리 전달한다고 해도 결국엔 모터나 와이어가 작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필요하니 아무래도 사람보다는 굼뜰 수밖에 없을 테다. 휴머노이드로는 운전을 못 하도록 막아 둔 것도 사실 이런 지연 시간(latency) 때문이었다는 것을 J는 알게 되었다. 간혹 수 밀리초의 차이에서 사고가 비롯되기도 하니 '법적 책임 소재' 때문에라도 기계로 운전할 수는 없게 되어 있었다.


- 남의 몸이라 하더라도 썩 부자연스럽지 않다.


자기 몸이 아닌데 행동하기에 어색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는데, 대부분은 수월히 움직여졌다고 후기를 남겼다. 타인의 몸에 적응해 원래 자기의 몸처럼 여겨지는 과정이 꽤 흥미로웠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심지어 몇몇 사람들은 자기의 원래 몸으로 돌아오고 난 다음에 빌렸던 몸이 한참 동안 그리웠다는 후기를 남기기도 했다) J는 '자신이 손님의 입장이라는 걸 기억하고, 맘대로 움직이겠다고 고집을 부리지 말고 몸이 하려는 대로 잠자코 놔둬 버리는 것이 적응하는 데 더 도움이 된다'라는 조언을 기억하기로 했다.


- 자기의 몸으론 할 수 없었던 것들을 빌린 몸으로 능숙하게 해 보는 경험은 경이롭다.


S가 말했듯이 렌탈한 몸이 가진 능력을 빌려 쓴 경험이 가장 인상 깊었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키가 작은 사람이 키가 큰 사람을 빌려 평생의 소원이던 덩크슛을 해냈다는 글이 '신체 렌탈' 사이트에서 조회수 1위를 달리고 있었다. 그러니까 마치 유심은 그대로 두고 구형의 핸드폰에서 최신형의 핸드폰으로 바꾸고 그 쾌적함에 놀라고 만족하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감동적인 이야기도 많았는데 사고로 시력을 잃은 사람이, 다른 사람의 몸을 빌려 성장한 아들의 모습을 비로소 보게 되었다던가, 발레리나를 꿈꾸다가 근이영양증이 발병해 휠체어 신세로 지내야 했던 사람이 발레리나의 몸을 빌려 마침내 무대에 오른 이야기는 J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휴머노이드는 안전을 위해 '현재 영혼이 가능한 행위' 이내로만 작동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 이상은 로봇의 영역이다)


- 빌린 몸으로 경험한 일들은 영혼의 데이터에 남아 원래의 몸에 돌아오고도 일부 유지된다.


렌탈한 기간 동안 체득된 능력이 영혼의 데이터에 일부 남아서 원래의 몸에 돌아온 다음에도 그 능력을 쓸 수 있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연주가의 몸을 빌린 뒤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든가, 요리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든가 하는 이야기는 신비로웠다. 어느 연구에서는 노인이나 재활이 필요한 환자들을 정상인의 몸에 트랜스퍼시키면, 본인의 몸으로 돌아오고 난 뒤에 운동능력이 개선되고 회복 기간이 줄어들더라는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몸을 바꾸더라도 보통은 정체성의 혼란이 일어나지 않고, 서로가 각자의 몸으로 복귀한 이후, 두 사람 모두 특별한 후유증도 겪지 않는다는 점도 안심이 되는 내용이었다. 휴머노이드로는 불가한 여행지에서의 섹스나 음주와 같은 부분에서 장점을 찾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J에게는 크게 와닿지는 않는 이야기였다.




비로소 안심한 J는, 본격적으로 사람을 빌리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았다. 찾아보니 꼭 예전의 에어비앤비와 비슷한 포맷으로 몸을 빌리려는 사람과 빌리는 사람을 중개해 주는 사이트가 여럿 있었다. 사람을 빌리는 것을 '렌탈(렌털이 아닌)'이라고 부르고 있었는데, 검색어로 렌탈을 넣자마자 수많은 광고가 순식간에 화면을 가득 채워 J는 깜짝 놀랐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남의 몸을 빌리기를 원하고 있었고, 생각보다 활발하게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예상치도 못한 어마어마한 가격으로 시세가 형성되어 있었다.


S가 말했던 것처럼 사람을 빌리는 데 드는 돈은 기계를 빌리는 것과는 비교할 수도 없게 정말, 정말 많이 들었다. 일단 자기 몸을 타인에게 빌려주겠다고 내어놓은 사람들이 빌리려는 사람들에 비해 워낙 적었다. 아무리 렌탈 시장이 발전하며 안전장치가 많이 개발되었다고는 해도, 자기 몸을 남에게 빌려주는 것은 (젊은 운동선수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위험이 있는 일이니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몸을 빌리려는 사람들 모두가 좀 더 어리고 건강한 신체를 선호하기 때문인지 젊은 몸일수록 대여비는 곱절로 더 비싸졌다. 다만 렌탈이 허용된 최저 연령인 20세 근처 청년들의 시세는 그런 경향성을 아득히 초월할 만큼 초고가로 거래되고 있었는데 소문에는 돈이 많은 노인들이 20대의 청년들이 올라오는 족족, 싸그리 예약해 버리기 때문이라고 했다. (심지어 별다른 목적이 있어서도 아니라고 했다. 그저 청춘을 다시 한번 누리려는 목적뿐) 아예 노골적으로 그런 수요만 노리는 사람들도 있는지 몇몇 게시글엔 '노인 환영', '장기 임대 가능'이라는 자극적인 문구가 볼썽사납게 걸려 있었다.


돈이 많은 노인들과 청년들 간의 비밀스러운 거래를 상상하니 J는 왠지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J 역시도 선뜻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을 빌릴 엄두는 나지 않았다. ‘70대지만 매일 같이 등산하여 체력이 30대 못지않음’이라고 광고한 사람이라도, 막상 빌리고 나면 예상치 못하게 몸이 아파져서 여행 내내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못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아니, 아프기만 하면 다행이다) 아무래도 좀 더 비용이 들더라도 젊은 사람을 빌리는 것이 안전했다.


J는 '30대 중반-40대 초반의 아웃도어를 좋아하는 남자'로 조건을 설정해 찾아보았다. 그리고 잠시 고민하다가 조건에 '오토바이 운전면허 소지' 항목을 체크했다.




J는 준비했던 예산의 두 배를 들이고서야 한 일본인 남성을 예약하는 데 성공했다.


38세의 일본인 A 씨는 미혼으로, (사이트에 본인이 올려놓은 자료에 따르면) 177센티미터의 키에 72킬로그램의 '오토바이 라이더'였다. 빌리는 비용은 하루에 2,500달러, 일본의 규슈섬 이내에서만 지내야 하고, GPS를 통해 위치를 공개해야 하고, 현지 경찰에게 그 정보를 공유하는 데 동의해야 하며, 본인의 신체가 할 수 있는 역량을 벗어나는 행위가 우려되는 경우에는 즉시 경찰이 개입하는 데 동의해야 하고, 행여라도 신체가 손상될 경우, 임차인의 부담으로 일본 내에서 치료를 해주는 조건이었다.


머리를 길러 꽁지머리를 한 게 J의 맘엔 들지 않았지만, 객관적으로 썩 잘생긴 얼굴이었고, J에 비해 키는 좀 작았지만, 탄탄한 근육이 믿음직해 보였다. A는 원한다면 본인 소유의 2020년식 CRF 300도 대여할 수 있다고 적어두고 있었고 비용은 1일당 500달러였다. 사실 '나이에 비해' 비싸다는 느낌이 들긴 했지만, J로서는 A 씨 외에는 오토바이 면허를 소지한 사람을 찾을 수가 없었으므로 별 다른 대안이 없었다.


J는 일본 시각으로 4월 5일, 오전 10시부터 총 48시간 동안 A 씨의 몸을 쓰기로 예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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