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
세상에는 이상한 완벽주의자들이 있다. 그들은 생각만 바쁘다. 게으른 현실 속에서 정신만 내달린다. 그래서 늘 심신이 지쳐있다. 맞다, 내 이야기다. 공감한다면, 우리의 이야기다.
나는 잘 해내지 않을 바에는 안 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누구도 완벽을 요구하지 않았고, 자신도 타인에게 완벽을 요구하는 인간은 아니었지만 이상하게도 스스로 완벽을 기했다. 그럴수록 게을러졌다. 기이하게도 거창하게 잘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은 내 발걸음을 오히려 죄여 왔고 그래서 나는 생각의 침대 속으로 더욱더 한없이 빠져들었다. 그건 나의 기이한 버릇, 기벽이었다. 완벽을 위한 기벽.
어쩌지, 어쩌지, 어쩌지.라고 생각했다. 늘 불안했고 긴장되었다. 그런데 어떻게 되면 뭐 어떤가. 살아온 날들을 생각해 보면, 어찌 돼도 상관없는 선택과 순간들도 분명히 많았다. 나 혼자 거창하게 생각하고 받아들여서 두려워했지만, 실상 별것 아닌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나는 왜 그렇게 두려워했는가. 스스로를 몰아붙였는가.
몸은 주차해 두고 정신만 활주로를 질주하며 나는 수많은 일상 속의 차창 밖 풍경들을 놓쳐왔다.
이제는 더 이상 완벽을 위한 기벽을 행하지 않는다. 대신, 더 많이 시도하고 삶을 즐기려 노력한다. 완벽이 아닌, 곧 동이 틀 새벽을 꿈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