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한데 잠이 오지 않았다. 몸은 천근만근인데 뇌는 비상깜빡이를 켠 듯 도무지 잠에 들지 못했다. 때때로 그랬다. 나는 그럴 때면 두 눈을 감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려 애썼다. 그러나 그럴수록 아무 생각이나 내 머릿속을 쏟아져 내렸다. 좀처럼 잠들지 못하며 나는 투덜거렸다. 대체 왜 잠이 오지 않는 것인가, 왜.
두 눈을 감아도 어질어질했다. 쏟아져내리는 생각이 꿈인지 내 생각인지 헷갈렸다. 내 기억들이 어른거렸고 어디까지인지 모를 생각의 늪이 나를 끌어당겼다. 어느 만치 이르러야 이 생각의 종착역에 도착할까.
나는 오지 않는 잠을 쫓아가며 아무 생각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생각을 멈추려 생각이 멈춘 자신을 상상했다. 결국 깊이 잠들지 못했다. 눈만 감은 채로 수많은 생각에 스치다 일어난 아침은, 내가 잠들어 꿈을 꾼 것인지 깬 채로 고통을 센 것인지 몽롱함 그 자체였다.
나는 그렇게 불면과 불안, 불편의 트라이앵글 속에서 밤새 전전긍긍했다.
당연히 일상은 망가져갔다. 나는 예민해졌고 작은 일에도 큰 물결이 넘실거리는 것을 느꼈다. 조그마한 어항 같은 마음으로 그 큰 감정의 파도를 받아내며 넘어져 쏟지 않으려 애쓰는 조마조마한 하루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정작 생각을 해야 하는 때에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숙고해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에는 뇌의 피곤함에 생각을 회피했다. 결국, 점차 일상에선 될 대로 되라는 식의 아무 생각도 하기 싫다는 감정이 나를 지배했다.
생각하기 싫다는 생각, 이 얼마나 위험한 생각인가. 나는 문득 깨달았다. 어린 시절 나는 생각하는 것을 좋아해서 떠오르는 글을 수 없이 써 내려가고, 생각이 너무 풍부해서 하루 밤에도 꿈을 여러 개씩 꾸던 아이였다. 그런데 생각하기 싫다는 생각을 하는 어른이 되다니.
나는 다시 자세를 고쳐 앉아 나의 불면증과 불안증에 대해 고민했다. 회피하는 것은 나답지 않다. 정면으로 문제를 바라보기 힘들다면 측면에서 바라보고 조금씩 파고들면 된다. 나는 내 일상을 가득 채운 너무 많은 카페인, 걱정, 두려움, 긴장과 같은 불면과 불안, 불편의 요소들을 적어 내려가며 이것들을 대체할 목록을 고민했다.
그렇다.
생각하기 싫다는 생각,
중요한 것을 놓치고 불안에 떨게 하는 현실,
그 현실을 초래한 원인을 마주하는 데부터
문제 해결의 시작이다. 이 과정을 생략하고 괜찮아지길 바라는 것은 어쩌면 이기적인 것(자신만을 위하는 것)조차 못 되는 비겁한 마음 아닐까.
오랜만에 자신에 대해 진지한 생각과 고민을 거친 나는 생각다운 생각을 해본다. 그리하여 비로소 오늘 밤에는 깊이 잠들어 꿈속에서 봄을 맞이할 것을 기대해 본다.
생각이 너무 많아서
생각하기 싫다는 생각을 하는 이들이,
모두 편안한 밤을 맞이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