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것이 힘이다.라고 배웠다. 진짜일까? 세상을 살아가려면 알아야 하는 게 참 많다. 더 많이 아는 것이 더 유리한 사회니까, 일단 알아두면 도움이 된다는 신화가 팽배하다. 그래서 유용한 정보가 넘쳐나는 이 사회에는 이것저것 그걸 주워 담기 바쁜 현대인들이 쉴 새 없이 움직인다. 그러나 나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수없이 많은 정보의 호수 속에 깊게 잠식할수록 정말이지 더는 알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해 본다.
왜, 알고 싶지 않은가. 이유는 간단하다. 알면 알수록 괴로우니까. 물론,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것들은 알아둬야 한다. 세상을 살기 위한 필수적인 지식과 기능, 가치, 태도, 관점, 관념, 제도, 이론은 알아두어야만 한다. 그런 것들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나 그 이상의 수많은 조언과 충고, 사건, 사고 화젯거리, 각종 가십에는 음소거 버튼을 누르고 싶다. 왜냐면 그 수많은 새로운 앎들로 인해서 나는 조금씩 내 중심을 잃어갔기 때문이다.
과거의 나를 생각해 보면, 매일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나다운 나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별로 없었다. 더 나은의 나은의 의미에는 나의 기준보다는 세상의 기준이 훨씬 더 크게 자리 잡아 있었다. 그래서 세상의 중요한 기준에 관한 잣대를 있는 대로 끌어모아 최소한 그 평균치에는 이를 수 있는 인간이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이 알아야 했다. 더 많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신문 기사를 읽고 좋은 글귀를 복사하고, 유용한 영상을 구독해서 유익해 보이는 모든 것들을 저장하여 내 것으로 만들려 애썼다. 그러다 문득, 내 머릿속을 한 가지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이게 과연 중요한가?!
이게 과연 중요한가?
더 많이 아는 것이 중요한가?
더 많이 안다고 해서 무엇이 달라지는가?
내가 지금 여기서 이것을 더 아는 것이 내게 진정으로 필요한가?
나는 연이은 질문에 스스로 대답을 내릴 수 없었다. 두려웠다. 지금껏 내가 해온 것들이 모두 허튼짓이 되는 것만 같아서 괴로웠다. 사실, 대답은 너무나 명확했다. 아니요, 아니요, 아니요. 내가 즐겨찾기 해놓은 자료들과 다운로드해 둔 목록들은 정보가 아니라 유보였다. 언젠가 보리라 미뤄 뒀던 귀찮음과 게으름이었다. 그들 중 대부분은 두 번 다시 들여다보지 않은 것들과 않을 것들이었다.
그렇다. 그것들은 진짜 내게 필요한 지식이 아니라 그냥 내 정서적 만족을 위한 마음의 양식이었다. 더 많이 알고자 노력했던 내 행위들은 차라리 내 마음의 안위를 위한 일종의 종교적 의식에 가까웠던 것이다. 이쯤 되자 나는 헛웃음이 났다.
나는 머릿속을 높은 파도가 헤집고 지나간 것처럼 느꼈다.
그리고 이내 고요해졌다.
피곤해하는 자신을 달래며 전설 같은 명언들을 되뇌고 더 많이 알아서 더 유식해지고 더 나아지려 애썼던 지난날의 내 모습이 눈앞을 스쳤다.
나는 왜 그렇게 쓸모에 집착했을까.
유용한 것에 현혹당했을까.
자유롭지 못해서 그랬다. 세상의 기준과 편견으로부터의 자유.
지금, 나는 모를 자유를 생각해 보며 내일의 봄을 꿈꿔본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수많은 불필요한 앎으로부터 자유를 되찾고, 대신 그 마음에 평안이 찾아오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