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이게 뭐고! 수건 올이 다 나갔다. 좀 버려!”
“그걸 왜 버리노! 안 된다. 그거 다 10만 원짜리다!”
아버지가 바다에 갈 준비를 하는 동안 동생이랑 집 정리하는 것을 도왔다. 건조대에 걸린 수건을 걷는데 무슨 수건이 20장이나 있다. 선반에 있는 것까지 하면 총 40장은 되는 것 같다. 몇 장 가져가야겠다 싶었는데 막상 앉아서 수건을 집으니 올이 나가고 퍼석퍼석한 것들이 많았다. 창고 방에도 새 수건이 많은데 왜 안 버리노.
“수건이 왜 그렇게 비싼데?”
“그거 다~~~ 부조 10만 원씩 하고 받은 기다.”
그제야 이해한 동생과 나는 어이가 없어 마주 보며 허! 웃다가 킥킥대며 웃음을 터트렸다. ‘00회 복사꽃 큰 잔치’, ‘00대 회장 이∙취임식 및 한마음 체육대회’, ‘00회 영덕군민 체육대회’ 그간 아버지가 참석했던 행사와 개관식, 취임식 등이 모두 나와 있는 게 아주 달력이 따로 없다. 저기서 편육에 소주 한잔 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안 봐도 비디오다.
“무슨 집에 수건이 몇백만 원어치가 있노.”
“시골에 무슨 행사가 그래 많다”
“아버지, 그래도 몇 년 썼으면 좀 버려. 아직도 2019년 수건이 있노”
“다 갰으면 도마랑 칼이나 좀 챙기라”
“예~”
내 저걸 다 몰래 버리든가 해야지. 다음에 빈 가방 하나 챙겨 와서 다 몰래 가져가야겠다. 여기는 무슨 헌옷수거함도 없고 사람도 별로 안 살아서 쓰레기차가 오는지도 잘 모르겠다. 가져가서 버리는 수밖에 없다.
“야 저거 다음에 와서 몰래 다 버려뿌자. 원래 수건 6개월마다 바꿔줘야 한다.”
“아 진짜? 나 지금 2년째 쓰고 있는데”
“아! 니도 좀 버려라. 피부 다 망가진디. 아버지랑 둘이 똑같노”
“아 알겠다. 어휴 잔소리 좀 그마해라”
“창고방에 있는 거 한 50만 원 치 가져가라”
“오키”
“다 갰으면 가자”
“알겠어~”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