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만한 아이
초등학교 1학년인 아이의 부모는 아이가 유치원에 다닐 때 집중하는 시간이 짧고 많이 활발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합니다. 아이가 활발하지만 또래들에게 크게 피해 주는 행동을 하지 않고 비교적 선생님의 지시를 잘 따랐기 때문에 크면 나아질 것이라는 생각에 아이에 대한 염려가 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아이가 수업시간에 집중하지 못하고,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며 자주 자리에서 일어나거나 주변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는 행동을 보인다고 하였습니다. 선생님이 수업에 집중하라고 지시하면 몇 분간 집중할 뿐, 다시 이전과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고 하였습니다. 선생님의 말에 따르면, 아이는 산만하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아이를 유심히 살펴보았더니, 아이는 집에서도 마찬가지로 식사 시간에 한 자리에 오래 앉아 있지 못하고, 놀이를 할 때도 한 가지 장난감에 오랫동안 집중하지 못하였습니다. 부모는 아이의 산만함이 학업에 영향을 미쳐 뒤쳐질까 걱정하고 있습니다.
이 아이는 호기심이 많고 에너지가 넘치며, 여러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성향을 보입니다.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이 많아 하나에 집중하기보다는 다양하고 새로운 자극에 이내 마음이 뺏겨버립니다. 이러한 성향은 아이가 아직 자기 조절 능력이 미숙한 상태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습니다.
특히 이 시기의 아이들은 아직 주의 집중 능력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시기이므로, 다양한 자극(소리, 냄새, 다른 생각 등)에 주의가 쉽게 흐트러져 산만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놀이와 학습 상황에서 쉽게 다른 것에 관심을 돌리곤 합니다. 산만함이 단순한 성향과 관심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자기 통제력과 학습 능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유치원에 다녔을 때는 선생님의 관심과 보호로 인해 아이의 특성이 두드러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며, 학교 입학 후에는 유치원과 다른 환경, 그리고 스스로 해야 하는 것이 많은 학교생활에 대한 부담이 컸던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아이의 변화를 위해서는 다양한 측면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부모는 산만한 아이를 훈육할 때 아이의 특성을 존중하면서도 일관된 지침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부모가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훈육 방법을 살펴보겠습니다.
첫 번째, 아이의 특성을 이해하고 공감하기입니다.
아이의 산만한 행동을 다룰 때, 부모가 먼저 아이의 특성과 행동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가 가만히 있지 못하거나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일 때, 부모는 그 행동을 단순한 문제로 보지 않고, 아이가 어떤 이유로 그러한 행동을 보이는지 이해해 주어야 합니다. 부모는, “○○아, 네가 호기심이 많고, 여러 가지가 궁금해서 가만히 있기가 어렵다는 걸 알아”라고 말하며 아이의 내면을 이해하고 있음을 표현하는 것은 아이에게 큰 의미가 됩니다.
이 말속에는 아이의 넘치는 에너지를 단순히 ‘산만함’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창의력과 호기심이 높은 성향으로 인정하고 공감하는 태도가 담겨 있습니다. 아이는 자신이 무언가를 잘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보다, 부모가 자신의 특성을 이해하고 있음을 알게 되며 안정감을 느끼게 됩니다. 부모가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존중한다는 신뢰감은 아이의 행동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데 큰 힘이 됩니다.
또한, 아이가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 충동을 부모에게 안전하게 표현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네가 많은 생각을 하고, 하고 싶은 것이 많아서 그런 거야. 엄마(아빠)는 네가 그런 점에서 정말 특별하다고 생각해”라는 말은 아이가 스스로의 성향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도록 돕습니다. 이러한 대화는 아이에게 자존감을 높이고, 부모와의 신뢰를 강화하여 아이가 더 나은 행동으로 나아가도록 이끄는 중요한 밑거름이 됩니다.
두 번째, 집중력을 기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입니다.
아이의 집중력을 기르기 위해 부모는 아이가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공부할 때는 주변의 소리나 시각적 자극을 최소화하여 아이의 주의가 분산되지 않고 한 가지 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줍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긴 시간 동안 집중하기 어려우므로, 집중 시간을 점진적으로 늘려가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놀이처럼 자연스럽고 즐겁게 집중을 연습할 수 있도록 접근하는 것이 좋습니다.
상담에서는 아이의 특성에 맞게 2-3분 정도의 짧은 시간 동안 그림 그리기, 퍼즐 맞추기, 책 읽기 등 아이가 좋아하는 활동을 선정하여 진행합니다. 처음에는 짧고 간단하게 시작하고, 아이가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활동 목표를 설정해 주며 시간이 지나면서 목표 달성 시간을 조금씩 늘려가는 방법을 씁니다. 아이와 함께 처음에는 3분 동안 퍼즐을 맞추거나 2분 동안 책을 읽어보는 식으로 시작한 뒤, 점차 아이가 더 길게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아이가 성취감을 느꼈다고 해서 곧바로 집중 시간을 크게 늘리기보다는 작은 성공 경험을 반복하며 자신감을 쌓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가 성취감을 여러 번 느끼면, ‘나도 할 수 있구나’라는 자신감을 얻으며 도전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가질 수 있게 됩니다. 부모는 “오늘 5분 동안 정말 집중해서 잘했구나!”와 같이 구체적인 칭찬과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면, 아이는 부모의 인정 속에서 더욱 집중력을 높이려는 동기를 가지게 됩니다.
세 번째, 긍정적인 행동을 강화하기입니다.
아이가 집중력을 발휘해 산만하지 않은 행동을 보였을 때, 부모가 즉각적으로 칭찬과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는 것은 매우 효과적입니다. 부모의 칭찬이 아이에게는 자신감을 심어주고, 앞으로도 같은 행동을 반복하려는 동기가 됩니다. 부모는, "오늘 ○○가 숙제를 할 때 한 자리에 앉아서 정말 잘했어. 집중해서 끝까지 해내는 모습이 멋졌어!"와 같이 칭찬의 이유와 함께 구체적인 상황을 언급하면 아이는 자신이 어떤 점에서 잘했는지 명확히 알게 됩니다.
이런 구체적인 칭찬은 단순히 행동을 칭찬하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합니다. 아이는 자신의 노력과 집중이 부모에게 인식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그 행동에 대한 자부심을 느낍니다. 또한, 칭찬받은 경험이 쌓이면서 "나는 집중할 수 있어"라는 자신감을 얻게 되어 더 나아가 자발적으로 집중하려는 동기를 강화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긍정적인 피드백은 아이가 스스로 산만함을 줄이고 집중력을 높이려는 마음을 가지게 해 주며, 부모와의 신뢰감을 높여줍니다. 부모는 칭찬을 통해 아이가 성취감과 자신감을 쌓아가도록 돕는 든든한 지지자가 되어야 하며, 아이는 부모의 인정을 통해 산만함을 줄이고 새로운 도전과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는 마음의 힘을 기르게 될 것입니다.
네 번째, 놀이를 통해 자기조절 훈련을 돕기입니다.
아이에게 자기조절 능력을 자연스럽게 키워주기 위해서는 놀이를 통한 접근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아이의 발달 단계에 맞는 퍼즐 맞추기나 블록 쌓기 같은 활동은 하나의 활동에 집중하면서 성취감을 느끼게 해 줍니다. 퍼즐을 맞추거나 블록을 차곡차곡 쌓아가면서 아이는 스스로의 인내심과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게 됩니다. 이러한 활동들은 단순히 놀이로 끝나지 않고, 아이가 집중하는 연습을 통해 자기조절을 익힐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됩니다.
놀이를 할 때 부모는 아이의 집중 상태를 세심하게 살펴보며, 집중하는 시간을 점진적으로 늘려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짧은 시간부터 시작해 점점 더 길게 활동할 수 있도록 유도하면서, 부모는 아이가 피로감을 느끼지 않고 집중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돕습니다. 특히, 아이가 집중을 잃고 산만해질 때는 잠시 쉬면서 깊게 숨을 쉬는 방법을 놀이처럼 가르쳐주는 것도 좋습니다. 이런 훈련을 통해 아이는 스스로의 상태를 조절하고 다시 집중할 수 있는 힘을 기르게 됩니다.
놀이를 통해 아이는 자기 행동을 조절하는 기술을 재미있게 배울 수 있으며, 이는 일상 속에서 자기조절을 발휘하는 데 중요한 토대가 됩니다. 부모와 함께하는 이러한 놀이 훈련은 아이에게 안정감과 함께 긍정적인 피드백을 제공하여, 자신의 감정과 행동을 컨트롤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산만함은 아이의 발달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부모가 아이의 넘치는 에너지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주며, 아이가 스스로 집중할 수 있도록 차분히 돕는 데 있습니다. 부모의 인내와 기다림은 아이에게 자율성과 집중력을 기르는 큰 힘이 되며, 이러한 작은 변화들은 부모 또한 함께 성장하게 만듭니다.
부모는 담임선생님의 피드백에 귀 기울이며, 아이에게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어쩌면 지나쳤을 수도 있었던 선생님의 이야기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아이의 변화를 위해 꾸준히 노력한 부모의 모습을 격려합니다. 아이가 스스로 자신을 조절하며 집중하는 모습이 점차 증가하는 것은, 아이와 부모가 함께 배우고 성장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훈육은 단순히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자신의 행동을 이해하고 조절하는 법을 배우도록 돕는 과정입니다. 부모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지는 아이의 집중력을 향상시키고, 학습과 생활에서 더 큰 성장을 이루게 돕습니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성장해 가는 이 과정은 부모에게도 특별한 경험이 되며, 작은 변화들이 쌓여 결국 큰 성과로 이어질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