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서 복숭아 냄새가 났다
수척하고 깊은 절망의 냄새도 났다
덧나고 가려웠던 생의 흔적들
상처의 통점까지 같다는 걸 알았을 때
수상한 징후가 여기저기서 보였다
어느 날 사랑이 나를 부추긴 것이다
붉은 잇몸 부끄러워 더운 숨을 참고
서툰 손길에도 잘게 떨어 움찔거리던 밤
쌀 한 톨만큼 안타까운 당신
물색없는 계절이 강물처럼 흘러
마침내 찰기도 결속도 마르던 13月
서리 내린 손을 앙상하게 쓸어
내내 읊조릴 하나의 침묵이 있다
허공에 정박하는 난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