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우리가 다시 만난 날
그 시절 작별의 이유를 너는 물었다
겨우내 노가다판 전전한 돈으로
예쁘다던 브로치 하나 들고 찾아 간 밤
쥐뿔도 없는 놈이 누굴 넘보냐며 눈을 부라리던
양옥집 난간의 네 아버지 윽박도
다시 보면 골로 간다던 오라비의 공갈도
이제 와 차마 전할 수 없었다
부잣집 수수한 남자와 짝이 된다는 소문에
그날 이후 용가리 통뼈로 살고자 했던
서글픈 오기도 말하지 못했다
어쩔 수 없는 처지여서 미안했노라
싸리나무 시든 꽃으로 웃는 너
철 지난 빈말 사이로 할 말을 숨기고 나서
나는 머리맡을 정하지 못한 유랑민처럼
목적 없는 어딘가를 걷고 또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