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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모 Nov 29. 2024

옛사랑



언젠가 우리가 다시 만난 날 

그 시절 작별의 이유를 너는 물었다

겨우내 노가다판 전전한 돈으로

예쁘다던 브로치 하나 들고 찾아 간 밤

쥐뿔도 없는 놈이 누굴 넘보냐며 눈을 부라리던 

양옥집 난간의 네 아버지 윽박도

다시 보면 골로 간다던 오라비의 공갈도

이제 와 차마 전할 수 없었다

부잣집 수수한 남자와 짝이 된다는 소문에

그날 이후 용가리 통뼈로 살고자 했던

서글픈 오기도 말하지 못했다

어쩔 수 없는 처지여서 미안했노라

싸리나무 시든 꽃으로 웃는 너

철 지난 빈말 사이로 할 말을 숨기고 나서 

나는 머리맡을 정하지 못한 유랑민처럼

목적 없는 어딘가를 걷고 또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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