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기별하지 말라 했을 때
나는 그저 서글피 웃었지만
돌아선 날갯죽지에서 남몰래 떨어져 내린
해쓱히 편집된 변명들
흠뻑 시들어 딱한 손짓만이 남았다
제발 가라며 울먹였을 때에도
나는 또 말없이 돌아설 뿐이었지만
마음마저 싸들고 가라 할 때는
다만 그까짓 사랑이 죄라서
미련의 머리채 끝내 잡아끌지 못하고
불 꺼진 너의 무심한 저녁 밖으로
상실의 문턱 어디쯤을 영원히 배회하며
목매고 기웃거리던 누추한 몸짓들
내 마음 그날 이후 볼모로 잡혀
평생을 몸소 끌려갈 수밖에 없는데
억울하고 구차한 슬픔의 연대기
당신,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아무것도 모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