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남모 Dec 20. 2024

당신, 잘 알지도 못하면서



다시는 기별하지 말라 했을 때

나는 그저 서글피 웃었지만  

돌아선 날갯죽지에서 남몰래 떨어져 내린

해쓱히 편집된 변명들

흠뻑 시들어 딱한 손짓만이 남았다  


제발 가라며 울먹였을 때에도

나는 또 말없이 돌아설 뿐이었지만

마음마저 싸들고 가라 할 때는

다만 그까짓 사랑이 죄라서 

미련의 머리채 끝내 잡아끌지 못하고


불 꺼진 너의 무심한 저녁 밖으로

상실의 문턱 어디쯤을 영원히 배회하며

목매고 기웃거리던 누추한 몸짓들

내 마음 그날 이후 볼모로 잡혀

평생을 몸소 끌려갈 수밖에 없는데


억울하고 구차한 슬픔의 연대기

당신,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아무것도 모르면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