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길을 잃었지
외로운 사람들은 저마다 속절없이
잔뜩 처량해질 때가 있지
옆집 노파의 이 빠진 하소연과
온종일 늘어진 젊은 여자의 풀죽은 어깨가
퇴근길 웃지 못하는 어떤 집 아빠의
끈 풀린 낡은 구두가, 가여워서
희망은 숨도 못 쉬는 것이 거북해서
목젖으로 가르륵 소리가 나는데
창백한 신발 한 번 벗겨주지도 못하고
시나 쓴다는 게 부끄러웠지
세상의 이데올로기는
사랑을 잃은 자들의 변명이란 걸
노점상을 하는 어머니에겐
철 지난 유행가만치도 못하다는 걸
길가에 차이는 잔돌 하나도 다 알지
길은 길고 공평한데 나는
이 지경이 되고서야 알게 되었지
길 위에서 길을 잃은 사람들 모두
몇 제곱미터 절망의 넝쿨 속 어딘가를
한 번쯤 시름시름 골골
앓아가며 알아간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