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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즐거운가
Dec 08. 2024
고부갈등을 벗어던지자 인생의 황금기가 찾아왔다.
지킬수록 좋아지는 경계의 역설
고부(장서) 갈등은 사회 문제다.
그렇다.
고부(장서) 갈등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문제다.
그것도 사회의 발전을 저해하는 아주아주
심각한
문제다.
고부(장서) 갈등을 겪어내느라 에너지를 소모하
느라
자신과 사회의 발전에 써야 할 귀한 에너지를 낭비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커다란 사회적
낭비고
손실이다.
입에 담기도 피곤한 이 오래된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단 하나다. 우리 사회에서 고부(장서) 갈등이라는 단어가 이제 그만 사라지길 간절하게 바라기 때문이다.
.
고부갈등을 떨쳐내자
,
인생의 황금기가 찾아왔다.
분가
후 시댁 스트레스로부터 서서히 벗어나자 나는 눈에 띄게 몸과 마음이 건강해졌다.
뼈만 남았던 몸에 보기 좋게 살이 붙고, 몰라보게 혈색이 좋아졌다. 한
눈에 봐도 더 젊어지고 예뻐졌고, 무엇보다 표정이 밝아졌다.
내 삶의 통제권을 잃어버리고 고통스러워
했던
나는 다시 바깥세상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치 잃어버린 시간에 대한 보복이라도 하듯 이전과 다른 시간을 보냈다.
고부갈등을 떨쳐내자 인생의 황금기가 찾아왔다.
아버지의 선물
상자를
열다.
친정아버지는 자라는 내내 가정
불화로 내게 큰 마음의 상처를 안겨주신 분이다.
그러나 감사하게도
남다른 호기심과 열정,
책을 좋아하는 습관 등 인생을 살아가는데
유용한
커다란 자산을 내게 안겨주셨다.
나는 아버지가 물려주신 DNA
덕분에, 쉽
게 빠져들지 않지만
일단 한 가지에 꽂히면 정신없이 빠져들고 끝장을 봐야 물러서는 사람으로 성장했다.
그즈음 나는 학교에서 성교육
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좌충우돌 남, 여 중학생들과 함께하는 수업은 매시간 도전이었다.
어느 날은 명강사가 된
듯 구름
위를 날았고, 어느 날은 수업을
망하고
속
상하고 부끄러워서 머리를 쥐어
뜯었다. 잘 되기도 잘 안되기도 해서 더 재미있고 성취감이
컸다.
폭
삭
망했던 수업 주제들을 하나하나 성공
시켜
가는
재미와 보람은 무엇과도 견줄 수 없었다.
수업을 하면
할
수록 더 잘하고 싶었다. 방학이면 내 돈을 들여가며 수업에 도움이 된다는 연수들을 찾아다니며 받았다.
과학,
역사, 심리학, 사회학 등 뒷배경을 든든히 갖출수록 학생들의 다양한 돌발 질문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
폭넓고
균형
잡힌 시각을 갖
추기
위해
문어발
식으로
다양한 방면들의 독서를 했다. 몇 년간 책에서 손을 놓고 살았던 나는 굶주림을 채우듯 책을 읽었다.
독서는 내
인생
최고의 기쁨이고 휴식이기도 했다.
잠깐 삼천포로 빠지자면
성교육은 많은 사람이 오해하듯 정자, 난자, 임신, 출산 등
에 대한
교육만이 아니다.
생애 전반에 걸친 몸과 마음에 대한 교육, 인간
관계 교육이기도
하다.
자신의 몸과 마음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내가 소중하듯 다른 사람 역시 소중한 존재임을 알게 하는 교육이다.
삶을 건강하고 행복한 방향으로 이끄는 교육이다.
정말 멋지지 않은가?
성교육
하면서 가장 큰 선물을 받은 사람은 나 자신
성교육은
나를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으로 다시 대할 수 있게 해 주었고, 내 삶을 다시 사랑할 수 있도록 하는 삶의 기술들을 가르쳐 주었다.
남편의 도움으로 단 날개
어느
날 우연히 찾아온 강의 기회를 시작으로
방학 때마다 강의를 나가기 시작했다.
나는 수업
중 겪은 좌충우돌 실패와 성공의 귀한 경험들이 그대로 사라지는 것이 아까웠다.
기록으로 남겨서 후배 선생님들에게 전해주고 싶었다.
“돈 버린다”라며 말리는 남편의 말을 귓등으로 무시하고 몇 권의 책을 자비로 출판했다. “나 이 돈 날릴 자격 있어”라고
큰소리 땅땅 치면서....
다행히
책은 망하지 않았다.
성
교육
하시는 선생님들께 많은 사랑을 받으며 알음알음 잘 소화
했
다.
출판은 남편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출판사 등록,
편집, 교정, 주문 온 도서의 발송 등은 모두 남편이 알아서 했다.
사십 대 초반부터 오십 대 후반
,
퇴직하기 전까지 '내일 죽어도 후회가 없을 만큼' 그렇게 열심히 살았다.
나조차 몰랐던 내 안의 열정과 보석
같은 재능들이 어느 순간 우
르
르 깨어난 것이다.
모순
되게
도 이 모든 변화의 시작은 나라가 망하게 생겼다고 난리 난 IMF 시절부터 시작되었다.
실직한 가장들이 생을 놓았다는 뉴스들이 온 나라를 도배했고, 내 남편도 실직해서 몇 년간 집에 머물고 있을
때였다.
나는 다행히 교육 공무원이었다.
원래도 박봉이
던 급여는 나라가 어렵다는 이유로 동결되었지만 일단 밥 굶을 일은 없었다.
초롱초롱 두 눈이 빛나는
두 딸
을 보며 나는 쿨하게 '가장은 남자'라는 개념을 버렸다.
그리고 남편 사용 설명서를 다시 썼다
.
세상에 어디 내조만 있으란 법이 있나?
외조라는 말이 아주 낯설던 그 시절 나는 남편의 장점을 마음껏 활용했다.
그의 전폭적인 도움과 응원을 받으며 마음껏 바깥
세상을 훨훨 날아다닌 것이다.
남편이 집에 있으니 아이들 걱정에서 놓여났다.
가끔 버럭
버럭하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그는 참 자상한 아빠와 남편이다.
이 모든 일들은 남편이 실직 후 무기력해진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내 마음이 힘들어서, 그 마음을 달래려고 좋아하는 일에 마음
을
두었다가 일어나 버린 일들이다.
신은 한 개의 문을 닫을
때 또 한
개의 문을 열어 둔다던가?
나는 그렇게 내 인생의 새로운 문을 열었다.
그래서 인생은 새옹지마다. 나는 어려운 일이 닥칠
때마다 이 사자성어를 떠올리며 힘을 낸다.
이전의 나는 고부 갈등을 겪으며
마음
속으로
수
백 번
이혼을 생각했고, 우울감으로 매일 밤 죽고
싶었다. 말로만 듣던
화
병이라는 것도 걸려봤다.
그러나
이제
나는 예전과 완전히 다른 삶을 산다.
시댁에서 계속 살았더라면 꿈도 꿀 수 없는 일들이었다.
무엇보다 고부갈등 따위로 눈물짓
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건강하게 경계를 다시 짓는
것
만으로도 이렇게 한 사람의 인생이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다.
다른 사람에게 내 인생을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경계를 보호하며 건강하게 거리두기
하는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이토록 중요한 일이다.
그러니 고부(장서) 갈등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이 쓸 수 있는 에너지 총량이 있다.
고부(정서) 갈등이나 부부 갈등 등
사람들과의
불화에 에너지를 소진해 버리면 결국 직장에서 일할 의욕도 꺾인다.
고부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던 그 시절
,
나 역시 그랬다. 직업적 발전 따위는 꿈도 꿀 수 없었다. 그저 영혼 없이 하루하루를 견뎠을 뿐이다.
집에서 행복한 사람이 직장에서도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고 성장할 수 있다. 교과서적인
말
같지만
,
경험에서 나온 교훈이다.
어른 노릇 별거 없다.
이
땅의 며느리와 사위(또는 아들과 딸
)
들이 세상에 나가 제 능력을 발휘하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젊은이들 마음이라도 편하게 해 주면 된다.
나처럼 극적인 변화를 이루지 않아도 상관
없다.
일단 나이
든 사람들과 삐걱거리느라 에너지를 소진하며 몸과 마음 건강을 상하는 일만 피할
수 있어도 얼마나 좋은 일인가?
그런 의미에서 나는 딸(사위)이 불편해하는 일들은 최대한 안 하려고 노력한다.
나는
무조건
MZ세대를 응원한다.
나와 너 그리고 좀 더 거창하게 우리 사회를 위해서라도 어른들이 이쯤은
앞
장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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