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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예술이란?

누군가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by 김다영 Mar 3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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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도

시들지 않는 꽃집 ’ 알스트로담‘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얼마 전, 따뜻한 메시지 한 통과 함께 인터뷰 요청을 받았어요.







내가 생각하는 예술이란..?



토론토 대학교에서 예술을 공부하는 유진님은 ‘진정한 예술이란 무엇일까?’ ‘위로를 전하는 예술도 예술일까?’라는 질문들을 품고 저에게 대화를 요청했어요.


오늘의 이야기는 유진님과 나눈 열 가지의 질문 중 일부를 가져왔어요. 예술의 길을 걷고 있거나 혹은 주변에 흔들리고 있는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와 방향이 되어주길 바라며 전해봅니다.



Q. 다영 작가님은 감정을 다루고 위로를 건네는 작업을 주로 하십니다. 저 또한 작가님의 작업들을 볼 때면 잠시나마 마음이 놓이고 위로를 받을 때가 많은데요. 어떠한 계기로 미술을 통해 사람들을 위로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정신의학전문의나 상담사 같은 직업을 동경했어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그 상황에 공감하며 해결하기 위해 함께 이야기 나누는 과정 자체를 진심으로 좋아했거든요.


저와의 대화나 에너지를 통해 아주 작은 변화라도 겪는다면, 그 순간이 저에게는 가장 벅차고 의미 있게 느껴졌어요. 사람들과의 소통에서 ‘힘들다’ 거나 ‘에너지가 소진된다’보다는 오히려 저에게 큰 동력이 됐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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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덕분이에요(장녀의 서툰 애정표현..!)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런 성향은 아마 부모님의 영향이 컸던 것 같아요. 감사하게도 저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도 안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더라고요. 항상 “그래. 해봐.” 결과가 좋지 않아도 과정 그 자체를 인정해 주고 응원해 주는 환경이 있었어요. 말도 안 되게 운이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따뜻한 감정, 공감과 지지가 사람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자연스럽게 체감할 수 있었고, 언젠가 이 힘을 나 역시 누군가에게 나누고 싶다는 마음이 무의식에 자리 잡게 됐던 것 같아요.


‘이 감사함을 어떻게 하면 나만 간직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도 전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했어요. 그렇게 나온 저만의 표현 방식이 바로 ‘그림’이었던 것 같아요. 저한테 그림은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마음을 건네는 하나의 언어로 통해요.


어떤 직업을 선택했든, 제 안의 본질적인 마음은 같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Q. 예술을 하면서 ‘심오하고 복잡한 작업만이 인정받는 건 아닐까?’ 하는 고민이 들 때가 많았습니다. 저는 위로를 전하는 그림을 그리고 싶은데, 기존의 기준에 억지로 맞추다 보면 제 길을 가기 어려울 때도 있더라고요. 다영 작가님도 이런 고민을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그리고 어떻게 본인의 신념을 지켜오셨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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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그림에 글을 쓰는 이유


저는 그림을 그릴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두 가지가 있어요.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명확하게 담겨 있는가?

설명 없이도 보는 사람에게 와닿을 수 있는가?


이런 기준을 갖게 된 건 저 스스로가 바로 공감되는 그림을 좋아하기 때문이에요. 개인적으로 어렵게 해석해야 하는 그림보다 보는 순간 감정이 와닿고 마음에 스며드는 그림에 더 깊은 끌림을 느껴요.


그래서 저는 ‘쉬운 그림’을 좋아한다고 말하곤 해요. 물론 여기서 말하는 ‘쉬움’은 단순하거나 가볍다는 뜻이 아니에요. 사람들이 쉽게 공감하고 자신만의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그림을 의미해요.


표현의 자유가 있는 만큼 어떤 그림이 옳고 그르다고 판단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그림에 있어선 제 취향과 방향성은 확고해요. 그림에 반드시 제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담겨야 하고 그 그림을 보는 사람이 마치 자신에게 온 편지를 읽듯 자연스럽게 그 마음을 느낄 수 있기를 소망해요.


결국 신념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내가 그림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명확해지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Q. 저처럼 사람들과 사회가 흔히 생각하는 “진정한 예술”의 기준에 억압감이나 무력감을 느끼는 젊은 예술가들이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들에게 조언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벌써 3년전..(예술의 전당)벌써 3년전..(예술의 전당)


저는 비전공자이기에, ‘진정한 예술’이라는 기준 앞에서는 어떻게 보면 돌연변이 같은 존재일 수도 있어요.

한때는 그런 시선 속에서 저도 무력감을 느꼈던 적이 있었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전공자는 아니지만 내가 미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리고 그림으로 사람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지는 무엇보다 확실하다고요.


그것을 깨닫고 나니, 오히려 제 그림을 더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며 동시에 확신이 같이 왔어요. ‘그래, 이것이 내가 그림을 계속 그려야 하는 이유구나.’ 하고요.


그래서 저는 억압감이나 무력감이라는 감정은 결국 내가 전하고 싶은 것이 아직 명확하지 않을 때 더 쉽게 생기는 것이 아닐까? 하고 감히 생각해요. 그럴 땐 당연히 주변의 잣대에 더 흔들릴 수밖에 없고요.


브런치 글 이미지 8


그래서 저는 그런 순간일수록 억지로 주변 기준에 나를 맞추려고 하기보다는 ‘나는 정말 어떤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은 사람일까?’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계속 던져보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자신에 대한 고찰을 계속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주변의 시선이나 기준은 옅어지고, 나다운 방향으로 묵묵히 걸어가게 되는 순간이 찾아오는 것 같아요. 


(이렇게 말하고 있는 저 역시 여전히 배우는 중이고, 방황하는 날도 많아요. 음.. 숙명인 것 같기도.. 해요..ㅎ)


결국 예술을 오래 하기 위해선 끊임없이 자신에게 집중하고 공부해 나가는 일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물론 이 또한 제가 예술을 대하는 방식일 뿐이기에 정답은 아니에요.



Q. 마지막 질문입니다! 예술가를 넘어 한 사람으로서, 이 책을 읽고 있을 독자들에게 꼭 전하고픈 말씀이 있으신가요?


‘선물’이라는 제목의 가장 최근 작품 (2025)‘선물’이라는 제목의 가장 최근 작품 (2025)


저는 예술을 떠나서 결국 모든 일이 “내가 나를 얼마나 잘 알고 있는가”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해요. 세상의 기준이나 타인의 시선에 흔들릴 때가 많지만, 묵묵히 나만의 길을 갈 수 있는 방법은 ‘내가 왜 이걸 하고 있는지’에 대한 단단한 이유인 것 같아요.


그리고 꼭 잊지 않았으면 해요. 내가 느끼는 감정,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나만이 할 수 있는 언어라는 걸요.


그러니 너무 조급해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지금의 질문과 혼란조차도 결국은 나를 더 단단하게 해주는 과정 중 하나니까요.


(저도 아직 쉽지는 않아서 매일 노력 중이지만..!)


마지막으로 삶의 길을 잃은 것 같을 때 제 그림이 잠시 멈춰 설 수 있는 정류장 같은 존재였으면 좋겠어요. 지쳐 있을 땐 와서 푹 쉬어가고, 마음이 복잡할 땐 말없이 앉아 머물 수 있는 그런 따뜻한 그림으로 곁에 오래 머물게요.





인터뷰가 끝난 후


사람들에게 따뜻함을 전하고 싶다는 마음이 내 안에 깊게 자리하고 있다는 걸 이번 인터뷰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어요.


그동안 받았던 질문들과 달랐기에 저도 자연스럽게 처음 꺼내보는 이야기들을 하게 되었고 오랜만에 ‘나는 왜 그림을 그리고 있지?’라는 아주 중요한 질문 앞에 다시 서보는 시간이었어요.


그런 계기를 만들어준 유진님께 이 글을 빌려 진심을 꾹꾹 눌러 담아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어요.


긴 글 읽어주신 여러분들에게도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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