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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_탐정 유강인 19_60_백미 노인을 만나러 가다

탐정 유강인 19편 <검은 판사, 악의 분노>

by woodolee

유강인이 즉각 답을 하지 못했다. 이건 답하기 곤란한 문제였다.


도영우 변호사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유강인 탐정님은 아직 젊으신 분이라 세상의 이치를 잘 모르는 겁니다.

모든 일은 결국, 자기가 책임지는 겁니다. 억울한 일을 당했다면 그 한을 죽기 전에 풀어야 합니다. 그래야 여한이 남지 않습니다. 그에 대한 책임만 지면 됩니다.”


책임이라는 말에 유강인이 두 눈을 크게 떴다. 그가 말했다.


“책임이라고요?”


“그렇습니다. 책임이죠. 자기가 저지른 일에 책임을 지는 겁니다.

나쁜 일을 했다면 그 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고 원한을 갚는 사람도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이 모든 일을 법적으로 처리하면 좋겠지만, 그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인간이 완전하지 않듯 법도 완전하지 않습니다.

법은 인간 만사의 책임과 권한을 두리뭉실하게 성문화한 거에 불과합니다. 법만으로는 인간 세상사를 완벽히 다룰 수가 없어요

법으로 해결할 수 없을 때는 다른 방법을 택해야 합니다. 그게 인생사입니다. 그렇게 책임을 지면 됩니다.”


유강인이 정색하고 물었다.


“정녕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도변호사님은 오랜 기간 법조인이셨습니다. 지금도 그렇고요. 그런데 내리신 결론이 법이 불가할 땐 사적 제재인가요? 결국, 그것이 결론인가요?”


도변호사가 고개를 끄떡이고 답했다.


“그렇습니다. 제 결론입니다. 법은 불완전합니다. 법이 통하지 않을 때는 어쩔 수 없습니다.

커다란 한은 사적 제재를 통하지 않고는 해결할 수 없습니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고 그 선택은 본인이 결정하는 겁니다.”


“그렇군요.”


유강인이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크게 숨을 내쉬었다.


잠시 시간이 흘렀다.


도영우 변호사가 커피를 쭉 들이켰다. 얼굴에 한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유강인이 잘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앞에 있는 바다를 바라봤다. 물결이 참 잔잔했다.


인간 세상사가 앞에 보이는 바다처럼 잔잔하면 좋으련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종잡을 수 없는 바다처럼 거센 물결이 일었고 태풍이 불기도 했다.



욕망의 소용돌이였고 질곡의 구렁텅이였다.



유강인이 차분한 목소리로 도변호사에게 말했다.


“도변호사님, 마지막으로 질문 하나를 하겠습니다.”


“말씀하세요.”


“여기 영일시는 나진시와 가까운 곳입니다. 나진시 이웃 도시입니다.

최근에 나진시에서 두 명이 죽었습니다. 그 둘은 JS 그룹 송상화 부회장과 우영 병원 최인식 교수였습니다. 모두 검은 판사의 소행이었습니다.

나진시에서 송상하 부회장과 최인식 교수를 만나 적이 있나요?”


도영우 변호사가 대답 대신 기암괴석을 쳐다봤다. 그 기괴한 모습을 보면서 슬쩍 웃었다. 그렇게 답변을 회피했다.


유강인이 다시 물었다.


“도변호사님, 단도직입적으로 다시 묻겠습니다. 검은 판사가 돼서 송상하 부회장을 죽였나요?”


도변호사가 이를 악물었다. 그가 차가운 목소리로 답했다.


“저는 … 송상하 부회장이란 자를 죽이지 않았습니다!”


목소리에 분노가 들끓었다. 그 소리를 듣고 유강인이 생각했다.


‘…… 그렇군. 도변호사의 원수는 송상하 부회장이었어. 송부회장은 호색한이야. 도변호사는 딸을 잃었어. 송상하 이놈이 또 나쁜 짓을 저질렀던 모양이군. 정황상 그런 거 같아.

이게 맞는다면 도변호사는 송상하 부회장이 아니라 최인식 교수를 죽였을 거야. 검은 판사는 교차 살인을 해, 원수를 직접 죽이지 않아.

도변호사는 연순호의 원수인 최인식 교수를 죽인 거야. 그래, 그런 거야.’


유강인이 생각을 마치고 고개를 끄떡였다.


도영우 변호사의 얼굴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마치 피가 얼굴에 묻은 거 같았다. 살인자의 얼굴 같았다.


유강인이 남은 커피를 다 마시고 도변호사에게 인사했다. 그리고 말했다.


“수사에 협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도변호사님.”


“하루속히 범인을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유강인 탐정님.”


도영우 변호사가 유강인에게 인사했다. 그리고 두 눈에 힘을 주었다. 그러자 흰자가 무섭게 번뜩였다.


유강인이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그 무서운 눈빛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가 걸음을 옮겼다. 저 앞에 있는 조수들을 향해 걸어갔다.


그 모습을 도변호사가 잠시 바라봤다. 그러다 고개를 돌렸다. 드넓은 바다를 다시 바라다봤다. 하염없이 ….


철썩! 철썩! 파도 소리가 다시 크게 들렸다.



*



유강인이 조수 둘과 함께 블루 오션 커피숍으로 돌아왔다. 셋이 창가 자리에 앉아 음료를 주문했다.


잠시 후 밀크티가 나왔다. 셋이 밀크티를 마시며 잠시 쉬었다.


황정수가 유강인에게 말했다.


“도변호사가 … 첫 번째 검은 판사가 맞는 거 같아요?”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였다.


황정수가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아이고. 결국, 그런 거였네요. 진짜 판사가 억울한 일을 당하고 암흑의 검은 판사가 되고 말았네요. 이젠 법관이 아니라 무자비한 폭력을 휘두르는 살인 집단의 일원이에요.”


황수지가 그 말을 듣고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말했다.


“도변호사가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을 당했으면 그렇게 됐을까요?”


유강인이 착잡한 마음을 다잡고 말했다.


“그건 조사해보면 알겠지. 도변호사 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어. 딸의 죽음은 … 난봉꾼 송상하 부회장과 관련된 거 같아.”


“송상하요?”


조수 둘이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아직 내 추리일 뿐이야. 정확한 건 아니야. 도변호사 지인이나 가족을 조사하면 딸이 어떻게 죽었는지 알 수 있을 거야.”


“그렇군요.”


“참 안타까운 일이네요. 하필 송상하한테 걸리다니 … 그놈이 많은 여자를 농락한 거 같아요. 정말 죽어도 싼 놈이에요.”


조수 둘이 안타까움에 혀를 찼다.


그렇게 탐정단이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고 밀크티를 반쯤 마셨을 때


급한 발소리가 들렸다.


정찬우 형사가 황급히 커피숍 안으로 들어왔다. 그가 유강인에게 달려와 말했다.


“선배님, 지금 금대석 조사 결과를 받았습니다.”


유강인이 그 말을 듣고 밀크티 잔을 급히 내려놨다. 정형사가 말을 이었다.


“금대석은 현재 행방불명이라고 합니다. 문구점을 정리한 후 형제들과 연락이 끊겼는데 벌써 5년이나 지났답니다.”


“연락 두절이라고?”


“네, 그렇습니다.”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였다. 정황상 금대석이 선생일 가능성이 더 커졌다. 어딘가에서 정체를 숨기고 비밀리에 검은 판사를 양성하는 거 같았다.


그가 눈을 가늘게 떴다. 사건의 전모가 점점 드러났다. 밀크티 잔을 다시 들었을 때, 아! 하며 소리쳤다.


유강인이 급히 말했다.


“그렇군! 삼생!”


“삼생이라고요?”


정찬우 형사와 조수 둘이 유강인의 말을 듣고 무척 궁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유강인이 이제 알겠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문구점을 정리한 선생이 새로운 사업을 하는 거야. 그 사업은 분명 삼생과 관련이 있어.

그래서 검은 판사들이 전생, 현생, 내생을 언급했던 거야.

검은 판사들은 금대석한테 완전히 세뇌된 자들이야. 선생의 종이야.

선생은 전생과 내생을 말해주는 자가 분명해. 그런 일을 하면서 정체를 숨겼던 거야. 동시에 무슨 세뇌를 한 거 같아. 전생 체험을 이용한 거 같아. 그렇게 검은 판사를 양성한 거야.”


“아, 그런 거예요.”


조수 둘이 그 말을 듣고 무릎을 탁! 쳤다. 삼생과 관련된 자가 바로 선생이라는 말이었다.


정찬우 형사가 그 말이 타당하다는 듯 고개를 끄떡이고 말했다.


“선배님, 맞습니다. 음악의 궁전 6층 테라스에서 분명히 들었습니다. 검은 판사 셋이 분명 내생을 말했습니다. 테라스 난간에 오르기 전이었습니다.

그래서 내생을 말한 거군요. 선생이 삼생과 관련됐군요.”


“그렇지. 아주 정확해!”


유강인이 자신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가 밀크티를 다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선생의 정체가 드러났다. 선생 금대석은 삼생과 관련된 일을 하는 게 분명했다.


유강인이 정찬우 형사에게 말했다.


“정형사, 도영우 변호사를 잘 감시해야 해. 형사들을 붙여. 핸드폰 위치 추적도 신청해.

증거가 없어서 현재로서는 불가할 거 같지만, 최대한의 조치를 해보자고.”


“네, 알겠습니다.”


정형사가 말을 이었다.


“우선배님한테 연락이 왔습니다. 정금학씨가 스승인 백미 노인과 약속을 잡았답니다. 오늘 오후 4시 경기도 진영시 매정 1리 버스 정류장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오! 그래 아주 잘 됐어. 드디어 살모사의 정체를 밝힐 수 있겠어.”


유강인이 그 말을 듣고 무척 기뻐했다.


“그런데 약속 장소에 선배님과 정금학씨만 와야 한답니다. 다른 사람이 오면 백미 노인을 만날 수 없답니다.”


“뭐? 정금학씨가 그렇게 말했다고?”


“네, 그렇습니다.”


유강인이 좀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잠시 생각하다가 황수지를 쳐다봤다.


황수지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유강인이 뭔가를 의심하는 거 같았다.


유강인이 황수지에게 말했다.


“수지, 정금학씨한테 전화해봐.”


“네, 알겠습니다.”


황수지가 정금학에게 전화 걸었다. 신호가 가자, 바로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정금학씨죠. 유강인 탐정님 조수 황수지입니다.”


“아! 조수님.”


“지금 통화 가능하시죠? 유강인 탐정님이 찾으세요.”


“네, 가능합니다. 전화 바꿔주세요.”


유강인이 핸드폰을 받았다. 그가 말했다.


“정금학씨, 탐정 유강인입니다.”


“네, 탐정님. 요청하신 대로 스승님과 약속을 잡았습니다.”


“그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저와 단둘이 백미 노인을 만나야 한다고요?”


“네, 약속을 주선한 십자매 이모가 그렇게 말했습니다. 약속을 어기면 스승님을 만날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어요.”


“그렇군요.”


유강인이 심상치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말을 이었다.


“약속 장소를 들었는데 경기도 진영시 매정 1리 버스 정류장이었습니다. 시골 동네 버스 정류장에서 만나기로 한 건가요?”


“거기 근처에 작은 가게가 있다고 했어요. 그 가게에서 핸드폰을 받아서 전화하라고 했어요.”


“그래요?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하죠?”


“십자매 이모가 말했어요. 스승님과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고 … 외부인과의 접촉을 최대한 차단해야 안전하다고 말했어요.

유탐정님과 대화도 창고 안 어둠 속에서 할 거라고 했어요.”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그럼, 지금 서울로 올라가겠습니다. 같이 약속 장소로 갑시다.”


“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유강인이 전화를 끊었다. 그가 한 손으로 턱을 매만졌다. 뭔가가 있다는 제스쳐였다.


일이 잘 풀리다가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유강인이 불길함을 느낀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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