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01_10_생존자 강선애 1

탐정 유강인 01편 <행운 빌라 살인 사건> 퇴고1

by woodolee

밤이 깊었다. 한 청년이 지친 발걸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유강인이었다. 그가 집에 도착했다. 현관문을 조용히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저, 왔어요, 어머니.”


유강인이 안방에서 쉬고 있는 어머니에게 꾸벅 인사하고 자기 방으로 향했다.


“저녁은 먹었니?”


“네, 잘 먹었습니다.”


어머니의 말에 유강인이 크게 답하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피곤해 보이는데 ….”


어머니가 아들의 뒷모습을 잠시 물끄러미 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다시 TV 드라마에 집중했다.


지금, 심야 드라마가 한창이었다. 여주인공이 오해를 풀고 남주인공을 만나는 순간이었다. 어머니가 침을 꿀꺽 삼키고 드라마에 몰입했다.


방에 들어간 유강인이 일상복으로 갈아입고 의자에 털썩 앉았다. 컴퓨터 전원 버튼을 꾹 눌렀다.


컴퓨터가 부팅하는 동안, 그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행운 빌라 사건 파일을 펼치고 뚫어지게 쳐다봤다.


컴퓨터 부팅이 끝나자, 유강인이 손바닥을 비볐다. 행운 빌라와 관련된 인터넷 기사와 댓글, 블로그, 카페 게시물을 살피기 시작했다.


10년 전 사건이었지만, 자료는 충분했다.


유강인이 2시간 동안 집중해서 자료를 정리했다. 핵심 사항을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

<행운빌라 살인 사건>


- 늦은 새벽, 빌라 3층 301호에서 사건 발생.


- 범인은 골목 초입 CCTV에 찍혔지만, 행방은 오리무중. 화면상으로 누구인지 특정할 수 없음.


- 범인은 남성. CCTV를 보면 태연하게 행동. 행운 빌라를 잘 알고 있는 거 같음.


- 안방에서 곤히 자던 부부와 아들이 칼에 맞고 과다 출혈로 사망.


- 가족 중 유일하게 딸만 생존. 딸은 사건 후 이사를 떠났지만, 행운 빌라에서 멀지 않은 곳에 거주.


- 피해자 부부의 원한 관계를 조사했지만, 특별한 게 없었음. 금전 관계도 깨끗했음. 법을 준수하는 모범 시민이었음.


- 사건 당시 남편은 운수 회사에 사무직으로 근무했음. 부인은 가정주부였음. 아들은 중학생이었고 딸은 대학생이었음.


- 딸의 친구나 남자관계, 학교생활을 조사했지만 별다른 게 없었음. 딸 증언에 의하면 남자 친구가 없다고 함. 딸 지인들도 남자 친구가 없다고 증언.


- 행운 빌라 사건 이후 유사한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음.

------------------------



유강인이 정리를 마쳤다. 잠시 노트를 뚫어지게 보다가 다시 펜을 들었다.


이번에는 며칠동안 직접 재조사한 사항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

<행운 빌라 살인 사건 재조사>


- 목격자 라미경(사건 당시 402호 거주자)

현재도 행운 빌라 402호에 거주.

새벽에 퇴근해서 집으로 돌아가던 중 301호 현관문이 열린 걸 보고 문을 열고 집 안을 들여다 봄. 이후 거실에 서 있는 범인을 보고 비명을 질렀음.

범인이 비명을 듣고 바로 나갔다고 증언했지만, 재조사에서는 이를 확신하지 못했음.


- 증인 홍은희(사건 당시 401호 거주자)

현재는 수원에서 거주.

사건 발생 후 전세 계약이 끝나자마자 바로 이사 감.

사건 당일 잠을 자다 라미경의 비명을 듣고 화들짝 놀라 깨어남.

몇 초가 지난 후 우당탕거리는 소리를 들었음. 범인이 급히 계단을 내려가는 소리로 추정됨.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증언에 일관성이 있음.

오늘 현장 검증 결과, 계단 소리가 크게 울렸음. 새벽이라면 소리가 더 크게 울렸을 거 같음.


- 참고인 황정수(현재 옥탑방 거주자)

2년 전부터 행운 빌라에 거주.

감자탕을 사주자 동네에 대해 술술 말함.

동네 주민들이 싸우지 않고 잘 지낸다고 함.

부동산이 동네 주민의 아지트가 같다고 함.

동네에서 이상한 점은 일요일날 종교 행사.

일요일날 주민 대부분이 종교 행사에 참여함, 문제는 다른 종교인데도 같은 시간대에 나가서 비슷한 시간대에 돌아옴.

주민들은 종교 생활뿐만 아니라 복지시설에서 봉사활동도 함.

라미경과 정육점 주인이 종교 행사에 참여하라고 권했음.

------------------------



한참을 노트에다 사건을 정리하던 유강인이 “아차!” 하고 소리 질렀다.


그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래, 딸이 예뻐서 남학생들이 집으로 찾아왔다고 그랬지!”


유강인이 잠시 무언가를 생각했다.


그러다 손바닥으로 무릎을 탁! 치고 재빠르게 중얼거렸다.


“그래, 딸이 예뻤어. 영상에서 보니 보통 미인이 아니었어. 남학생들이 쫓아다닐 만큼 출중한 미모였어. 차선배님이 내일 약속을 잡았다고 했는데 … 정확하게 몇 시지?”


유강인이 문자를 확인했다. 차수호 형사가 2시간 전에 문자를 보냈다.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

“유형사! 내일 강선애씨와 약속을 잡았어. 행운 빌라에서 멀지 않은 곳이야. 약도를 보낼 테니 오전 8시 30분까지 그곳으로 가. 오후에는 출근한다고 그래서 오전에 약속을 잡았어, 그럼 수고해.”

------------------------



유강인이 문자를 읽고 고개를 끄떡였다. 그리고 나지막하게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이제 가장 중요한 피해자를 만날 차례가 되었군. 얼마나 대단한 미인인지 직접 확인해야겠어.”


그가 말을 마치고 시계를 확인했다. 벌써 밤 11시 반이 넘었다.


“이제 자야겠군.”


유강인이 컴퓨터를 끄고 노트를 덮었다. 잠자리를 깔았다. 그렇게 그의 고된 하루가 끝났다.





행운 빌라 사건 재조사 4일 차


아침이 밝았다. 유강인이 일찍 일어나 출근을 준비했다. 오늘은 어머니와 함께 아침을 준비했다.


어머니가 아침상을 준비했고 아들은 프라이팬에 갈치를 구웠다.


노릇노릇 구워진 갈치가 접시에 올려지자, 모자가 오순도순 아침밥을 먹었다.


국산 갈치가 너무 비싸서 외국산을 샀지만, 모자가 그런대로 만족했다. 외국산이라 갈치 특유의 깊은 맛이 부족했지만, 살이 두툼한 게 꽤 식감이 좋았다.


둘이 아침밥을 맛있게 먹고 같이 집을 나섰다.


오랜만에 모자가 같이 출근하는 날이었다. 유강인이 어머니를 배웅했다. 그가 지하철 앞에서 어머니에게 말했다.


“이제, 그만 가볼게요. 어머니”


“그래, 우리 아들. 오늘도 열심히 일해!”


어머니가 아들의 볼을 사랑스럽게 쓰다듬고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에 올라탔다.


아들은 어머니가 사라질 때까지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어머니가 사라지자,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유강인이 버스를 타고 가운산동으로 향했다. 참사의 유일한 생존자 강선애를 만나야 했다. 그녀는 여전히 가운산동에 살았다.



**



1시간 후, 유강인이 버스에서 내렸다.


그가 어제 갔던 길을 다시 걸어갔다. 어제처럼 신축 아파트 단지 옆에 있는 큰 골목으로 들어갔다.


행운 빌라로 들어가는 작은 골목이 보였다. 그는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큰길을 따라서 20분 정도를 더 걸었다.


길을 따라가자, 상업 고등학교가 보였다. 많은 학생이 등교하며 재잘거렸다.


학교 맞은편에 문방구가 있었다. 문방구에 사람이 많았다. 학생들이 필요한 물품을 사려고 바글거렸다.


유강인이 동네 분위기를 살피며 천천히 걸어갔다. 그러다 우측에 있는 작은 골목으로 들어갔다. 10여 미터를 걷다가 걸음을 멈췄다.


그곳은 1층 빵집이 있는 상가 주택 앞이었다. ‘둘이 함께 과자점’ 간판이 크게 보였다.


유강인이 빵집 앞에서 간판을 확인했다.


‘음, 이 집이군. 상가 주택 1층에 둘이 함께 과자점이 있다고 했어. 강선애는 이 집 3층에 살고 있어.’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이고 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강선애에게 전화 걸었다.


신호음이 울렸다.


“여보세요.”


젊은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유강인이 목을 가다듬고 말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유강인 형사입니다.”


“아! 유강인 형사님. 어제 연락받았습니다. 약속 시각보다 일찍 오셨네요. 조금 기다리세요. 곧 나가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유강인이 전화를 끊고 빵집 앞에서 그녀를 기다렸다.


시간이 흘러 10분이 지나갔다.


‘왜 이리 안 나오지.’


유강인이 기다리기 지루한지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몸을 풀었다.


‘어제 많이 돌아다녀서 그런가? 다리가 좀 피곤하네.’


유강인이 오른손으로 오른 다리를 잠시 주물렀다. 그러다 고개를 들었다. 사방을 둘러보며 말했다.


“어디 몸 좀 풀 데가 없나?”


빵집 건너편에 마을 공원이 있었다. 규모가 작지 않았다. 공원 안에 철봉도 있고 평행봉도 있었다.


‘저기로 갈까? 저기 가서 몸 좀 풀까? … 아니야! 강선애씨가 곧 나올지 몰라! 좀 더 기다리자.’


유강인은 철봉 운동하며 찌뿌둥한 몸을 풀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강선애가 언제 나올지 알 수 없었다.


15분이 흘러갔다.


유강인은 강선애가 나오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렸다.


‘아니? 왜 안 나오는 거야? 무슨 일이 있나?’


유강인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다가 핸드폰을 들었다.


그때! 건물 공동 출입구로 내려오는 사람이 보였다.


다급한 발소리가 들리더니 출입문이 열리고 한 여인이 밖으로 나왔다.


강선애였다.


그녀는 발목까지 내려오는 검은색 원피스를 입은 아담한 여성이었다. 키는 작았지만, 몸매가 날씬하고 비율이 좋아서 치렁치렁한 원피스가 참 잘 어울렸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생머리가 인상적이었고 뽀얗고 하얀 피부가 칠흑 같은 검은 머리카락과 눈부신 대조를 이루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대단한 미인이었다. 홍은희, 라미경의 말대로 남학생들이 뒤를 쫓아다닐 만했다.


긴 눈썹에 그윽한 눈매가 무척이나 슬퍼 보였다. 마치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청순하고 깨끗한 아름다움이 돋보였다.


강선애가 등장하자, 유강인의 눈이 두 배로 커졌다. 25분 동안 하염없이 기다렸던 피로가 말끔히 가시기 시작했다.


강선애가 빵집 앞에서 사방을 둘러봤다. 한 남자가 그녀 앞에 있었다.


그녀가 빙긋 웃었다. 남자에게 걸어가 말했다.


“유강인 형사님이시죠?”


상냥하고 나긋한 목소리였다.


강선애의 목소리에 유강인은 보이스피싱을 당하는 느낌을 받았다. 잘못하면 그녀를 사건의 피해자가 아닌 아름다운 여성으로 볼 판이었다.


이에 유강인이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사건을 수사하는데 사심이 들어갈 수는 없었다. 본능을 참기 위해 애썼다.


“형사님 아니세요? … 실례했습니다.”


강선애가 실망한 표정을 짓고 고개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자기 앞에 있는 유강인 형사를 찾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기다린다고 하셨는데 … 내가 너무 늦게 나왔나?”


강선애가 애타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휴우~!”


유강인이 크게 숨을 내쉬고 정신을 가다듬었다. 그가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강선애에게 말했다.


“제가 유강인 형사입니다. 강선애씨죠?”


“네에?”


강선애가 깜짝 놀라서 고개를 돌렸다. 잠시 의아한 표정으로 유강인을 바라보다가 이내 함박웃음을 짓고 말했다.


“유강인 형사님이 맞는다고요?”


“네, 맞습니다. 제가 유강인입니다.”


유강인이 품에서 신분증을 꺼냈다. 신분증을 강선에게 건넸다. 강선애가 신분증을 확인하고 다행이란 듯 손으로 입을 가리고 소리 죽여 웃었다.


그러다 갑자기 빵집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이에 유강인이 급히 말했다.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


“어디 가십니까?”


유강인의 말에 강선애가 활짝 웃으며 답했다.


“아침 사려고요. 아침을 1층 빵집에서 사다 먹어요. 이 집은 생크림 빵이 참 맛있어요.”


말을 마친 강선애가 빵집 안으로 들어갔다. 유강인이 한 손을 들어다가 내렸다. 다시 그녀를 기다려야 했다.


5분 후


강선애가 빵집에서 빵 여러 개와 우유를 사서 밖으로 나왔다.


“저기에 있는 공원으로 가요. 공원에서 아침 먹으며 얘기해요.”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였다. 강선애를 따라서 공원 안으로 들어갔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공원에 사람이 없었다. 텅 빈 곳에 두 사람만 있었다. 둘이 벤치에 자리 잡았다.


벤치 위에 큰 나무가 있었다. 잎이 무성해서 아침 햇살을 막아줬다. 천연 그늘막이었다.


강선애가 우유 팩을 열고 생 크림빵을 한입 베어 물었다. 참 맛있는지 탄성을 질러댔다.


“아! 맛있다. 역시 빵은 생 크림빵이 최고예요. 이렇게 맛있는 빵을 코 닿을 곳에 팔아서 얼마나 다행인 줄 몰라요.”


그녀가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빵을 탐닉했다.


"그렇군요. 빵이 참 맛있군요."


유강인이 빵을 맛있게 먹는 강선애를 보며 힘없이 말했다. 이제는 빵을 다 먹을 때까지 기다려야 할 판이었다.


강선애가 말없이 빵을 먹다가 봉지에서 빵을 하나 꺼냈다. 그 빵을 유강인에 권했다. 그녀가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형사님도 하나 드세요. 형사님 것도 하나 샀어요. 호호호”


“아! 예.”


유강인은 아침밥을 든든히 먹고 와서 빵이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배가 부르다고 미인이 권하는 빵을 마다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빵을 받고 한입 베어 물었다. 부드럽고 고소한 생크림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우와! 맛있네요.”


유강인의 두 눈이 동그래졌다. 그가 허겁지겁 빵을 먹기 시작했다. 여태까지 먹어보지 못했던 정말 맛있는 생 크림빵이었다.


그렇게 게눈 감추듯이 빵을 먹어치웠다. 그런 사이에 강선애가 아침 식사를 마쳤다. 그녀가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자, 형사님! 아침 식사를 마쳤으니 이제 질문하세요. 제가 늦어도 12시까지 갈 때가 있어요. 그때까지 시간이 있어요. 목이 마르시면 여기 우유 드세요.”


강선애가 가냘픈 손으로 우유 팩을 들고 유강인에게 권했다. 유강인이 반색했다. 목이 마르던 참이라 듣던 중 반가운 말이었다.


유강인이 우유 팩을 받고 벌컥벌컥 우유를 마셨다.


그렇게 유강인이 우유를 다 먹고 팩을 벤치에 내려놓자, 강선애가 고개를 끄떡였다.


이윽고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유강인을 그윽하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눈망울이었다.


‘헉!’


유강인이 깜짝 놀랐다. 강선애의 아름다운 눈망울에 풍덩 빠질 거 같아 급히 고개를 돌렸다. 자칫하면 형사의 본분을 잊을 것만 같았다.

keyword
월, 화, 수, 목, 금 연재
이전 10화탐정 유강인 01_09_수상한 마을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