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01편 <행운 빌라 살인 사건>
서울지방경찰청 강력반 조사실에 불이 들어왔다.
뚜벅뚜벅!
이호식 형사가 굳은 표정으로 조사실로 향했다. 얼굴에 차가운 냉기가 감돌았다.
끼익!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형사가 안으로 들어오자, 피의자가 떨리는 눈으로 고개를 들었다.
“이놈들!”
이호식 형사가 주먹을 꽉 쥐고 괴한 둘을 노려봤다. 분을 참지 못하고 크게 소리쳤다.
“독고승! 왜 유강인 형사를 습격했지! 빨리 말해! 어서!”
“…….”
고개를 쳐든 독고승이 아무런 말도 못 했다. 그가 고개를 다시 푹 숙였다. 그는 행운 빌라 근처 ‘OK 24시 편의점’ 주인이었다.
“경호 임무를 수행하는 형사를, 흉기로 습격하는 게 얼마나 큰 죄인지 모르고 한 짓이냐?”
“이, 이런 제기랄!”
독고승이 무척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가 악을 쓰며 말했다.
“이봐! 난 스토커를 처단한 거야. 연약한 여자를 괴롭히는 나쁜 놈을 경찰 대신에 손을 본 거뿐이라고! 난 오히려 상을 받을 사람이라고! 그자가 경찰이라고는 …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어, 제발 믿어줘!”
이호식 형사가 고개를 흔들며 답했다.
“실제 스토커일지라도, 너희의 행위는 결코, 정당화할 수 없다. 사람을 마구 해쳐놓고 어디에서 큰소리를 치는 거야!”
“으으으~!”
독고승이 몸을 떨었다. 자신이 한 짓을 깨닫고 머리가 멍해진 듯, 말을 잇지 못했다.
이호식 형사가 말을 이었다.
“스토커라면, 경찰에 신고하든지 아니며 말로 잘 타일러야지, 감히 야구 배트와 칼을 들고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해. 그리고 납치까지 하려 했다. 이는 계획된 살인 미수 행위다. 이건 피해 여성을 보호하려는 행위가 아니라 그냥 테러다. 아무리 정상참작 해도 너희 행위는 결코, 용서받을 수 없다. 더구나 공무 수행 중인 형사에게 해를 가하다니 이는 가중 처벌될 중범죄다.”
이호식 형사가 우렁찬 목소리 외쳤다. 그렇게 독고승을 압박했다.
독고승이 떨리는 두 손을 멈출 수 없었다. 머리를 세차게 흔들며 울먹이며 말했다.
“난 … 스토커가 있다고 해서 손을 본 거뿐입니다. 폭력을 쓴 거 정말 잘못이지만, 연약한 여자를 구하려고 한 겁니다. 제발 믿어주세요.”
이호식 형사가 이를 반박했다.
“연약한 여자를 구하려 했다고? 강선애씨는 유강인 형사의 비밀 경호를 잘 알고 있었다. 사전 양해를 구했다. 그런데 너희는 강선애씨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맘대로 폭력을 행사했다.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는 짓이다!”
“헉!”
독고승이 너무 놀랐는지 말문이 막혔다. 그가 어떻게든 변명하려고 입을 오물거렸지만, 목구멍에서는 어떤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이호식 형사가 계속 몰아붙였다.
“예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 강선애를 스토킹하던 박기정이 퍽치기당해 죽었다. 그런데 또 같은 사건이 일어났다. 박기정은 진짜 스토커였다. 강선애씨가 박기정을 경찰에 신고했다. 그래서 경찰이 그자를 체포해서 응분한 처분을 했다.”
이호식 형사가 입술에 침을 묻혔다. 그가 말을 이었다.
“그런데 그 후 박기정이 퍽치기를 당해 죽었다. 강선애 근처에 있던 두 남자가 다 큰 봉변을 당했다. 이 두 사건은 우연한 일치라 볼 수 없다. 너희가 박기정을 죽인 게 분명했다. 그렇지! 빨리 말해! 이실직고해!”
“악!”
독고승이 허가 질린 듯 비명을 질러댔다. 정곡이 찔린 듯했다.
이호식 형사가 두 눈을 가늘게 떴다. 그가 말했다.
“우리는 너희 둘을 사주한 자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주한 사람이 누구지? 빨리 말해! 어서!”
“…….”
“말을 하지 않겠다는 거냐? 성동연합모임 이사장 황보술이라는 자가 시킨 게 아니고?”
“뭐, 뭐라고?”
독고승이 황보술이라는 말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너희가 주범을 불지 않으면 모든 죄를 다 뒤집어쓸 수밖에 없다. 종범이라면 어느 정도 형을 줄일 수 있다. 주범이라면 법의 용서가 없다. 살인죄와 살인 미수, 공무집행방해죄가 적용된다.”
이호식 형사가 잠깐 말을 멈추고 독고승을 무섭게 노려봤다. 마치 사로잡은 먹이의 숨통을 끊으려는 듯. 그러다 힘껏 소리쳤다.
“어서 불어! 빨리!!”
1시간 후
행운 빌라 근처 ‘행운 정육점’ 주인 김만호가 조사실에 앉아 있었다. 그가 두려운 눈빛으로 사방을 둘러봤다.
조사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고요만이 가득했다.
끼익!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차수호 형사가 안으로 들어왔다. 차형사가 김만호를 보고 씩 웃었다. 손에는 따뜻한 커피 한 잔이 들려 있었다.
“차수호 형사입니다. 김만호씨 이제부터 조사를 시작하겠습니다. 커피 한 잔 마시며 편안하게 얘기합시다.”
“네에?”
김만호가 놀란 눈으로 차수호 형사를 바라봤다. 차형사가 생글생글 웃으며 입을 열었다.
“전혀 모르셨겠지만, 강력범죄수사대 유강인 형사가 강선애씨를 비밀리에 경호하고 있었습니다. 지금 행운 빌라 사건 재수사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래서 피해자이자 생존자인 강선애씨를 보호하고 있습니다. 공범인 독고승씨 진술에 따르면 스토커를 처단하려고 그러셨다는데 그래도 큰 불법을 저지른 겁니다.”
김만호가 서둘러 말했다.
“저희는 그분이 형사님인 줄 전혀 몰랐습니다. 스토커가 있다고 해서 그냥 겁만 주려고 한 겁니다. 그런데 형사님이 저항하셔서 일이 커진 겁니다. 제발 선처해주세요. 집에 애들도 있고 처도 있습니다. 제가 감옥에 가면 처자식을 어떻게 부양합니까? 유강인 형사님께 사죄하고 치료비도 모두 부담하겠습니다. 부탁합니다. 제발!”
김만호가 두 눈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며 간청했다. 차수호 형사가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
“김만호씨가 유강인 형사를 스토커로 생각한 건 잘 알겠습니다. 그렇지만,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하셔서 죄가 아주 큼입니다. 살인미수혐의죠. 그런데 명심할 게 있습니다. 주범이 있으면 종범은 죄가 덜해집니다.”
“주범이요?”
주범이라는 말에 김만호가 매우 놀란 듯 두 눈이 동그래졌다.
“혹, 스토커를 해치라고 사주한 사람이 있나요?”
차수호 형사가 넌지시 말을 던졌다.
“그, 그게 ….”
“어서 말하세요. 그래야 형량을 줄일 수 있습니다. 집에 있는 가족을 생각하세요.”
“전, 그냥 형님이 시켜서 같이 나선 겁니다.”
형님이라는 말에 차수호 형사의 눈이 반짝였다. 그가 입술에 침을 묻히고 말했다.
“형님이 누구죠?”
“독고승이요! 형님이 강선애를 괴롭히는 스토커를 혼내주자고 저를 꼬드겼습니다.”
“독고승? 편의점 주인 말입니까?
“네! 맞아요. 형님이 부탁해서 어쩔 수 없이 응했습니다. 평상시 도움을 많이 받아서 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군요, 독고승이 주범이란 말이군요. … 이렇게 나오시면 매우 곤란합니다. 김만호씨!”
차수호 형사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안색이 험상궂게 변했다.
행운 빌라 재조사 시작 21일 차, 오전
강선애의 방에 해가 밝아왔다.
어둠이 가린 도시로 햇살이 쏟아졌다. 강선애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참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유강인에게 문자를 보냈지만, 답장이 없었다. 이에 무슨 일 있나 하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유강인에게 문자를 보내면, 유강인이 재깍 응답했다. 그런데 이틀이 지나도 아무런 답이 없었다.
“전화를 할 까?”
강선애를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그러다 핸드폰을 내려놨다. 전화를 걸 용기가 나지 않았다. 괜히 전화를 걸었다가 마음을 들킬 거 같아 부끄러움이 앞섰다.
“휴우~!”
강선애가 답답한 마음을 뒤로하고 TV를 켰다. 조용한 방을 TV 소리로 채우기 시작했다.
삐리릭!
핸드폰 벨이 울렸다.
TV를 보던 강선애가 핸드폰을 들었다. 모르는 번호였다. 이에 전화를 끊고 실망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삑!
잠시 후, 문자 메시지가 날아왔다. 강선애가 문자를 확인했다.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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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애씨, 서울지방경찰청 강력반 차수호 형사입니다. 지금 유강인 형사가 병원에 입원해 있습니다. 경호 임무 중에 습격을 받았습니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닙니다. 병원은 제일 사랑 병원입니다. 사건과 관련해서 조사할 사항이 있습니다. 유형사가 병원에서 뵙고자 하니 방문 가능 날짜와 시간을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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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님이 병원에 입원해 있다고?”
문자를 읽은 강선애의 눈이 잘 익은 보름달처럼 커졌다. 그녀가 너무나도 놀란 나머지 한동안 멍하니 있었다. 그러다 머리를 세차게 흔들고 겨우 정신 차렸다.
강선애가 서둘렀다. 차수호 형사에게 전화했다.
삐리릭!
“차수호 형사입니다.”
“강선애에요. 유강인 형사님이 다쳐서 지금 병원에 있다고요? 정말이에요?”
다급한 목소리에 차수호 형사가 차분한 목소리로 답했다.
“맞습니다. 유형사가 경호 임무 중에 괴한에게 습격받았습니다. 다행히 저와 선배님이 근처에 있어, 큰일은 없었습니다. 그래도 며칠간은 병원에 입원해야 합니다. 유형사가 강선애씨와 할 말이 있다고 했습니다. 언제 시간이 되시죠?”
“당장이요! 지금 갈게요.”
강선애가 급하게 전화를 끊었다. 인터넷으로 제일 사랑 병원으로 가는 길을 찾았다. 몇 분 후 가는 길을 숙지하고 급하게 옷을 갈아입었다.
‘경상이라면 별도 다치지 않았을 거야. 나를 지키려다가 다치다니 어찌 이런 일이! 정말 내가 재수 없는 여잔가? 부모님도 동생도 모두 잃었는데 날 지켜주는 형사님마저 다치게 하다니 ….’
강선애가 속으로 유강인을 생각하며 눈물을 쏟기 시작했다. 경상이라는 말에 마음을 가다듬고 외모를 가다듬었다.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머리를 열심히 빗고 또 빗었다.
끼익!
공동 출입문이 열렸다. 강선애가 급하게 밖으로 나왔다. 사방을 둘러보며 뭔가를 찾기 시작했다. 초조함을 감출 수 없는 듯 발을 동동거렸다.
1분 후, 콜택시가 강선애 앞에 도착했다. 차에 타며 말했다.
“기사님! 제일 사랑 병원이요. 급해요!”
“네, 알겠습니다. 손님! 안전하면서도 빠르게 모시겠습니다.”
택시 기사가 친절하게 답했다. 차가 출발했다.
택시가 골목을 벗어나 대로로 사라지자 ‘둘이 함께 과자점’ 출입문이 조용히 열렸다.
빵집 주인이 밖의 상황을 살피고 핸드폰을 들었다.
택시가 빠른 속도로 제일 사랑 병원으로 향했다. 1시간 후 병원 주차장에 도착했다. 강선애가 급히 차에서 내렸다.
강선애가 병원 안으로 들어가 약도로 찾았다. 입원실을 확인하고 엘리베이터로 달려갔다.
그때 엘리베이터가 사람을 태우고 위로 올라갔다.
강선애가 급하게 외치며 엘리베이터를 향해 뛰었다.
“저기요! 저도 타요. 기다려 주세요.”
거의 닫혔던 닫히던 엘리베이터 문이 다시 열렸다. 강선애가 간신히 엘리베이터에 탔다. 그녀가 숨을 헐떡였다. 탑승객들이 두 눈을 크게 떴다.
엘리베이터가 5층에 멈췄다. 문이 열리자, 강선애가 뛰어나왔다.
“502호라고 했는데 어디에 있지?”
강선애가 사방을 둘러보며 502호를 찾았다. 그러다 저 멀리에 502호를 발견하고 급하게 걸음을 옮겼다.
502호 병실 앞에 환자 명단이 있었다. ‘유강인’이라는 이름이 선명하게 보였다. 강선애가 슬픈 눈빛으로 크게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여기가 맞는구나!”
강선애가 입원실 문손잡이를 꼭 잡았다.
끼익!
문이 천천히 열렸다. 8인용 병실이었다.
창문 쪽 침대에 환자와 남자 둘 있었다. 남자 둘은 모두 체격이 좋았다. 둘은 이호식, 차수호 형사였다. 둘이 환자 유강인과 진지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눴다.
“형사님!”
강선애가 유강인의 얼굴을 확인하고 애타는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