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01_28_강선애에게 진실을 요구하다

탐정 유강인 01편 <행운 빌라 살인 사건>

by woodolee

갑자기 들리는 강선애 목소리에 유강인이 깜짝 놀랐다. 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으윽!”


유강인이 신음을 내뱉었다. 그가 한 손으로 가슴을 부여잡고 인상을 썼다.


“아니!”


강선애가 그 모습을 보고 두 손으로 입을 감쌌다.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유강인은 초췌한 모습이었다. 환자복을 입고 여기저기 붕대를 감았다.


차수호, 이호식 형사가 고개를 돌렸다. 앞에 아름다운 여인이 서 있었다. 강선애가 분명했다. 서로 쳐다보고 고개를 끄떡였다.


두 형사가 강선애를 보고 예사롭지 않다고 생각했다. 강선애는 알게 모르게 묘한 기운을 뿜어냈다.


차수호 형사가 이호식 형사에게 귓속말했다.


“성녀라고 그랬죠?”


이호식 형사가 말없이 고개를 끄떡였다. 그가 한발 앞으로 나갔다. 강선애에게 말을 붙였다


“강선애시죠?”


강선애가 말없이 고개를 끄떡였다.


이호식 형사가 말을 이었다.


“유형사가 강선애씨에게 할 말이 있다고 합니다. 저희는 자리를 비킬 테니 편하게 말씀 나누세요.”


이호식 형사가 말을 마치고 출입문으로 걸어갔다. 차수호 형사가 그를 따라갔다.


문 닫는 소리가 들렸다.


병실에 둘만 남았다. 8인 병실이지만, 유강인만 있었다. 병실에 다른 환자들도 있었지만, 모두 퇴원을 앞두고 있었다. 이에 그들에게 자리를 피해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강선애씨!”


유강인이 힘을 내어 강선애의 이름을 불렀다. 그녀의 얼굴을 안타까운 표정으로 바라봤다.


“…….”


강선애가 뭔가를 말하려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입술이 딱 붙어서 떨어지지 않았다. 이 모든 게 자기 탓이라는 듯 고개를 떨구었다.


유강인이 말을 이었다.


“전, 괜찮습니다.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오늘 퇴원해도 되는데 내일까지 상태를 본다고 해서 이렇게 병원에 있습니다.”


강선애가 말없이 고개를 끄떡였다. 그녀가 걸음을 옮겼다.



또각또각!



구두 굽 소리가 들렸다.


강선애가 참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생기있는 유강인의 목소리를 듣고 다소 안도했다. 유강인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유강인의 얼굴을 내려다봤다. 그리고 방긋 웃었다.


잠시 병실에 침묵이 흘렀다. 어색한 침묵이었다.


강선애가 입술에 침을 살짝 묻히고 미소를 지었다. 그녀가 입을 열었다. 이제야 입술이 움직였다.


“형사님 … 저를 경호한다고 하셨잖아요. 어서 쾌차하셔서 저를 지켜주세요.”


강선애가 떨리지만,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목소리를 듣고 유강인이 힘이 난 듯 고개를 연신 끄떡였다.


강선애가 활짝 웃었다. 그녀가 한번 헛기침하고 말을 이었다.


“… 저한테 하실 말씀이 있다고 들었어요. 그게 뭐죠?”


강선애가 궁금함을 참지 못했다.


유강인이 선뜻 답하지 못했다. 그가 고개를 숙이고 뜸을 들였다.


한참의 시간이 지났다.


강선애가 좀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침묵을 지키는 유강인을 보고 답답한지. 창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녀가 창문을 바라보며 말했다.


“오늘 날씨가 참 좋네요. 햇빛도 좋고 … 혹 말하기 힘든 게 있나요? 재수사가 실패했나요?”


유강인이 여전히 침묵을 지켰다.


강선애가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요. 10년 동안이나 해결하지 못한 사건이에요. 어쩔 수 없는 일이에요. 형사님 탓이 아니에요. 형사님은 빨리 건강을 회복하는 게 제일 중요해요. 사건에 대해서는 더는 신경 쓰지 마세요.”


강선애가 복받치는 슬픔을 애써 참았다.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이었다. 그녀가 억울한 감정을 애써 참으며 서 있었다.


잠깐의 침묵이 더 흘렀다.


유강인이 뭔가를 결심한 듯 두 눈에 크게 떴다. 그가 오랜 침묵 끝에 입을 열었다.


“강선애씨. 정반대입니다.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단서를 잡았습니다.”


“네에? 뭐라고요?”


강선애가 깜짝 놀랐다. 그녀가 고개를 획 돌렸다. 유강인을 똑바로 바라봤다. 단서를 잡았다는 말에 두 눈이 심하게 떨렸다.


“그게 뭐죠? 단서가 대체?”


강선애의 목소리가 떨렸다. 목소리에 희망이 넘쳤다. 이제 10년에 걸친 원한을 풀 수 있었다.


유강인이 사실대로 말하기 시작했다.


“사실, 강선애씨 비밀 경호는 적을 유인하기 위한 계책이었습니다.”


“네? 계, 계책이라고요? 그게 대체 무슨 말이죠?”


강선애가 유강인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이에 되물었다.


유강인이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비밀 경호는 범인을 잡으려는 유인책이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 강선애가 손뼉을 짝! 쳤다. 이제 말귀를 알아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말했다.


“… 아! 그런 거였군요. 어쩐지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저를 경호하는 게 ….”


유강인이 크게 숨을 내쉬었다. 앞으로 차마 하기 힘든 말을 해야 했다. 그렇지만, 그 사실은 강선애가 반드시 알아야 했다. 그래야 사건을 풀 수 있었다. 그가 입을 열었다.


“강선애씨, 스토커 박기정을 알고 계시죠?”


“스토커 박기정이요? … 아! 제가 옛날에 스토킹을 신고했는데 그 사람을 말하는 거죠?”


“맞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신고 후 퍽치기당해서 죽었습니다.”


“저도 그 얘기를 들었어요. 그 사람을 신고했는데도 다시 나타나서, 마을 사람들에게 하소연했어요. 도와달라고 했어요. 그 이후에 사고로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그래서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말을 들었어요.”


강선애의 말에 유강인이 뭔가를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떡였다. 그가 고개를 돌려 창문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 사람들이 독고승, 김만호씨 아닌가요?”


“네? 그걸 어떻게 ….”


강선애가 비밀을 들킨 듯 소스라치게 놀랐다.


“독고승, 김만호가 저에게 해를 가했습니다. 스토커로 오해하고 ….”


“네에? 뭐, 뭐라고요?”


강선애의 두 눈이 놀란 토끼 눈이 됐다. 그럴 리 없다는 듯 고개를 마구 흔들었다. 그녀가 말했다.


“형사님, 다시 말씀해주세요. 독고승, 김만호씨라면 우리 마을 사람들을 말하는 건가요?”


“맞습니다. OK 24시 편의점 주인 독고승, 행운 정육점 주인 김만호가 저를 테러했습니다. 감히 성녀를 넘본다면 ….”


“억!”


순간! 강선애가 자기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그녀가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크게 외쳤다.


“그, 그럴 리가 … 그럴 리가 없어요. 어떻게 장로님들이! 그런 짓을!”


강선애가 장로라는 말을 내뱉고 깜짝 놀랐다. 서둘러 한 손으로 입을 꼭 틀어막았다. 비밀을 누설했을 때 보이는 행동이었다.


유강인이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결국, 내 생각이 맞았군요. 그들이 성동연합모임의 장로였군요. 성녀를 비밀리에 지키는 ….”


강선애가 그 말을 듣고 두어 걸음 뒤로 물러섰다. 마치 폐부를 찔린 듯했다. 그녀가 급히 말했다.


“마,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그분들은 선량하고 훌륭한 분들이에요. 봉사 활동에 성의를 다하셨어요. 많은 기부금도 내셨어요.”


강선애가 자기 식구를 감싸듯 항변했다.


유강인이 이를 악물었다. 강선애의 어리석음을 더는 참을 수 없는 거 같았다. 그가 인상을 쓰며 크게 소리쳤다.


“강선애씨! 제발 정신 차리세요! 그들은 사이비 종교 단체 일원입니다. 강선애씨도 마찬가지고요. 그들은 옛날 박기정에게 했던 것처럼 저에게 테러를 가했습니다.”


“말도 안 돼요! 아니에요. 그럴 리가 없어요. 더는 듣고 싶지 않아요.”


강선애가 크게 울부짖었다. 두 손으로 귀를 꼭 감쌌다.


“어쩔 수 없군요. … 강선애씨, 이제는 진실을 알아야 하는 시간입니다.”


유강인이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손에 핸드폰이 있었다. 그가 핸드폰을 들어 올리고 영상 하나를 재생했다.


그 영상은 서울청 광역수사대 조사실 영상이었다.


이호식 형사가 독고승과 김만호를 조사하는 영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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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사가 독고승에게 말했다.


“독고승! 당신이 테러를 기획했나?”


“맞습니다. 제가 기획했습니다. 성녀님을 계속 스토킹하는 녀석을 가만둘 수 없었습니다.”


“경찰에 신고하면 되는데 왜 테러를 가한 거지?”


“경찰에 신고해도 접근 금지 조치밖에 없어서 … 우리는 성녀님의 순결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었습니다.”


“뭐라고? 순결이라고?”


“저희 교단에서는 성녀는 순결을 지켜야 합니다. 교단의 방침입니다. 남자를 만나지 않도록 성녀를 지키는 게 우리 임무였습니다.”


“허, 참! 대단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군. 그러면 예전 박기정 테러도 너희가 한 짓이지, 어서 말하지 못해!”


“…….”


“묵비권을 행사하는 거냐? 지금!”


“그때 일은 모릅니다. 벌써 옛날 일이고. 그냥 스토커가 죽었다는 소식만 들었습니다. 전 모르는 일입니다.”


이호식 형사가 김만호에게 말했다.


“김만호! 너는 박기정 일을 알고 있나?”


“아닙니다. 저는 모르는 일입니다.”


둘이 박기정 사건은 부인했다.


이호식 형사가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


“야구 배트와 칼로 사람의 급소로 때리는 건 중범죄다. 바로 살인미수죄지. 이 사실은 잘 알고 있겠지?”


“네, 잘 알고 있습니다. 저희가 실수했습니다. 그냥 말로 타일러야 했는데 그만 ….”


“맞습니다. 성녀님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실수했습니다. 더군다나 형사님인 줄 알았다면 절대로 그런 일을 하지 않았을 겁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이호식 형사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추궁했다.


“너희는 성동연합모임 회장 황보술이 사주한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다시 묻는다. 이 사건이 황보술과 관계가 있는 거야? 없는 거야?”


“회장님이랑은 절대로 관계가 없습니다.”


“맞습니다. 저희가 그냥 저지른 일입니다. 회장님이랑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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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그만! 제발 그만 해요. 제발!”


강선애가 울부짖었다. 독고승과 김만호의 목소리를 더는 듣고 싶지 않은 거 같았다. 이윽고 다리 힘이 빠졌는지 무릎이 꺾였다.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고 말았다.


“이, 이런!”


유강인이 영상을 중지했다. 침대에서 나가서 강선애에게 걸어갔다. 가슴이 아픈지 한 손을 가슴팍을 꽉 부여잡았다. 그가 이를 악물고 통증을 참았다.


강선애 앞에서 유강인이 걸음을 멈췄다. 한쪽 무릎을 꿇고 말했다.


“괜찮아요? 강선애씨.”


“흑!”


강선애가 유강인 품에 안겼다.


강선애가 흐느끼기 시작했다.


병실에 울음소리가 들렸다.


한동안 둘이 말이 없었다.


유강인은 강선애를 다독이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흑!”


강선애가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얼굴에서 뜨거운 눈물을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유강인의 옷이 눈물로 푹 젖어갔다.


5분 후, 강선애가 안정을 되찾았다. 유강인이 그녀를 부축했다. 같이 침대에 나란히 앉았다.


“이제 괜찮아요?”


유강인의 말에 강선애가 힘없이 고개를 끄떡였다. 유강인이 말을 이었다.


“성동연합모임은 봉사단체가 아니고 사실은 종교

단체죠? 여러 자회사를 거느리느 모회사로 파악했습니다. 어서 사실대로 말해주세요. 그래야 10년 전 사건을 풀 수 있습니다. 부탁합니다, 강선애씨. 당신만이 진실을 밝힐 수 있어요. 아는 대로 말해주세요.”


강선애가 고개를 푹 숙이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10초 후 다시 고개를 들고 유강인의 두 눈을 바라다봤다. 과연 믿을 수 있는 사람인지, 지난 일을 사실대로 말해도 되는지 탐색하는 거 같았다.


1분 후, 강선애의 입술이 심하게 떨렸다. 뭔가 속에서 끓어오르는 거 같았다.


결국, 강선애가 입을 열었다.


“저는 형사님을 처음 볼 때부터 믿었어요. 사건을 반드시 풀 수 있다고 … 다시 믿음을 주세요. 10년 전 사건을, 제 원한을 풀 수 있나요?”


유강인이 차분한 목소리로 답했다.


“100 프로 확신을 드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여태까지 밝힌 사실과 강선애씨의 증언이 더해지면 범인의 윤곽이 곧 드러날 거로 확신합니다.”


유강인의 말에 강선애의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녀가 고개를 끄떡였다. 하늘에서 마지막으로 내려온 한 가닥 희망의 끈을 꼭 잡기로 했다.


“알겠어요. 이제 말할 때가 된 거 같네요.”


강선애가 굳은 결심을 한 듯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가 잠시 눈을 감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성동연합모임은 봉사단체이자 종교 단체에요. 실제 이름은 ….”


“실제 이름이 뭡니까?”


유강인이 궁금함을 참을 수 없었다. 이에 강선애를 재촉했다.


“실제 이름은 … 음양일체교예요. 줄여서 음일교라 불러요. 음양의 조화로 일체를 이루어 영생과 사랑을 실천하는 종교예요. 음은 성녀, 양은 성주를 뜻합니다.”


“음일교라!”


유강인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사이비 종교의 진짜 이름이 드러났다. 그가 급히 입을 열었다.


“그럼, 성동연합모임 이사장 황보술이 교주입니까?”


강선애가 고개를 끄떡이며 답했다.


“이사장님이자 회장님이신 황보술이 교주님이십니다, 교단 내에서는 성주님이라고 불러요.”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였다. 자기 추리가 맞았다는 생각에 기뻤지만, 황보술은 유력한 용의자였다. 강선애는 황보술을 존경하고 있었다. 이에 그녀가 받을 충격이 내심 걱정됐다.


“그렇군요.”


유강인이 잠시 천장을 바라보며 뜸을 들였다.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진실을 결코 감출 수 없다고 생각에 다시 입을 열었다.


“왜 처음부터 성동연합모임에 관해 말하지 않았죠?”


강선애가 크게 숨을 내쉬고 답했다.


“그게, 참사가 생겼을 때 입을 다물라는 지시가 있었어요. 우리를 오해하는 세상 사람들이 많다며 성주님께서 신신당부하셨어요. 그래서 입을 다물었어요. 신도들에게 성주님 말은 법과 같아요. 얘기할 수가 없었어요.”


“그랬군요. 그런 사정이 있었군요.”


강선애가 정색하고 말을 이었다.


“그런데 우리 가족 참사랑 성연모는 관계가 없잖아요?”


“…….”


유강인이 답을 하지 못했다.


강선애가 유강인의 표정을 읽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가 급히 말했다.


“지금 형사님은 생각이 그런 거예요? 우리 집 참사랑 성연모가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정말 그런 거예요? 절대로 그럴 리 없어요! 아마 성연모에게 앙심을 품은 자들이 꾸민 일이 분명해요. 그자들이 부모님과 동생을 죽인 거 같아요!”


유강인이 고개를 흔들었다. 참 어이가 없는 말이었다. 그가 강선애의 두 눈을 잠시 바라보다가 간절하면서도 강경한 목소리로 말했다.


“강선애씨! 제 꼴을 보고서도 그런 소리를 하나요? 독고승과 김만호가 저를 죽이려고 했습니다. 칼과 야구 배트를 들고 폭행하고 협박했습니다. 동료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박기정처럼 죽고 말았을 겁니다. 그들은 평범한 종교인이 아닙니다. 흉악한 범죄자들입니다. 그들은 성연모, 음일교랑 관계됐습니다.”


“그, 그건 … 저를 지키려고 한 거잖아요. 스토커로 오해하고. 너무 과했지만, 실수잖아요.”


강선애가 독고승과 김만호를 변호하기 시작했다. 테러범에게 잡힌 인질이 테러범을 옹호하는 거 같았다. 스톡홀름 증후군이었다.


“좋습니다. 이젠 어쩔 수 없군요.”


유강인이 말을 마치고 윗니로 아랫입술을 피가 날 정도로 꽉 깨물었다. 그녀의 말을 더 들을 수 없었다.


그가 다시 핸드폰을 들었다. 그녀를 일깨우기 위해! 그녀를 사로잡는 망상을 산산조각내기 위해! 마음을 굳게 먹었다.


유강인이 핸드폰을 들고 다른 영상을 재생했다. 그 영상의 배경은 한밤중이었다. 독고승과 김만호가 유강인을 폭행할 때 찍은 영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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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이 감히 성녀님을 뒤를 따라다니다니 … 대체 뭐 하는 놈이야!”


“우리 성녀님을 순결하신 분이다. 감히 성녀님을 더럽히려 하다니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


“예전에도 너 같은 놈을 저세상으로 보냈지. 감쪽같이, 하하하!”


“젊은 놈 같은데 미안하구나. 이렇게 요단강을 건너게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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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


강선애가 비명을 질러댔다. 접시가 깨지는 듯한 비명이었다. 눈동자가 시간이 멈춘 듯 정지했다. 입과 코에서 숨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유강인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강선애씨, 이 목소리가 누구 목소리인지 잘 알고 계시죠? 독고승, 김만호 목소리입니다. 그들이 바로 스토커 박기정을 죽인 자들입니다. 자기 입으로 범행을 자백했습니다. 성연모는 평범한 종교 단체가 아닙니다. 흉악한 범죄 단체입니다. 당신은 그들에게 철저히 속고 있습니다. 이제라도 그들에게서 벗어나야 합니다. 제발! 정신 차려요!”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절대로!”


강선애가 두 손을 크게 휘두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뒷걸음질 쳤다.


“강선애씨, 당신 가족을 죽인 사람들이 그들일 가능성이 큽니다. 현재 성연모 내부 갈등 때문에 사건이 일어났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헉!”


강선애가 크게 입을 벌렸다.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든 듯 오른손으로 가슴팍을 꽉 부여잡았다.


“부모님이 성연모 감사였고 총무였다고 말하셨죠? 혹, 부모님이 황보술과 갈등이 있지 않았나요? 아는 게 있다면 제발 말해주세요. 10년 전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유강인이 강경한 어조로 말했다. 강선애에게 진실을 말할 거를 거듭 요청했다.


둘 사이에 침묵이 흘러내렸다. 영상이 계속 반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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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도 너 같은 놈을 저세상으로 보냈지. 감쪽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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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쪽같이’라는 말이 강선에의 귓가에 울렸다.


“감쪽같이.”


“감쪽같이.”


“아!”


순간! 강선애가 비틀거렸다. 벽을 향해 맥없이 쓰러졌다. 벽을 타고 아래로 쭉 미끄러졌다.


“강선애씨! 괜찮아요?”


유강인이 강선애를 향해 외쳤다.


강선애는 두 눈이 풀린 채, 벽에 기대서 앉아만 있었다. 아무런 말 없이 ….


유강인이 성연모의 악독함을 참을 수 없었다. 성연모는 강선애를 세뇌했다. 그녀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철저히 이용했다.


“강선애!”


유강인이 천둥 같은 목소리로 크게 외쳤다.


병실 안에서 강선애 이름 석 자가 크게 들렸다.


커다란 바위를 깨는 세찬 폭포수 같은 소리였다.


“으윽!”


강선애가 신음을 토하고 고개를 번쩍 들었다.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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