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20편 <검은 피, 저주의 서릿발>
저택은 무척 조용했다. 집 안에 사람이 없거나, 잠들어 있는 거 같았다.
1층에 불이 켜져 있었다. 아주 환한 불빛이 집 밖으로 새어 나왔다.
저택을 노려보던 유강인이 고개를 들었다. 바닷가 찬 바람을 얼굴로 맞으며 드넓은 밤하늘을 쳐다봤다.
아주 어두컴컴한 날이었다. 별빛은 자취를 감췄다. 초승달만이 그 존재감을 드러냈다.
유강인이 고개를 내렸다. 그리고 걸음을 옮겼다. 그가 친구들을 생각했다. 윤호, 진호가 병아리 2에게 잡혔다. 둘의 생명이 위험했다.
어둠을 가르는 발소리가 들렸다.
유강인이 호화 저택 앞 잔디밭을 걷고 있을 때
삑!
문자 오는 소리가 들렸다. 유강인이 문자를 확인했다. 문자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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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강인, 드디어 왔구나. 너는 역시, 내 기대에 어긋나지 않아. 아주 환영한다. 청천의 궁인이자, 지남철 박사의 실험체 병아리 2가 너를 적극 환영한다.
단 경찰은 사절이야. 너만 집 안으로 들어와. 허튼짓하면 윤호, 진호는 끝장이다. 내 말을 명심해라. 나는 너를 지켜보고 있다. 언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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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강인이 문자를 확인하고 잘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현재로서는 병아리 2의 요구에 따라야 했다.
그가 걸음을 옮겼다. 잔디 마당을 지나 야트막한 턱을 올랐다. 턱 위에 집이 있었다.
“휴우~!”
유강인이 다시 크게 숨을 내쉬었다. 그가 현관문을 향해 걸어갔다.
10초 후 유강인이 현관문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그가 이리저리 돌리면 집 안을 살폈다.
집은 여전히 쥐죽은 듯 조용했다.
“좋다!”
유강인이 나지막하게 중얼거리고 문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힘껏 돌렸다. 문이 스르륵! 열렸다.
문이 열리자, 응접실의 환한 빛이 밖으로 쏟아졌다.
유강인이 씩 웃었다. 그가 생각했다.
‘좋다! 병아리 2. 한판 대결을 벌이자! 누가 이기든지 그건 하늘의 뜻이다. 최선을 다하마.’
유강인이 현관문을 활짝 열었다. 두 눈에 응접실이 훤히 보였다.
“응?”
유강인이 두 눈을 크게 떴다. 두 눈에 사람들이 보였다.
“헉!”
그건 참극이었다.
많은 사람과 의자가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마치 폭탄이 떨어진 듯했다. 의자와 사람이 섞여 있었다.
“이, 이게 대체?”
유강인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바로 앞에 벌어졌다.
그때, 바람 소리가 들렸다. 거센 바람이었다. 바닷가에서 살을 에는 강풍이 불었다.
현관문이 삐거덕거렸다. 그 소리가 점점 커졌다.
“젠장!”
유강인이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그가 급히 움직였다. 다급한 발소리가 울렸다.
응접실 한가운데에 의자와 엉킨 사람들이 있었다. 정황상, 의자에 앉았다가 화를 당한 거 같았다.
유강인이 서둘러 의자의 개수를 셌다. 총 12개였다.
의자 주변에도 사람들이 쓰러져 있었다. 그들은 수가 적었다.
유강인이 급히 사람들의 숫자를 셌다. 대략 20명이었다. 사람들 입에서 검은 피가 흘러내렸다. 그 찐득한 피가 바닥에 가득했다.
“거, 검은 피!”
유강인이 검은 피를 확인하고 두 발 뒤로 물러섰다. 예상대로 검은 피의 저주가 내렸다. 섬뜩하기 그지없었다.
치직!
그때! 녹음기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천장에서 들리는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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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구나! 유강인, 환영한다. 너를 위해 환영 인사를 준비했다. 지인광 집안에 검은 피의 저주를 내렸다.
너도 알다시피 지인광 집안은 악의 소굴이다. 그래서 가차 없이 처단했다. 이는 사필귀정이며 인과응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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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뭐라고?”
유강인이 이를 악물었다. 병아리 2가 악을 처단하는 정의의 사도인 양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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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강인! 너는 나에게 졌다. 나의 위대함을 느끼고 패배감을 즐겨라! 그게 나의 선물이다. 아! 양갱도 준비했으니 나갈 때 챙겨가라. 냉장고에 넉넉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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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강인이 급히 고개를 돌렸다. 저 앞에 냉장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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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씨 집안 양갱을 명덕산 비밀 연구소에 맛보고 반했다. 네 어머니도 내가 보낸 양갱을 맛보고 반하셨을 거다.
아! 지금은 양씨 집안이 아니라 청기와집 양갱이지. … 깜빡했다. 지인광 그놈이 양씨 집안을 망하게 하고 그 양갱까지 뺏어갔다.
30여년 전 지남철 박사가 아주 얄밉게도 그 맛있는 양갱을 혼자만 먹었다. 그래서 아주아주 미웠다. 그래서 죽은 거야.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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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아리 2의 웃음소리가 크게 들렸다. 그 소리가 메아리치듯 울렸다.
“이놈이!”
유강인이 고개를 마구 흔들었다. 병아리 2가 그를 농락하고 있었다.
“병아리 2!”
유강인이 크게 외쳤다.
천장에서 들리던 소리가 그쳤다. 다시 응접실이 조용해졌다.
유강인이 급히 생각했다.
‘병아리 2, 이놈이 내가 들어오자, 녹음기를 켠 거야. 리모콘을 이용한 게 분명해. 좋다! 이놈!!’
유강인이 다시 움직였다. 그가 쓰러진 사람들을 살폈다. 아는 사람들과 처음 보는 사람들이 섞여 있었다.
모든 사람이 검은 피를 흘린 건 아니었다. 검은 피를 흘린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었다.
유강인이 급히 지단길 박사 남매를 찾았다. 남매는 의자와 엉켜 있었다. 의식을 잃고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제발!”
유강인이 오른손을 들었다. 오른손 검지를 남매 코앞에 갖다 댔다. 미약하게나마 숨결이 느껴졌다. 셋 다 죽지 않았다.
“다행이군.”
유강인이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러다 흠칫 놀랐다.
남매 중 오빠만 검은 피를 흘렸다. 동생들은 그렇지 않았다.
“어?”
유강인이 뭔가가 좀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다른 사람들도 살폈다.
저 앞에 바이오클린 연구원 박순후 박사와 배기원 조수, 권재훈 박사, 최슬기 연구원이 있었다.
유강인이 그들에게 달려갔다. 그들 모두 미약하게나마 숨을 쉬고 있었다. 검은 피를 흘린 사람은 없었다.
유강인이 급히 생각했다.
‘검은 피의 저주는 지씨 집안만 해당 되. 다른 사람들은 상관이 없어. … 그런데 이상하게 있어.
지단길 남매 중 오빠 지단길만 검은 피를 흘렸어. 동생 둘은 검은 피를 흘리지 않았어.
이건 말이 안 돼. 동생 중 한 명은 반드시 검은 피를 흘려야 해.’
유강인이 고개를 돌렸다. 지정혜, 지수미 자매를 살폈다. 그가 생각을 이었다.
‘동생 중 하나가 지씨 집안 핏줄이 아니야. 그녀는 병아리 1이야. 병아리 1이 검은 피를 흘리지 않는 건 당연해.
그런데 둘 다 검은 피를 흘리지 않았어. 이건 뭔가가 있어. 병아리 2가 무슨 짓을 하려는 거 같아!’
“음~!”
유강인이 심상치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두 눈을 크게 떴다. 뭔가를 발견한 거 같았다. 그가 급히 연구원들을 향해 달려갔다.
연구원 중 권재훈 박사의 이마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이마를 바닥에 쾅! 부딪히며, 큰 상처를 입은 거 같았다. 그 상처가 깊었다. 어서 봉합해야 했다.
“아! 그렇구나!”
유강인이 뭔가를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바지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냈다. 권박사의 상처를 조심스럽게 감싸고 이를 악물었다. 손수건이 붉게 물들어갔다.
“상황이 급하군.”
유강인이 소형 무전기를 들어 올렸다. 다급한 목소리로 무전을 날렸다.
“정형사!”
“네, 선배님.”
“응접실에 사람들이 쓰러져 있어. 독에 중독된 거 같아. 구급차 있지?”
“네, 구급차가 도착했습니다.”
“어서 와! 환자들을 병원으로 후송해야 해.”
“알겠습니다.”
유강인이 무전을 끊었다. 그가 침을 꿀컥 삼키고 사방을 둘러봤다. 두 눈을 가늘게 떴다.
그의 추리상, 병아리 2는 연구원 중에 있었다. 병아리 1은 지단길 박사 동생 중에 있었다.
그런데 그들 모두 쓰러져 있었다. 연구원들과 동생 모두 독에 당한 것처럼 보였다.
이는 전혀 예기치 못한 일이었다. 이런 일이 벌어진 데는 분명 이유가 있었다.
유강인이 쓱 웃었다. 그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바로 페이크군. 장난이야. 병아리 2 답군. 역시 농간의 달인이야.”
유강인이 큰 목소리로 외쳤다.
“쇼하지 마라! 병아리 1, 2 어서 일어나!”
응접실에 그 소리가 울렸다. 일어나라는 소리가 크게 들렸지만, 일어나는 사람은 없었다.
응접실은 쥐죽은 듯 고요했다. 바람 소리도 없었다. 적막 그 자체였다.
유강인이 고개를 흔들었다. 어림도 없다는 표정을 짓고 이번에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소리가 작았지만, 그 힘이 넘쳤다.
“박순후 박사 조수님, 배기원씨! 어서 일어나세요. 네가 바로 병아리 2야.
29년 명덕산 비밀 연구소에서 도망쳤던 바로 그 아이야! 그때 양갱을 맛있게 먹었었지. 이제 네 정체가 드러났어.”
정곡을 단박에 찌르는 목소리였다.
“크흐흐흐!”
갑자기 웃는 소리가 들렸다.
한 사람이 몸을 꿈틀거렸다. 그가 몸을 일으켰다. 유강인이 말한 배기원 조수였다.
배기원 조수가 환하게 웃으며 바닥에서 일어났다. 그가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오른손 검지로 유강인을 가리키며 말했다.
“오우! 역시 유강인은 대단하군. 네가 병아리 2인 걸 어떻게 알았지? 나랑 비슷한 사람이 한 명 더 있는데 … 권재훈 박사랑 나 사이에서 헷갈렸을 텐데.”
유강인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래, 둘 중에 누가 병아리 2인지 헷갈렸다. 하지만 권재훈 박사가 너를 징벌하라는 듯 답을 가르쳐줬다.
권박사는 바닥에 쓰러지면서 이마에 큰 상처를 입었다. 그 상처가 꽤 깊었다. 지금도 피를 흘리고 있어.
그 사람은 진짜로 쓰러진 거야. 그래서 크게 다친 거야. 너는 가짜로 쓰러져 멀쩡한 거고!”
그 말을 듣고 병아리 2, 배기원이 답했다.
“아! 그렇구나. 권재훈이 넘어지면서 다쳤구나. 그래서 내 정체가 들통났구나.
하하하! 그 정도 단서라면 유강인한테는 껌이지. 그래, 축하한다. 내 정체를 알아채서. 흐흐흐!”
병아리 2, 배기원이 말을 마치고 이 상황이 무척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유강인이 고개를 돌렸다. 이번에는 지단길 박사 동생 둘을 찾았다. 둘이 저 앞에서 쓰러져 있었다. 유강인이 큰소리로 외쳤다.
“수석연구원 지정혜씨 일어나세요! 당신이 바로 병아리 1이야!
당신은 아프지 않았어. 환자처럼 보이려고 분장을 했어. 얼굴뿐만 아니라 목까지 창백하게 보이려고 분장을 했더군.
그렇게 애를 썼지만, 내 눈을 속일 수는 없었어. 블라우스 안쪽에 선홍빛 살이 보였어.
당신은 지남철 박사의 친동생이 아니야. 지씨 가문의 핏줄이 아니야! 그래서 병아리 2, 배기원과 손을 잡은 거지! 그렇지?”
수석연구원 지정혜가 답을 하지 않았다.
지정혜를 바라보던 병아리 2, 배기원이 입을 열었다.
“병아리 1 정혜야. 이제 마비가 좀 풀렸을 거야. 유강인 탐정님 말씀에 어서 답해야지. 어서!”
그때!
신음이 들렸다.
“으으으~!”
수석연구원 지정혜가 꿈틀거렸다. 그런데 꿈틀거리기만 할 뿐 일어나지 못했다. 병아리 2의 말대로 몸이 마비된 거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