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20_66_목숨을 건 퀴즈, 잔 세 개

탐정 유강인 20편 <검은 피, 저주의 서릿발>

by woodolee

유강인이 결의를 다졌다.


“좋다! 한판 붙어보자! 누가 이기는지 승부를 내보자.”


유강인이 손뼉을 짝 쳤다. 그가 형사들에게 말했다.


“어서 해경한테 연락하세요. 해안가 절벽으로 붙어야 합니다.”


정찬우 형사가 급히 답했다.


“선배님, 현재 파도가 높습니다. 해안 절벽에 붙는 거 어렸습니다. 해경 대장의 보고입니다.”


유강인이 이를 악물었다. 병아리 2가 파도 높이까지 다 계산한 거 같았다. 역시 치밀한 자였다.


유강인이 말했다.


“정형사! 놈은 탈출구는 해안가 절벽이야. 놈의 탈출을 반드시 막아야 해. 해경한테 연락해. 절벽 근처에서 대기하라고. 라이트로 절벽 근처를 비춰야 해.”


“네, 알겠습니다.”


“내가 무전을 보내면, 신속히 보트를 내려서 절벽으로 달려와야 해. 늦으면 안 돼! 그렇게 전해.”


“알겠습니다.”


정찬우 형사가 큰 목소리로 답했다.


“휴우~!”


유강인이 크게 숨을 내쉬었다. 침도 꿀컥 삼켰다. 그렇게 긴장감을 달래고 형사와 경찰들에게 말했다.


“이제 옥상으로 올라가겠습니다. 모두 1층에서 대기하세요. 제 연락 없이는 옥상으로 올라오지 마세요!

놈이 무슨 짓을 할지 모릅니다. 이번 대결은 저와 병아리 2의 대결입니다.”


“그래도 ….”


원창수 형사가 그건 아니라는 표정으로 말했다.


순간! 유강인의 눈빛이 번쩍였다. 응접실에 벼락이 쾅! 떨어진 거 같았다.


그가 번개처럼 내달렸다. 쏜살같이 계단으로 향했다.


쿵쾅! 거리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유강인이 두 다리를 높이 쳐들었다. 계단 세 개를 한 번에 뛰어 올라갔다.


“젠장 ….”


원창수 형사가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러다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유탐정님만 믿겠습니다. 제발 병아리 2의 만행을 막아주세요! 저놈을 잡지 못하면 10년 동안 억울해서 잠을 한숨도 못 잘 거 같습니다.”


“자, 서두릅시다. 환자들을 후송해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정찬우 형사가 크게 외쳤다. 경찰들이 급히 움직였다.


잠시 안절부절못하던 원창수 형사가 정형사에게 말했다.


“정형사님, 저도 옥상으로 올라가겠습니다. 옥상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옥상 문 뒤에 숨어서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겠습니다.”


정찬우 형사가 씩 웃고 답했다.


“좋습니다. 원형사님, 같이 올라갑시다. 선배님이 뒤따라 오지 말라고 하셨지만, 그럴 수는 없죠. 선배님을 혼자 둘 순 없습니다.

지금 사지에 대장님이 있습니다. 만약의 경우, 대장님을 구하러 달려가야 합니다. 30초 후 같이 올라가죠.”


“네! 역시 정찬우 형사님입니다. 정형사님 정말 존경합니다! 대한민국 최고 형사답습니다.”


“하하하! 별말씀을.”


두 형사가 그렇게 의기투합했다. 둘이 계단으로 향했다.



“헉! 헉!”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유강인이 계단을 다 올랐다. 앞에 옥상 문이 있었다. 철문이었다. 문은 꼭 닫혀 있었다.


“휴우~!”


유강인이 문 앞에서 크게 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숨을 골랐다. 이제 병아리 2와 마지막 대결을 해야 했다. 분명 목숨을 걸어야 했다.


“좋다.”


유강인이 숨을 다 고르고 29년 전 일을 떠올렸다. 그때 병아리 2를 처음 만났었다.


당시 병아리 2는 더벅머리 소년이었다. 긴 앞머리가 얼굴의 반을 가렸다.


더벅머리 소년은 어른이 된 후, 유강인을 찾아왔다. 그의 정체는 인광 연구소 바이오클린 연구원 배기원이었다.


병아리 2는 지남철 박사의 조수였던 박순후 박사와 함께 바이오클린을 완성했다.


유강인이 침을 꿀컥 삼켰다.


유강인과 병아리 2는 악연이었다. 29년 전 명덕산에서 우연히 만났다. 의도하지 않았던 만남이 고리가 되어 악연으로 배배 꼬였다.


당시 병아리 2는 어린 나이였지만, 지금처럼 악의적인 장난을 즐겼다. 유강인을 두 번이나 함정에 빠트렸다.


그때 유강인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지만, 정신을 바짝 차리고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뛰어난 기억력과 기지로 위기에서 벗어났다.


병아리 2는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심한 시기, 질투를 느낀 게 분명했다. ‘요놈 봐라!’ 하며 앙심을 품은 게 틀림없었다.


세월이 흘러 유강인이 탐정으로 성공하자, 병아리 2는 심한 모욕감을 느끼고 본때를 보여주겠다고, 잔뜩 벼르고 있었던 게 확실했다.


병아리 2는 오랜 세월 자신의 정체를 숨겼다. 건실한 연구원인 양 행동하며, 기적의 약 바이오클린 완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그는 청천이라고 불리는 사이비 종교의 교주, 궁인이 되어 절박한 심정의 신도들을 철저히 속였다. 그들을 생체 실험에 이용했다.


그렇게 병아리 2는 많은 사람을 사지로 몰아넣으며 연구에 박차를 가했다.


그 처참한 희생의 결과, 바이오클린 완성이 코앞에 다가오자, 마음속 걸림돌인 유강인까지 판에 끌어들였다.


그렇게 그 악연이 오늘까지 이어졌다.


오늘 그 악연의 끈을 끊어야 했다. 어떻게든 반드시!


유강인이 문손잡이를 꽉 잡았다. 문을 천천히 열었다. 끼익! 하며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문이 열리자, 차가운 공기가 들이닥쳤다. 인천 바닷가의 짠 내가 물씬 풍겼다.



철썩! 철썩!



파도 소리가 들렸다.


해경 대장의 말대로 파도가 높았다.


유강인이 두 눈을 크게 떴다.


옥상은 넓었다. 고급 주택답게 옥상까지 화려했다. 왼쪽에 수목이 우거진 하늘 정원이 있었고 오른쪽에 파티 장소가 있었다.


옥상에 곳곳에 등불이 있었다. 형형색색 등불이 어둠을 밝혔다. 그래서 어둡지 않았다.


“휴우~!”


유강인이 크게 숨을 내쉬고 옥상 안으로 들어갔다. 바닥에 레드 카펫이 깔려 있었다. 레드 카펫이 파티 장소까지 쭉 이어졌다.


“좋다.”


유강인이 레드 카펫을 따라 걸어갔다.


파티 장소에 사람이 보였다. 두 명이었다. 유강인이 서둘러 움직였다.


레드 카펫이 끝나는 곳에 작은 테이블이 있었다. 테이블은 총 세 개였다. 일렬로 쭉 늘어져 있었다. 모두 하얀색이었다.


마지막 테이블 뒤에 사람 둘이 있었다. 둘은 병아리 2, 배기원과 홍보팀장 지수미였다.


“흐흐흐!”


병아리 2가 입술에 침을 덕지덕지 발랐다. 인질인 지수미의 목에 날카로운 칼을 바짝 들이댔다.


“으으으~!”


홍보팀장 지수미가 울먹였다. 칼끝의 차디찬 냉기를 느낀 듯 두 눈을 꼭 감았다.


둘 뒤는 난간이었다. 난간 뒤는 해안 절벽이었다. 절벽은 수면까지 20m 높이였다. 아래에 검은 바닷물이 출렁거렸다. 넘실거리며 절벽을 타고 기어 올라갔다.


유강인이 고개를 들어 바다를 살폈다. 바닷가에 배가 보였다. 해경 경비선 세 척이었다.


배 세척이 절벽 근처를 돌아다녔다. 강렬한 라이트가 절벽을 비췄다.


유강인이 레드 카펫를 따라 계속 걸었다.


그때! 검광이 번쩍였다. 시퍼런 칼날이 화려한 조명을 받아 번들거렸다. 그 불빛이 섬뜩했다. 광기와 살기가 넘쳐 흘렀다.


“하하하! 유강인, 어서 와라. 기다리고 있었다.”


큰 목소리가 들렸다. 유강인이 그 소리를 듣고 이를 악물었다.


“흐흐흐!”


병아리 2. 배기원이 실실 웃었다. 어서 오라는 듯 계속 웃어댔다.


유강인이 굳은 얼굴로 계속 걸었다. 그는 걸음을 멈출 수 없었다. 친구들과 지수미를 살려야 했다.


병아리 2, 배기원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테이블 앞에 서.”


“알았다.”


유강인이 테이블 앞에 섰다. 세 개의 테이블 중 맨 앞에 있는 테이블이었다.


테이블 위에 유리잔 세 개가 있었다. 유리잔에 액체가 가득 담겼다. 액체는 색이 다 달랐다.


검은색 액체, 투명한 액체, 녹색 액체였다.


“응?”


유강인이 잔 세 개를 확인하고 두 눈을 크게 떴다. 잔 세 개가 괜히 놓인 거 같지 않았다.


‘이게 뭐지?’


유강인이 잔에 담긴 액체를 자세히 살폈다. 검은색 액체는 콜라 같았고 투명한 액체는 사이다 같았다. 녹색 액체는 그가 좋아하는 산 이슬 음료 같았다.


병아리 2, 배기원이 잔 세 개를 보며 말했다.


“유강인, 너는 지금부터 세 개의 관문을 넘어야 했다. 그래야 윤호, 진호, 지수미를 구할 수 있다.

단 한 번이라도 실패하면 셋 중 하나는 죽고 너도 죽는다. 네가 죽을 때 외로울 거 같아 이렇게 너를 배려했다.”


“뭐, 뭐라고?”


유강인이 하도 어이가 없어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친구들과 지수미뿐만 아니라 유강인도 죽음의 게임에 빠지고 말았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유강인이 잔 세 개를 다시 살폈다. 잔 안에 독이 있는 거 같았다.


생사를 건 죽음의 게임이었다. 그 게임이 이제 시작했다.


병아리 2, 배기원이 말을 이었다.


“29년 전, 나는 널 시험했다. 이제 다시 그때가 돌아왔다. 리바이벌이다.

이번에는 퀴즈 풀이다. 목숨을 건 퀴즈지. 답은 잔 세 개 중에 하나다. 한 잔만 독이 없고 나머지 잔은 독이 들어 있었다.

독은 맹독이다. 조금만 먹어도 몸이 뒤틀려 참을 수 없게 되지. 그게 한동안 지속해. 반쯤 먹으면 … 10분 내 즉사야.

너는 내가 낸 문제를 듣고 세 개의 잔 중 한 잔을 골라서 쭉 마셔야 해. 잔을 반 이상 비우지 못하면 그것도 역시 문제를 풀지 못한 거야. 무슨 말인지 잘 알겠지?”


유강인 대답 대신 테이블을 살폈다. 테이블은 총 세 개였다. 테이블마다 잔 세 개가 있었다.


테이블은 하나의 관문이었다. 세 개의 관문을 통과해야 병아리 2 앞으로 갈 수 있었다.



철썩! 철썩!



파도 소리가 다시 크게 들렸다.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였다. 목숨을 걸고 퀴즈 세 개를 풀어야 했다.


문제가 그 무엇이든 반드시 풀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친구들과 지수미 그리고 자신이 위험했다.


병아리 2, 배기원이 거부할 수도 도망칠 수도 없는 제안을 했다.


유강인이 두 눈을 꼭 감았다. 이제 생사의 기로에 섰다.


29년 전 명덕산 비밀 연구소 때도 그랬다.


병아리 2가 넌지시 말했던, 비밀번호 네 자리를 외우지 못했다면, 불타오르는 동굴 속에서 꼼짝없이 죽을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과 함께 산에서 내려갈 때도 마찬가지였다. 갈림길에서 한길을 택해야 했다.


그때 병아리 2가 갑자기 나타났다. 뱀 같은 말로 유강인의 판단력을 흐리게 했다. 산속 깊숙이 들어가 얼어 죽는 길을 가라고 유혹했다.


유강인이 정신을 바짝 차렸다. 두 눈을 번쩍 뜨고 나지막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좋다!”


그 말을 듣고 병아리 2, 배기원이 함빡 웃었다.


“제, 제발! 구해주세요!”


홍보팀장 지수미가 눈물을 철철 흘렸다. 뜨거운 눈물이 뺨을 타고 내려갔다. 턱 끝에서 떨어진 눈물이 칼을 적셨다.


목에서 피도 흘러내렸다. 흘러내린 피가 하얀 블라우스를 적셨다.


그 뻘건 피를 보며 유강인이 이를 악물었다. 그가 생각했다.


‘용기가 필요해! 난관을 헤쳐나갈 용기가 필요해! 적의 농간에 말려들지 않고 그 정수를 단번에 찔러야 해!’


유강인이 마음을 다잡았다. 그렇게 긴장감이 타오르고 있을 때


형사 둘이 옥상 문 앞에 섰다. 둘이 서로 쳐다봤다. 원창수 형사가 말했다.


“문을 조금 열어 볼까요?”


“네, 그렇게 합시다.”


정찬우 형사가 동의했다. 원형사가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옥상 문을 살짝 열고 밖을 살폈다.


옥상은 환했다. 저 앞에 사람이 보였다. 유강인이 있었고 그 뒤에 병아리 2, 지수미가 있었다.


원창수 형사가 서둘러 말했다. 작은 목소리였다.


“난간 쪽에 탐정님이 있어요. 병아리 2, 지수미씨도 있고요.”


“그렇군요. 현재 어떤 상태죠?”


“대치하는 거 같아요. 말을 나누는 거 같아요.”


“그렇군요.”


“어떡하죠?”


“일단 기다려봅시다.”


“네, 그러죠.”


형사 둘이 크게 숨을 내쉬었다. 둘이 살짝 열린 문틈으로 옥상 상황을 살폈다.


병아리 2, 배기원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목소리에 독기가 서렸다.


“이 모든 일은 그 망할 용궁 보살 때문이다. … 아! 참, 용궁 보살이 아니지. 혈귀를 모시는 혈마 최숙자지.”


최숙자라는 말에 유강인이 인상을 찌푸렸다. 최숙자는 혈마였다. 사람의 피로 약을 만드는 자였다.


병아리 2, 배기원이 말을 이었다.


“최숙자는 자신을 혈마가 아닌 용궁 보살이라고 칭하며 사람들을 속였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사람들을 속인 게 아니었어.

그자가 모신 건 용왕과 심청 황후였어. 심청 황후는 다름 아닌, 제물이었어. 심청이 인당수에 몸을 던진 건, 용왕을 달래기 위해서였어. 심청은 희생양이야.

혈마가 그걸 생각하고 용궁 보살이라는 이름을 지은 거야. 기적의 약은 희생양이 필요했거든 … 그래서 흐흐흐! 특별히 심청과 관련된 퀴즈를 준비했다.”


“그래, 알았다. 어서 문제를 말해!”


유강인이 성난 목소리로 외쳤다.


“하하하! 알았다.”


병아리 2, 배기원이 입술에 침을 묻혔다. 그가 첫 번째 퀴즈를 냈다.


“심청전은 읽었을 거다. 그걸 모르는 사람이 없으니 내 문제는 너에게 불리하지 않다.”


“그래, 심청전은 잘 알고 있다.”


“심청전은 잘 생각하고 세 개의 잔 중 하나를 들고 반 이상 마셔라!”


“알았다. 혹 모든 잔에 독이 있는 건 아니지?”


“그렇지 않다.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 기회를 줄 때는 확실히 준다. 그래서 29년 전에 비밀번호를 가르쳐 준 거야.

대신 기회를 주지 않을 때는 가차 없다. 살 수가 없지.”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였다.


병아리 2, 배기원이 첫 번째 퀴즈를 냈다.


“심봉사는 심청의 아버지다. 심봉사는 비운과 기적의 인물이다. 심봉사를 상징하는 음료가 잔 세 개 중에 있다. 그 잔을 골라 마셔라!”


유강인이 퀴즈를 듣고 고개를 내렸다. 그가 잔 세 개를 내려다봤다.


검은색 잔, 투명한 잔, 녹색 잔 중에 답이 있었다. 한 잔이 심봉사를 상징했다. 심봉사는 장님이었다가 눈을 뜬 인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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