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20_70_궁녀 오진주 체포와 진술

탐정 유강인 20편 <검은 피, 저주의 서릿발>

by woodolee

바닷가 절벽 근처에 모터보트 한 척이 있었다. 보트에 한 여인이 타고 있었다.


이곳은 으쓱한 해안가다. 저 앞에 문제의 저택이 있었다. 저택은 불이 훤했다. 모든 층에 불이 들어왔다.


해안가를 따라 좁은 모래사장이 있었다. 그 뒤로 울창한 수풀이 펼쳐졌다.


모터보트에 탄 여인은 키가 크고 늘씬했다. 검은색 코트를 입었고 얼굴에는 검은색 마스크를 썼다.


그녀가 안절부절못했다. 손목시계를 내려다보다가 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누군가에게 전화했지만, 받는 이가 없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여인이 어리둥절한 듯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마스크를 벗고 물을 마시려고 했을 때


바로 그때!


갑자기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응?”


여인이 그 소리를 듣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수풀 속에서 단호한 목소리가 들렸다.


“두 손을 머리에 올려라! 우리는 인천 북부경찰서 강력반이다. 용의자 오진주, 당신을 체포하겠다!”


“헉!”


그 소리를 듣고 오진주가 깜짝 놀랐다. 그녀가 급히 움직였다. 모터에 시동을 걸었다.



타타타타!



다급하게 시동 거는 소리가 들렸다.


그때! 수풀 속에서 여섯 명이 튀어나왔다. 그들이 질풍처럼 내달렸다. 그중 셋이 모터보트 위로 올라갔다.


셋 중에 하진석 형사가 있었다. 하형사가 모터의 시동을 껐다. 그리고 당찬 목소리로 외쳤다.


“오진주! 당신을 현 시각으로 사이비 종교 청천 신도 살인 혐의로 체포한다! 당신은 변호인을 선임할 권리가 있으면 변명의 기회가 있고 체포구속적부심을 법원에 청구할 권리가 있다.”


“악!”


오진주가 그 소리를 듣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순식간에 고음이 터져 나왔다. 날카로운 비명이 어두운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


청천의 감시자이자, 궁녀인 오진주, 병아리 3이 체포됐다.



**



시간이 갈수록 날이 차가워졌다. 바닷가라 추위가 더욱 심했다. 수사의 열기가 아니라면 버티기 힘들었다.


유강인은 해안 절벽 저택, 잔디 마당에 있었다. 마당은 환했다. 전등이 모두 켜졌다. 시합이 한창 진행 중인 야간 경기장 같았다.


저택 주변은 경계가 삼엄했다. 출동한 경찰들이 겹겹이 둘러쌌다.


유강인은 조수 둘과 함께 있었다.


“으으으~! 춥다.”


조수 둘이 몸을 덜덜 떨었다. 몰려오는 바닷바람에 옷깃을 바짝 세웠다.


유강인은 추위를 타지 않았다. 추위를 느낄 새도 없었다. 거센 바람에 머리카락이 휘날렸다.


유강인이 황정수에게 말했다.


“하형사님께 말해. 여기에서 용의자 조사를 할 거야. 오진주, 고창석, 지정혜를 내 앞으로 데려와.”


“네에? 여기에서 조사하시려고요?”


“응! 여기가 좋아. 바람도 아주 시원하고 등도 밝고 … 한마디로 분위기가 좋아. 진실을 숨김없이 말할 수 있는 곳이지.”


“아이고, 추울 텐데 … 알겠습니다.”


황정수가 말을 마치고 급히 움직였다. 집 안으로 들어갔다.


하진석 형사는 응접실에 있었다. 체포한 용의자들을 심문 중이었다.


“하형사님, 용의자들을 데리고 잔디 마당으로 오라는 탐정님 지시입니다.”


“알겠습니다.”


하진석 형사가 답하고 급히 움직였다. 용의자 셋을 끌고 유강인 앞으로 달려갔다.


유강인 앞에 용의자 셋이 나란히 서 있었다. 셋 모두 수갑을 찼다.


오진주는 남편인 병아리 2, 배기원을 애타게 기다리다가 체포됐다.


비서 고창석과 수석연구원 지정혜는 병아리 2의 함정에 빠졌다. 마비약을 먹고 꼼짝도 못 하다가 겨우 마비가 풀렸다.


셋 모두 병아리 2, 배기원에게 배신당했다. 같이 도망치기로 약속했지만, 그건 병아리 2의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병아리 2는 처음부터 혼자 도망칠 생각이었다.


유강인이 셋 중 먼저 오진주를 바라봤다. 오진주는 그가 아는 사람이었다. 29년 전, 같은 동네에 살았던 소녀였다.


유강인이 오진주에게 말했다. 안타까운 목소리였다.


“진주야, 가까이 와봐.”


오진주가 그 소리를 듣고 고개를 푹 숙였다.


그녀는 키가 크고 늘씬한 여자였다. 긴 머리가 찰랑거렸다. 딱 봐도 보기 드문 미인이었다. 29년 전 모습이 어렴풋이 남아 있었다.


유강인이 오진주를 보다가 과거를 회상했다. 어린이 놀이터에 천진난만하게 놀던 오진주가 떠올랐다.


하지석 형사가 오진주에게 말했다.


“오진주씨, 어서 앞으로 가세요.”


오진주가 고개를 끄떡이고 앞으로 나갔다. 유강인 바로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유강인이 온화한 얼굴로 오진주에게 말했다.


“진주야. 내가 누구인지 알지?”


오진주가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 강인 오빠.”


“그래, 강인 오빠야. 29년 전, 땡땡이 소년 탐정단이 너를 구했잖아.”


“그때 그랬지. 오빠들 덕분에 지옥에서 벗어났지.”


오진주가 다시 고개를 푹 숙이며 답했다.


유강인이 크게 숨을 내쉬었다. 오진주는 비운의 인물이었다. 60년 전 동굴에서 비참하게 죽은 김덕길의 후손이었다. 김덕길의 손녀였다.


잠시 시간이 흘렀다.


유강인이 오진주에게 말했다.


“어머니 성이 김씨지? 할아버지가 김덕길씨고?”


오진주가 고개를 푹 숙인 채 고개를 끄떡였다.


유강인이 질문을 이었다.


“병아리 2가 말했어. 네가 다시 납치됐다고 … 박순후 박사가 납치했다고 들었는데 사실이야?”


오진주가 고개를 들었다. 그녀가 이를 악물고 답했다.


“맞아, 오빠들 덕분에 집에 돌아왔지만, 또 납치됐어. 엄마랑 같이 먼 곳으로 이사 갔는데 … 몇 년 뒤, 박순후 그자가 나를 찾아왔어. 그래서 창고에 갇혔어.

박순후가 내 피를 다시 뽑았어. 내 피가 귀하다고 했어. 효험이 있다고도 말했어. 옆에 용궁 보살도 있었어. 지남철 박사가 죽은 후 둘이 힘이 합쳤어.”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였다. 박순후 박사가 용궁 보살과 손을 잡은 게 드러났다. 지남철 박사의 조수다웠다.


유강인이 생각했다.


‘기적의 약을 만들려고 지남철 박사, 용궁 보살, 박순후 박사가 물불을 가리지 않았구나! 그 와중에 진주가 또 피해를 입었어.’


유강인이 고개를 흔들었다.


앞에 있는 오진주는 청천의 궁녀였다. 궁녀는 청천의 핵심 중 하나였다.


청천은 신도들에게 생체 실험을 자행했다. 그래서 셋이 죽고 나머지 사람들은 병원에 입원했다.


그런 짓을 한 궁녀 오진주가 어릴 적 실험 쥐였다. 그녀는 피해자였다. 납치를 두 번이나 당했다. 그러다 가해자가 되고 말았다. 참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잠시 시간이 흘렀다. 유강인이 말했다.


“할아버지와 이모가 청기와집 뒷산 굴속에서 죽은 걸 알고 있니?”


오진주가 두 눈을 꼭 감았다. 10초 후 두 눈을 부릅뜨고 답했다.


“잘 알고 있어. 할머니와 엄마가 말해줬어. 할아버지가 죽은 이모를 껴안고 죽었다고 들었어. 그걸 본 사람이 있대.

할머니가 원통함을 어떻게든 풀려고 했지만, 별도리가 없었대. 아무도 자기 말을 들어주지 않았대. 오히려 자기를 미친X으로 몰아세웠대.

할머니는 … 남편과 딸이 억울하게 죽었는데도 결국, 미친X이 되고 말았어.”


“그랬구나.”


오진주가 말을 이었다.


“지남철 그 악마가 김덕길의 후손을 찾았어. 연구에 필요한 실험 쥐가 필요했던 거야. 그놈은 아버지 지인광과 똑같은 놈이었어.

우리 할아버지와 이모를 죽여 놓고는 그 피가 영험하다며 손녀이자 조카인 나마저 납치했어. 그자가 내 피를 뽑고 가뒀어.”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였다. 참으로 가슴이 아프다는 표정을 지었다. 오진주의 인생이 참으로 기구했다.


오진주가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지남철 그자가 죽은 후 오빠들 덕분에 풀려났지만, 비극이 끝나지 않았어.

지남철 조수였던 박순후란 놈이 나를 또 납치해서 창고에 가뒀어. 내 피를 왕창 뽑았어.

그때 박순후와 용궁 보살이 말하는 걸 엿들었어. 내 피가 매우 중요하다고 했어. 죽은 이모의 피가 효험이 좋았다며 내 피도 그럴 거라고 말했어.”


오진주가 눈물을 철철 흘리기 시작했다.


유강인이 안타까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그렇지만, 질문을 던졌다. 그는 탐정이었다. 진상을 파악해야 했다.


“그렇구나. 거기에서 어떻게 탈출한 거지? 병아리 2가 도와줬니?”


“응, 병아리 2와 1이 밤에 몰래 나를 찾아왔어. 둘을 따라서 창고에서 탈출했어.

병아리 1, 정혜 언니가 박순후를 몰래 감시하고 있었어. 알고 보니 언니는 지남철의 딸이었어. 그런데 친딸이 아니었어. 언니는 양아버지한테 이용당했어.”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였다. 그의 예상대로 첫 번째 실험 쥐 병아리 1, 지정혜는 지남철 박사의 친딸이 아니었다.


“창고에서 탈출한 후, 셋이 그때부터 친해졌어. 그중에서 병아리 2가 무척 잘해줬어. 성인이 된 후 우리는 부부가 됐어.

병아리 2가 장담했어. 자기만 믿으면 복수할 수 있다고, 커다란 돈도 만질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어.

상상할 수 없는 부귀영화가 눈 앞에 있다고 계속 펌프질했어. 그런데 그게 다 거짓말이었어. 병아리 2 그놈이 날 이용했어.”


“그랬구나.”


“병아리 2가 열심히 공부했어. 원래 머리가 좋은 사람이었어. 그래서 과학자가 됐어. 정혜 언니가 물심양면으로 많이 도와준 건 사실이지만, 자질이 원래 훌륭했어.

병아리 2가 그랬어. 자기가 바로 지남철 박사의 후계자라고 … 조수였던 박순후와 아들인 지단길은 후계자가 아니라고 말했어. 둘은 결코 기적의 약을 만들 수 없다고 했어.

자기한테 디스켓 다섯 개가 있다고 그게 중요하다고 강조했어. 그게 지남철 박사 연구의 핵심이라고 했어. 그리고 힌트도 들었다고 했어.”


“힌트라고?”


“응, 지남철이 죽기 전에 흥분했었대. 연구 자료를 거꾸로 분석하면 분명 난제를 풀 수 있다고 중얼거리는 걸 들었다고 했어.”


“그렇구나.”


“그래서 난 병아리 2를 믿고 따랐어. 병아리 2는 내 생명의 은인이었어. 병아리 2가 나를 창고에서 구해주지 않았다면 창고에서 피가 다 뽑혀서 죽었을 거야.”


유강인이 잘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오진주는 김덕길의 후손으로 큰 고초를 겪었다. 어린 나이에 납치를 두 번이나 당했다. 이는 커다란 트라우마였다.


오진주는 김덕길의 후손이라는 이유만으로 참담한 일을 겪고 말았다.


유강인이 질문을 이었다.


“진주야. 네가 청천의 감시자이자, 궁녀고 … 용궁 보살의 수제자지?”


오진주가 고개를 끄떡였다.


“용궁 보살의 정체는 평범한 무당이 아니라, 혈귀를 모시는 혈마였어. 너도 혈마가 된 거니?”


오진주가 이를 악물고 답했다.


“맞아. 난 혈마야. 피에 굶주린 귀신을 모시는 사람이야. 병아리 2가 그랬어. 용궁 보살이 지남철 박사에게 건넨 비법이 완전하지 않은 거 같다고 … 용궁 보살의 비법을 전부 입수해야 한다고 말했어.”


“용궁 보살의 제자가 된 게 병아리 2의 사주 때문이구나.”


“맞아, 그래서 용궁 보살의 제자가 된 거야. 용궁 보살은 우리 집안의 원수야. 그자를 죽이고 싶도록 미웠지만, 이를 꾹 참고 최대한 비위를 맞췄어. 그렇게 수제자가 됐어.

용궁 보살은 나를 예전에 본 적이 있었어. 박순후한테 납치돼 창고에 갇혔을 때, 용궁 보살이 날 봤었어. 그런데도 나를 기억하지 못했어.

용궁 보살은 사실 가짜 무당이야. 무당이 아니라 무시무시한 약을 비밀리에 만드는 자였어. 혈마야! 진짜 혈마!”


유강인이 잘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오진주의 사연이 너무나도 기구하고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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