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20편 <검은 피, 저주의 서릿발>
유강인이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경찰에서 병아리 2 핸드폰을 확보했습니다. 바이오클린 자료가 분명합니다.
지금 지단길 박사를 비롯한 지씨 집안 사람이 위험합니다. 바이오클린이 필요합니다. 당장 약을 만들 수 있나요?”
“저는 수석연구원입니다. 그동안 연구 책임자 박순후 박사와 공동 연구했습니다.
바이오클린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병아리 2의 자료만 있으면 약을 금방 만들 수 있습니다.”
유강인이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물었다.
“혹 핸드폰 비밀번호를 아시나요?”
“병아리 2가 비밀번호를 공유했습니다. 그렇게 우리를 안심시켰습니다.”
“그럼, 부탁합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뱀독에 당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지씨 집안 사람들이 아닙니다. 그 사람들도 구할 수 있나요?”
수석연구원 지정혜가 고개를 끄떡이고 답했다.
“그 독이 어떤 독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병아리 2가 말했습니다. 권재훈, 그 재수 없는 놈을 뱀독으로 보내버린다고 했습니다.
병아리 2는 예전부터 자문위원 권재훈을 노리고 있었습니다. 권재훈은 오빠 지단길이 불러왔습니다.
병아리 2는 권재훈의 능력이 뛰어나자, 무척 시기했습니다. 그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렇군요. 그럼, 병원에 전화하세요. 어떤 뱀독인지 알려주세요. 지금 상황이 다급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수석연구원 지정혜가 흔쾌히 답했다. 그녀가 급히 움직였다. 경찰한테 핸드폰을 받고 병원 의사와 통화했다.
“천만다행이다!”
유강인이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수석연구원 지정혜가 적극 협조했다. 이는 정상참작을 바라는 일이지만, 적시에 도움을 줬다. 그래서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어떻게든 피해를 최소화해야 했다.
이제 친구들을 구하고 병아리 2, 배기원을 잡아야 했다.
유강인이 양 입술에 침을 묻혔다. 긴장감이 다시 타올랐다.
그때, 인천 시내 으슥한 골목에 경찰차들이 달려왔다. 차가 한 건물 앞에 멈췄다. 경찰들이 서둘러 내렸다.
그중에서 키 작은 남자가 외쳤다. 인천 북부경찰서 강력반 김기동 형사였다.
“저 건물이다!”
그곳은 인천 가인구 XX 5층 건물이었다. 지하 창고에 유강인의 친구 윤호가 갇혀있었다. 어서 구해야 했다. 과다출혈로 사망할 수 있었다.
“서둘러!”
김기동 형사와 경찰들이 내달렸다. 부상에서 회복한 김형사가 날랜 제비처럼 날아다녔다.
쿵쾅!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경찰들이 계단을 내려갔다. 저 앞에 창고 문이 있었다.
김기동 형사가 창고 문 앞에 걸음을 멈췄다.
경찰들이 지하실 불을 켰다. 불이 켜지자, 지하실이 환해졌다.
김형사가 크게 외쳤다.
“문을 부셔!”
“알겠습니다.”
도끼를 비롯한 각종 연장이 등장했다. 체격 좋은 경찰들이 앞으로 나왔다. 있는 힘껏 문을 부수기 시작했다.
쾅! 쾅!
문 부수는 소리가 계속해서 들렸다.
“휴우~!”
김기동 형사가 초조한 표정으로 문 앞에 서 있었다. 그가 침을 꿀컥 삼켰다.
그는 최대한 빨리 피해자를 구출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늦게 구출하면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는 말도 들었다. 그래서 마음이 조급했다.
몇 분 후, 문이 거의 다 부서졌다. 김기동 형사가 앞발을 높이 쳐들었다. 그가 문을 냅다 차버렸다.
쾅!
큰 소리가 들렸다. 창고 문이 열렸다.
김형사가 잽싸게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은 무척 어두웠다. 넓은 창고였다. 30평 크기였다.
김기동 형사가 한 손을 들었다. 손에 커다란 랜턴이 있었다. 랜턴을 든 손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그렇게 피해자를 찾고 있을 때
“아!”
김형사가 크게 외쳤다. 우측 구석에 사람 실루엣이 보였다. 사람이 쓰러져 있었다. 근처 바닥에 검붉은 액체가 흥건했다. 거구의 남자였다.
“저 사람이구나!”
김기동 형사가 급히 움직였다. 그가 쓰러진 사람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거구의 남자가 입과 팔에서 피를 철철 흘렸다. 어서 지혈해야 했다.
그때 창고 불이 켜졌다. 창고가 훤해졌다.
김형사가 두 눈을 크게 떴다. 쓰러진 사람의 인상을 파악했다. 그가 고개를 끄떡였다. 유강인의 친구 윤호가 맞았다. 이에 급히 외쳤다.
“이 사람이 맞아! 어서 구급대를 부러! 우리는 옆 건물로 간다. 옆 건물에 다른 피해자가 있다.”
“알겠습니다.”
경찰들이 크게 외쳤다.
30초 후 구급대가 들것을 들고 달려왔다. 윤호를 들것에 실었다. 대원들이 서둘러 지혈했다.
건물에서 나온 김기동 형사가 옆 건물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그가 이를 악물었다. 지체하지 않고 지하로 내려갔다.
8분 후 옆 건물에서 한 사람을 구조했다. 유강인이 친구 진호였다. 진호도 윤호와 같은 꼴이었다. 바닥에 쓰러져 입과 팔에서 많은 피를 흘렸다.
경찰과 구급대원이 바람처럼 움직였다. 둘의 생명을 구해야 했다.
유강인은 잔디 마당에 있었다. 바닷바람을 맞고 서 있었다. 그가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아직 친구들을 찾았다는 보고가 없었다.
그가 핸드폰을 들고 만지작거리고 있을 때
삐리릭!
핸드폰이 울렸다. 유강인이 급히 전화 받았다. 발신자는 김기동 형사였다. 유강인이 말했다.
“김형사님!”
김기동 형사가 기쁜 목소리로 답했다.
“유탐정님, 친구 두 분을 찾았습니다. 지금 병원으로 후송 중입니다.”
“정말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상태는 어떻습니까?”
“구급대 말에 따르면 조금만 늦었으면 큰일이 날 뻔했답니다.
제때 구출해서 큰 문제는 없을 거라고 장담했습니다. 병원에서 치료받으면 괜찮을 거랍니다.”
“정말 다행이네요.”
“네, 일이 잘 풀렸습니다. 두 분 다 의식을 차렸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하하하! 저는 할 일을 한 거뿐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유강인이 연신 감사함을 외쳤다.
김기동 형사가 번개처럼 움직여 친구 둘을 구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친구 둘이 위험할 뻔했다.
유강인이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그와 병아리 2의 대결 때문에 친구 둘이 죽을 뻔했다. 이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그렇게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을 때
하진석 형사가 핸드폰을 들고 급히 달려왔다. 그가 유강인에게 말했다.
“경비 팀장 박동철씨가 의식을 회복했답니다.”
“네에?”
“의료진에 따르면, 박동철씨는 소량의 독만 마셨답니다. 그래서 의식을 빨리 회복했답니다.
다른 사람들은 현재 의식불명 상태입니다. 매우 위독하다고 합니다.”
“그렇군요.”
“박동철씨가 유탐정님을 찾았습니다. 핸드폰을 받으세요.”
“알겠습니다.”
유강인이 핸드폰을 건네받았다.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동철아!”
“가, 강인아!”
경비 팀장 박동철이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박동철은 의식을 회복했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었다.
“강인아!”
경비 팀장 박동철이 유강인의 이름을 계속 불렀다.
유강인이 말했다.
“정말 괜찮은 거야?”
“버틸 수는 있어. … 으윽!”
경비 팀장 박동철이 신음을 내뱉었다. 그가 말을 이었다.
“그때, 귀빈실 축하 파티에서 … 너에게 말하지 못한 게 있어. … 그걸 말하려고 전화한 거야.”
“그래? 그게 뭔데?”
“나는 지단길 박사님의 은혜를 입었어. 그래서 인광 연구소에 취직했어. … 그런데 그것만이 아니었어. 박순후 박사님한테도 도움을 받았어.
… 박박사님이 말씀하셨어. 과거 명덕산 일은 미안하다며 거액의 돈을 주고 나를 포섭했어.”
“박순후 박사가 너를 포섭했다고?”
“응. 박박사님 조수, 배기원이 그렇게 박박사님 뜻을 전하고 거액을 건넸어. 그래서 박박사님 뜻에 따라서 움직였어.”
“배기원이 너한테 연락했다고?”
“응, 배기원 조수가 박박사님 뜻을 전했어. … 박박사님이 지시하셨어. 내가 너하고 친한 친구 사이라는 걸 … 지단길 박사님에게 강조하라고 했어.”
“동철아! 그건 박순후 박사의 뜻이 아니라. 배기원의 뜻이야. 배기원이 박순후 박사를 사칭한 거야. 넌 배기원한테 이용당한 거야.”
“뭐, 뭐라고?”
“이 모든 일은 배기원이 꾸민 일이야. 너는 배기원의 장기 말이었어.”
“아, 그렇게 된 거구나. 그래서 내가 독을 먹었구나, 이제 쓸모가 없어져서!”
경비 팀장, 박동철이 이제 알겠다는 듯 크게 소리 질렀다. 그러자 옆에 있던 의사가 급히 말했다.
“통화를 계속하면 위험합니다. 어서 전화를 끊으세요.”
“알겠습니다.”
간호사가 답했다. 그가 유강인에게 말했다.
“전화를 끊겠습니다. 환자의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전화가 끊겼다.
유강인이 핸드폰을 들고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경비 팀장 박동철은 병아리 2와 한패가 아니었다. 거액을 받고 박순후 박사를 사칭한 병아리 2의 뜻에 따라 움직인 거뿐이었다.
박동철은 유강인을 끌어들이는 일만 담당했다. 이는 범죄와 관련 없는 일이었다.
“휴우~!”
유강인이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시간이 시시각각 흘러갔다.
해경이 밤을 지새우며 해안가를 수색했다. 선착장에서 도망친 병아리 2, 배기원을 찾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많은 해경이 눈을 부릅뜨고 노력했지만, 용의자의 모습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병아리 2, 배기원은 성치 않은 몸으로 바다에 뛰어들었다. 이는 무척 위험한 일이었다.
바다는 지상보다 훨씬 위험했다. 조금의 용서도 없었다. 차디찬 수온과 거친 파도, 짠물이 생명을 위협했다.
시간이 점점 흘러갔다.
어둠이 거치며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수평선 위로 찬란한 해가 그 머리를 드러났다. 그 빛이 지상에 쏟아졌다.
끼룩! 끼룩! 갈매기들이 하늘에 날아다녔다.
참 평온한 아침이었다. 아침이 되자, 파도도 잦아들었다. 드넓은 바다에서 찰랑거리는 소리만 들렸다.
그렇게 아침이 시작됐을 때
바닷가에서 파도를 헤치며 한 사람이 등장했다. 드넓은 모래사장으로 향했다.
그는 검은색 잠수복을 입었다. 얼굴은 아주 초췌했다. 전쟁터에서 겨우 도망친 거 같았다.
그의 정체는 병아리 2, 배기원이었다.
병아리 2가 물에 흠뻑 젖은 몸으로 모래사장으로 올라왔다. 아침 햇살이 그의 등을 비췄다. 따뜻한 햇살이었다.
“으윽!”
병아리 2, 배기원이 신음을 토했다. 짜디짠 짠물을 마구 뱉어냈다.
바닷물을 먹으면 정신이 아득해지기 마련이었다. 짜디짠 소금물이 그 위력을 발휘했다.
“으윽! 이, 이대로 … 이대로 무너질 수는 없다!”
병아리 2, 배기원이 이를 악물고 중얼거렸다. 그가 계속 걸음을 옮겼다. 다리가 꼭두각시처럼 휘청거렸다.
“유강인, 유강인! 네놈을 반드시 끝장내겠다. 반드시!!”
병아리 2, 배기원이 몸을 부르르 떨며 말했다.
그는 분을 참을 수 없었다. 그에게 있어 유강인은 눈엣가시를 넘어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존재였다. 같은 하늘 아래 살 수 없는 존재였다.
“유강인, 감히 나에게 독을 먹여! 이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하마!”
병아리 2, 배기원이 크게 소리 질렀다. 어금니가 몽땅 부서질 정도로 이를 꽉 깨물었다. 그렇게 복수를 다짐하고 계속 걸었다.
하지만 걷기가 쉽지 않았다. 드넓은 모래사장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발이 푹푹 빠지며 수렁에 빠지는 거 같았다.
“안돼!”
병아리 2, 배기원이 사력을 다했다. 그의 바람에도 모래사장은 봐주지 않았다. 헤어나올 수 없는 늪과 같았다.
결국, 병아리 2는 진이 다 빠졌다. 풀썩 그 자리에 쓰러졌다. 그리고 의식을 잃었다. 그는 너무나도 지쳤다. 전원이 꺼지듯 의식이 꺼졌다.
30분 후
한 천진난만한 아이가 병아리 2, 배기원 앞에 서 있었다. 7, 8살로 보이는 남자아이였다.
아이가 신기한 표정으로 쓰러진 남자를 내려다봤다. 검은색 잠수복을 입은 아저씨였다.
“어?”
아이가 한 손을 들었다. 쓰러진 남자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겼다. 남자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이상하다?”
아이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러다 고개를 돌리고 크게 외쳤다.
“엄마!”
엄마를 부르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시간이 더 흘러갔다.
겨울치곤 따뜻한 아침이었다. 해가 솟아오르자, 추위가 사그라들었다. 바람도 불지 않았다.
“으으으~!”
병아리 2, 배기원이 정신 차렸다. 힘들게 고개를 들었다. 사방에 아무도 없었다. 하얀 모래사장만 보였다.
그가 몸을 일으켰다. 그렇게 상체를 일으켰을 때
타타타타!
무슨 소리가 들렸다. 기계 돌아가는 소리였다. 저 멀리서 들리는 소리였다.
병아리 2, 배기원이 고개를 들었다. 그가 두 눈을 크게 떴다.
그건 헬기였다. 경찰 헬기가 공중을 날아다녔다.
“헉! 헬기!”
헬기를 발견한 병아리 2, 배기원이 급히 일어났다. 그때 인기척이 느껴졌다. 누군가가 저 멀리서 걸어왔다. 그건 셋이었다. 셋이 점점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