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20_71_고창석, 지정혜 진술

탐정 유강인 20편 <검은 피, 저주의 서릿발>

by woodolee

오진주가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잠시 새까만 하늘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내리고 말을 이었다.


“이후 혈마 의식을 치르고 혈마가 됐어. 혈마가 되자, 용궁 보살이 혈귀 비법을 전수했어. 그 비법을 병아리 2에게 건넸어.”


“그렇구나. 결국, 바이오클린은 지남철 박사의 연구 자료와 죽기 전 남긴 힌트, 온전한 혈귀비법의 산물이구나.”


유강인이 잘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병아리 2, 배기원은 누구보다 바이오클린의 난제를 풀 수 있는 적임자였다. 핵심 자료, 힌트, 혈귀비법을 모두 갖고 있었다.


병아리 2는 열심히 공부해 과학자가 되었다. 인광 연구소에 입사해 바이오클린 연구 책임자인 박순후 박사의 조수가 되었다.


이 과정에서 조력자가 있었던 게 분명했다. 그자는 지단길 소장의 동생이자, 수석연구원인 지정혜 같았다. 지정혜는 병아리 1이었다.


병아리 2는 바이오클린 연구에 직접 관여하며 지남철 박사의 소망을 이룬 게 분명했다.


병아리 2, 배기원이 바로 지남철 박사의 후계자였다.


잠시 시간이 흘렀다.


마당에 찬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오진주의 긴 머리가 휘날렸다. 오진주가 한 손으로 머리채를 꼭 잡았다.


유강인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진주야. 너는 어릴 적, 커다란 트라우마가 있었어. 그래서 정신적으로 힘들었을 거야. 그건 충분히 이해해.

하지만 불법적인 일에 관여한 것도 사실이야. 그래서 처벌을 피할 수 없어. 사이비 종교 청천이 세 명을 죽인 건 사실이니까.”


오진주가 그 말을 듣고 크게 실망한 듯 고개를 푹 숙였다.


유강인이 말을 이었다.


“대신 모든 걸 사실대로 말해. 그러면 정상참작 될 수 있을 거야. 무슨 말인지 알겠지?

진주한테는 진실이 최선의 방책이야. 다른 사람에게 죄를 돌리지 말고 … 있는 그대로 경찰에 진술해. 그러면 형량이 많이 줄어들 거야.

나도 네가 어릴 적 큰일을 겪었다고 증언해 줄게.”


오진주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고개를 끄떡였다. 두 눈에 눈물이 맺혔다.


그녀는 결정적인 순간, 가장 믿는 사람인 남편 병아리 2, 배기원에게 배신당했다.


납치와 배신, 살인이 그녀의 인생에 얼룩졌다.


유강인이 한 손을 들었다.


하진석 형사가 오진주를 향해 걸어왔다. 하형사가 오진주에게 말했다.


“오진주씨, 이제 서로 가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오진주가 답했다. 그녀가 경찰차에 타자, 유강인이 비서 고창석에게 말했다.


“고비서님, 앞으로 나오세요.”


비서 고창석이 한숨을 푹 내쉬고 걸음을 옮겼다. 그가 유강인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유강인이 고비서에게 말했다.


“성함이 고창석씨죠?”


고창석 비서가 힘없는 목소리로 답했다.


“네, 맞습니다.”


“당신은 마지막 순간, 병아리 2에게 배신당했습니다. 이를 알고 계시죠?”


고창석 비서가 분을 참을 수 없는지 이를 악물었다.


“저택 응접실에서 당신이 병아리 2에게 한 말을 똑똑히 들었습니다. 그 말을 법정에서 증언할 겁니다.

병아리 2의 핸드폰도 확보했습니다. 당신 핸드폰과 병아리 2 핸드폰을 분석하면 모든 증거가 나올 겁니다.”


“으으으~!”


고창석 비서가 괴로운 듯 이를 악물었다.


“고창석씨, 병아리 2, 배기원과 언제부터 손을 잡았죠? 사실대로 말해주세요.”


잠시 시간이 흘렀다.


고창석이 유강인을 잠시 쳐다봤다. 그러다 이젠 틀렸다는 표정을 지었다. 유강인 앞에서 거짓말하는 건 죄를 추가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가 입을 열었다.


“놈이 저에게 접근했습니다. 자기에게 협조하면 거액을 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건 상상도 할 수 없는 금액이었습니다. 당시 돈에 쪼들렸던 저로서는 군침을 흘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병아리 2가 선불로 3억을 줬습니다. 큰돈을 받고 눈이 돌아갔습니다.”


“어떤 협조죠?”


“지단길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하고 지단길을 은밀히 조종하는 거였습니다.”


“그렇군요. 지단길 박사를 조종하는데 동생인 지정혜씨도 참여했나요?”


고창석 비서가 고개를 끄떡이고 답했다.


“맞습니다. 둘이서 지씨 집안과 연구소를 장악했습니다.”


“경비 팀장 박동철도 참여했나요?”


“그건 모릅니다.”


“알겠습니다.”


유강인이 잠시 뜸을 들였다. 그가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지씨 집안 집사인 고두영씨가 사망했습니다. 고두영씨는 당신 아버지입니다. 병아리 2 범죄 계획에 고두영씨 살해도 있었습니다. 이를 아셨나요?”


“아, 아니요! 전혀 몰랐습니다.”


고창석 비서가 급히 답했다.


유강인이 고비서의 두 눈을 바라봤다. 진실을 말하는지 가늠했다.


고비서의 눈망울에 커다란 당혹감이 서렸다. 아버지를 죽이는데, 참여하지 않았다고 강렬히 호소했다.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였다. 일단 그 말을 믿기로 했다. 그가 질문을 이었다.


“궁녀 오진주의 존재를 … 아셨나요?”


“저는 그런 사람 모릅니다.”


“그렇군요. 그 말을 믿겠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당신은 아버지 살해에 관여한 겁니다.”


“유강인 탐정님!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병아리 2가 시키는 대로 움직인 거뿐입니다. 그자에게 정보만 건넸습니다. 살해 계획 같은 건 알지 못했습니다.

제가 알았던 건, 수석연구원이자 지단길 박사의 동생인 지정혜가 한편이라는 사실 뿐입니다. 다른 사람은 전혀 모릅니다.”


“알겠습니다. 결국, 거액이 탐나서 동참했다는 말이군요.”


“네, 그렇습니다. 바이오클린은 기적의 약입니다. 수십조 아니, 수백 조의 돈을 벌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병아리 2랑 같이 밀항해서 재벌이 될 꿈만 꿨습니다. 집안 대대로 비서로 일하는 게 정말 싫었습니다.”


“알겠습니다. 경찰에 있는 사실대로 진술하세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유강인이 다시 한 손을 들었다. 하진석 형사가 고창석 비서에게 걸어와 말했다.


“고창석씨 이제 서로 가셔야 합니다.”


고비서가 고개를 끄떡였다.


이제 마지막 사람만 남았다. 그는 지남철 박사의 딸이자, 수석연구원 지정혜였다. 그녀가 앞으로 나왔다. 유강인 앞에 섰다.


유강인이 수석연구원 지정혜를 보고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입을 열었다.


“지정혜씨는 … 지씨 집안 자손이 아니죠?”


수석연구원 지정혜가 답을 하지 않았다.


유강인이 말했다.


“이 일은 유전자 검사를 하면 분명히 밝힐 수 있는 사안입니다.”


그 말을 듣고 수석연구원 지정혜가 크게 숨을 내쉬었다. 숨긴다고 숨길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녀가 답했다.


“맞아요. 저는 지씨 집안 사람이 아니에요. 엄마가 다른 남자를 만나서 절 낳았어요.”


“그렇군요.”


“아빠, 아니 지남철 그 작자가 엄마를 사람 취급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 엄마가 저를 낳은 거예요.”


“가족 간에 불화가 있었군요. 지남철 박사가 그 사실을 알았나요?”


“나중에 알았어요. 그 사실을 알고 맞바람을 피워서 다른 여자한테 아이를 얻었어요. 그 아이가 바로 수미에요. 지수미.”


“지수미씨는 지남철 박사 자식이군요.”


“맞아요. 그래서 수미는 검은 피의 저주를 피할 수 없었죠. 저는 지씨 핏줄이 아니라 상관이 없었지만 ….”


수석연구원 지정혜가 말을 마치고 씩 웃었다. 웃음에 섬뜩한 독기가 서렸다.


“지정혜씨는 명덕산 비밀 연구소에 갇혔던 병아리였습니다. 병아리 1이었죠. 맞습니까?”


“네, 맞아요. 제가 병아리 1이에요.”


“아버지로 믿었던 사람한테 실험 쥐로 이용당한 거죠?”


수석연구원 지정혜가 말없이 고개를 끄떡였다.


“그 사실을 알고 격분했나요?”


“맞아요! 저는 지남철를 아빠로 여기고 살아왔어요. 연구소로 끌려온 후 지남철이 사실대로 말했어요. 자기 자식이 아니라고 매몰차게 말했어요.

연구소에 갇힌 후 철저히 이용당했어요. 지남철 그자가 피를 마구 뽑고 학대했어요.”


유강인이 고개를 흔들었다. 복잡한 가정사가 또 다른 비극을 낳고 말았다. 그가 질문을 이었다.


“그렇군요. 명덕산 비밀 연구소에서 병아리 2를 만났나요?”


“네, 만났어요. 지남철 그 사람이 병아리 2를 데리고 왔어요. 병아리 2는 그때 많이 다쳤어요.”


“병아리 2가 많이 다쳤다고요?”


“네, 병아리 2가 몸을 회복하고 사실을 말해줬어요. 부모님과 함께 차를 타고 가다가 사고가 났다고 했어요.

지남철 그 작자가 셋을 구하지 않고 병아리 2만 구한 후, 차를 바다로 밀었다고 했어요.

병아리 2가 그걸 똑똑히 목격했어요. 그때 119에 신고했으면 병아리 2 부모는 살 수 있었어요.

그런데 지남철 그자는 그렇게 하지 않았어요. 아이 피가 필요해 아이만 납치하고 죽어가는 부모를 바다에 버렸어요.”


“네에?”


유강인이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병아리 2의 정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병아리 2는 부모와 함께 차를 타고 가다 바닷가에서 사고가 났다. 그때 지남철 박사가 등장했다.


지박사는 병아리 2는 구했지만, 부모는 버렸다. 부모가 탄 차를 바다에 밀어버렸다. 그렇게 병아리 2만 구해서 비밀 연구소로 돌아갔다.


병아리 2를 구한 것도 선의가 아니었다. 실험 쥐로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유강인이 생각했다.


‘지남철 박사는 정말 보통 사람이 아니구나. 천재 과학자지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어.

정말 무서운 사람이야. 병아리 2가 지박사한테 그 악독한 습성을 배운 거 같아.

병아리 2는 어릴 적, 납치 실종된 게 아니었어. 그래서 우선배님이 찾지 못한 거야.

사건을 맡은 경찰이 오판한 거야. 병아리 2도 부모와 함께 바다에 빠져 죽은 거로 결론 낸 거야.’


유강인이 생각을 마치고 질문을 이었다.


“지남철 박사가 죽은 후에도 지씨 집안에 앙심을 품은 건가요?”


수석연구원 지정혜가 답했다.


“당연하죠. 진짜 딸 지수미가 정말 미웠어요. 연구소에서 내 피를 뽑던 조수 박순후도 용서할 수 없었어요.

집으로 돌아온 후, 박순후가 제 앞에서 석고대죄했어요. 제가 지박사 딸인 줄 몰랐다고 했어요. 저를 친딸로 생각했어요.

할아버지 지인광이 이 일을 비밀로 하라고 명령했어요. 제 의사는 물어보지도 않았어요. 지인광도 저를 친손주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군요. 지정혜씨가 지씨 집안 핏줄이 아닌 건 부모님과 지정혜씨 본인만 알았군요.”


“맞아요.”


“다음에 어떻게 됐죠?”


“비밀 연구실에서 탈출해 집으로 돌아온 후, 병아리 2와 연락하며 지냈어요. 우리는 친구였어요. 같은 실험체 출신이라 말이 잘 통했어요.

병아리 2가 말했어요. 지남철 그 작자의 연구가 정말 대단하다고 … 앞으로 지남철의 연구를 이을 거라고 했어요.

병아리 2는 지남철을 우상으로 여겼어요. 부모의 원수가 우상이 됐어요.”


유강인이 고개를 흔들었다. 병아리 2의 정신이 온전한 거 같지 않았다. 인질이 납치범을 옹호하는 스톡홀름 증후군 같았다.


수석연구원 지정혜가 말을 이었다.


“저는 병아리 2와 함께 박순후를 감시하고 있었어요. 병아리 2가 그랬어요. 박순후가 심상치 않다고 ….

어느 날 병아리 2가 말했어요. 병아리 3가 다시 납치됐다고 했어요. 그래서 둘이 창고로 가서 병아리 3 구했어요.

우리 둘은 병아리 3, 오진주의 사연을 듣고 셋이 힘을 합치기로 했어요. 바이오클린의 성과를 가로채기로 했어요.

바이오클린이 성공하면 그 성과는 모두 지단길 몫이었어요. 지단길이 가문을 계승했어요.

지단길은 이부 오빠지만, 멍청하고 무능했어요. 지인광, 지남철과 달리 착하기는 했어요.

지단길도 탐욕이 있었지만, 할아버지와 아버지랑 비교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미워할 수 없는 자였어요. 하지만 그런 자에게 바이오클린을 빼앗길 수는 없었어요.

저는 생체 실험 첫 번째 피해자예요. 바이오클린 성공에 제 지분이 분명히 있어요. 오빠 지단길은 솔직히 말해 한 게 아무것도 없어요.

지단길한테 모든 걸 빼앗길 수는 없었어요. 그걸 가로채기만 하면 정말 셀 수 없는 돈을 벌 수 있었어요.”


“알겠습니다. 경찰에 사실대로 진술해주세요.”


“저도 피해자예요. 이 모든 건 지인광, 지남철 부자와 병아리 2가 다 저지른 거예요. 저는 억울해요!”


유강인이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정상참작을 받고 싶나요?”


“네! 당연하죠.”


“그 방법이 있습니다. 죄가 많이 감형될 겁니다.”


“그게 대체 뭐죠?”


수석연구원 지정혜가 무척 궁금한 얼굴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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