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당신이 원하는 나라를 향해

by 준 원 규 수
DSCN3328.JPG

내 친구들 중 사회나 정치 문제에 대한 관심도가 나와 비슷한 사람이 거의 없다.

그 친구들은 종종 내게 '국회로 가라'는 농담을 많이 한다.

물론 그 안에는 일말의 조롱도 있음을 모르지 않는다.

정치를 보기 싫은 얼룩처럼 생각하는 사회 분위기에서 정치 이야기를 자주 하는 사람을 부담스러워하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정치를 떠나 사는 사람은 없다.

게임 시간에 대해 부모와 실랑이를 하는 것도 정치요,

집안일에 대한 의무를 어떻게 나눌 것인지 부부끼리 대화하는 것도 정치요,

회사에서 연봉 협상을 하는 그 과정 역시 생활 정치이다.

권력 정치만 정치가 아니라는 걸 우리는 자주 잊는다.



처음 투표를 할 때는 내가 찍은 한 사람의 대통령으로, 한 사람의 국회의원으로 세상이 하루아침에 달라질 줄 알았다.

하지만 이제 투표는 현재를 바꾸기 위해서가 아니라 미래를 바꾸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는 걸 안다.

내가 바라는 사회의 모습에 가까워지는 속도는 체감하지 못할 만큼 더디다는 것도 안다.

"사이다"를 외치며, 환호하는 변화의 모습을 보는 것은 민주주의 방식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는 것도 안다.

그래도 때로는 바뀐 복지 정책 하나로 병원비에 대한 부담이 덜어지고, 때로는 가난한 아이들이 하루 한 끼나마 학교에서 제대로 된 밥을 먹을 수 있게 되는 것을 볼 때 투표의 효용을 느낀다.



가끔 웹툰을 보다보면 작화나 스토리 전개의 미흡함을 지적하는 댓글이 공격받는 것을 본다.

무료 연재하는 작가님들, 원고료도 못 받고 연재하는데 고마운 줄 알고 닥치고 봐라는 요지의 글들이었다.

정말 그 작가들을 걱정한다면 악플도 아닌 글을 공격하는 댓글을 달지 말고 투표를 해야 한다.

문화 예술인들의 기본 소득 보장을 위한 법안을 만들 정치인을 찾아 후원하고, 투표하고

플랫폼의 불공정한 계약이나 저작권의 권리를 침해하는 계약들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정치인이 속한 정당에 투표해야 사회의 시스템이 달라진다.

사회의 시스템이 달라져야 그 안에서 생활하는 우리의 삶이 달라지지 않겠는가.

그래서 종종 생각해 본다.

홍길동에게 율도국이 있었다면 나는 어떤 사회를 바라는가.


나는 약자들을 '루저'라고 조롱하지 않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좀더 많은 장애인들을 거리에서 만날 수 있으면 좋겠고, 좀더 많은 예술인들이 생계의 걱정에 내몰리지 않으면 좋겠다.

많은 불공정과 비리들이 사라졌으면 좋겠고, 농민들의 노고와 육체 노동의 가치가 더 올라가면 좋겠다.

1등이 아니면 헛수고가 되는 승자독식의 경쟁이 달라지면 좋겠고

학습 속도로 아이들을 휘몰아쳐 대입만이 교육의 궁극적 목적이 되어 성적만을 신앙처럼 생각하는 사회가 아니라 사 계절을 모두 겪으며 느려도 튼튼하게 자라며 나이테를 간직하는 한 그루의 나무처럼 아이들의 다양한 장점이 모두 존중받고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그 '건강한 사회인'이 교육의 궁극적 목적이 되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

많은 차별적 언어와 혐오의 외침들이 사라지면 좋겠다.



그런 사회에서 살아가고 싶으니 나는 이번에도 투표소에 간다.

한 사람으로, 한 단체의 힘으로 이 사회가 당장에 달라지지는 않을지라도

달팽이의 배밀이 한번 만큼의 움직임이 쌓이면 미래의 시간 언젠가는 그런 사회가 되어있을지도 모르므로.

역사가 내게 준 시민으로서의 참정권을 무기력하게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선택해 본다.

0711 하늘.jpg


keyword
이전 20화서랍 속에 넣어둔 거울을 꺼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