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람이 두려운 거짓말쟁이다. 누군가는 남을 속이기 위해 거짓말을 하지만 나는 나를 속이기 위한 거짓말을 한다. 그렇게 하면 현실을 마주할 필요가 없어지고, 내가 두려워하는 거로부터 잠시나마 도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얼마나 큰 대가로 돌아오는지 모르면서, 나는 계속 거짓말을 한다.
평범한 나를 봐줄 사람은 없다. 재미있는 이야깃거리와 나만의 특별함이 있어야만, 그들은 나를 봐준다. 그러해 나는 물어본다.
“너는 내가 궁금해서 온 거지? 다 알면 가 버릴 거지?”
나의 말을 들은 그들은 똑같이 말한다. 아니라고, 나는 그냥 네가 좋다고. 과연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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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본 나에게 다가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호기심이라는 이유로 접근한다. 나이는 몇인지, 이름은 무엇인지... 등 말이다.
나는 그들은 환하게 받아준다. 그리고 나에 대한 이야기들을 해주고, 나의 마음 조각을 나누어 준다. 그 조각을 받은 그들의 흥미는 시간이 지날수록 희미해지고, 결국엔 떠나간다. 당연한 것이다. 곁에 있던 사람은 언젠가 떠나니까. 나도 그 현실을 알기에 무덤덤하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어느 날 나는 나의 마음을 내어주지 못하는 거짓말쟁이가 되었다. 이유는 지나간 한 사람이었다. 그녀는 나의 마음을 가져가 두고 항상 곁에 있을 사람처럼 굴었다. 나도 그것이 싫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 건가, 그녀가 나를 떠날 때는 나의 마음에 큰 상처가 생겼다. 아물기 힘든 상처가.
이걸로 끝이면 좋았을 것이다. 날 떠나간 그녀는 남에게 나의 마음을 팔았다. 그저 재미를 위해서. 그녀가 그럴수록 나의 마음에는 금이 갔고 점점 커져만 가는 구멍이 생겼다. 그러해, 이젠 난 남에게 나의 이야기를 꺼낼 수 없게 되었다. 또한 다른 사람들에겐 나의 마음을 줄 수 없게 됐다.
사람이 두려웠다. 나의 마음을 알려준다면 실망감에 떠나갈 것 같았고, 만약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어도 남에게 그 이야기를 팔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거짓말로 나의 빈 구멍을 채워 넣었다. 공갈빵처럼 커 보이지만, 속은 텅 빈 것들로.
그러니 얼마 안 되어 그 공갈빵을 먹기 위한 사람들이 나에게 모였다. 나는 그것이 나에 대한 관심인 줄 알고 순전히 기뻐했다. 단지 그들은 커 보이는 것을 부러워하며 온 것인데, 그 커 보이는 공갈빵을 뺏는 걸 즐기러 온 것뿐인데.
나는 거짓된 마음을 꾸며가며 나를 속였다. 그러며 나는 거짓이 되었다. 남들의 관심을 얻기 위해선 내가 거짓이 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어색할 것 같지만, 신기하게도 거짓들은 나의 기억까지 자연스럽게 슬며 들었다. 그러며 진짜 나를 조금씩 갉아먹었다.
나는 그것이 당연한 줄 알았다. 아무도 뭐라 하지 않고 그저 즐겁게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진심으로 나를 봐주는 사람을 만났다. 그러자 나는 무너져내렸다. 그는 나의 공갈빵을 먹이 위해 온 것이 아닌, 나의 마음에난 흉터에 연고를 발라줄 사람이었으니까.
처음에 나는 여전히 거짓말쟁이로서 그를 웃겼다. 하지만 그는 나의 이야기보다 나의 모습을 봐주었고, 나의 모든 말을 있는 그대로 믿어주었다. 나는 그를 만나고 나서야 거짓말쟁이가 되기 싫어졌다. 그래서 오랜만에 나의 진심을 꺼냈다.
“나는 거짓말쟁이야. 나의 말에는 남에게 보이고 싶은 내가 있거든, 그것은 다 거짓인데도 누구에게나 말하고 다녔어. 그러면서 거짓말이 습관이 되더라. 너에게만큼은 거짓말쟁이가 되고 싶지 않은데, 버릇처럼 네가 떠나갈까 봐 거짓말을 해. 이 말을 하면서도 네가 나를 거짓말쟁이로 보고 떠나갈까 두려워.”
그 외에도 나에게 있었던 일들을 쏟아부었다. 말하면 언젠가 후회할까 멈칫했지만, 한번 쏟아지기 시작한 이상은 멈추기 힘들었다.
그는 나의 말을 조용히 들어주더니 당연한 듯이 말했다.
“나는 너를 쉽게 떠나가지 않아. 나는 너를 믿어.”
그 말을 들은 나는 눈물이 나왔다. 조금은 유치한 말일지 몰라도 너무나 고마웠다.
그는 나의 흉터를 없앨 순 없겠지만, 그 흉터를 연하게 만들어 주었다.
“고마워.”
결국 그도 가버렸지만. 나는 지난날을 후회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