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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라임 Dec 08. 2024

이별, 그리고 죽음

블루라임

  오늘도 하루가 시작됐다. 내 방에는 적막함만이 흘렀고 어딘가 쓸쓸함이 남아 있었다. 나는 일어나 창문을 열었다. 차가운 공기가 코를 스쳐갔고, 밖에는 새하얀 눈이 무섭도록 땅을 덮고 있었다. 모든 것을 새하얗게 잊을 수 있게.


 허공에서 떨어지는 눈을 보고 있으면, 잠시 세상이 멈춘 듯한 느낌을 받는다. 왜인지 시간이 지날수록 눈에 동정심이 들었다. 점점 해가 넘어가며 어둠으로 가득 찬 하늘에 순백을 잃은 눈, 그 눈이 참 보잘것없어 보였기 때문일까?

.

.

 오늘따라 눈을 보며 그리운 얼굴이 떠오른다.

 아침 눈처럼 맑았던 그의 눈빛, 따스했던 미소가 겨울바람 속에서 아련하게 피어났다.           


" 같이 봤을 때 좋았는데."           


또 이 생각이다. 행복에 붙잡고 불행을 잊기 위한 질문. 아, 정말 싫다. 그 행복으로 인해 눈물이 나오는 내가 너무 한심했기에.

.

.

행복했던 시간을 이제는 고이 접기로 했다.

바람에 날려 멀리, 저 하늘 끝까지 날아갈 수 있도록.

 그러해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머리를 깔끔히 묶었다. 그리고 편지지를 꺼냈다. 푸른색과 흰색이 섞인 편지지.. 그가 마지막으로 사준 선물이었다. 난 의자에 앉아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 to. 가장 열렬히 사랑했던, 그리고 사랑할 그대에게.  

       

 이 편지를 쓰는 순간, 내 마음이 얼마나 무거운지 표현할 방법이 없네. 막상 편지를 쓰자니 어렵다.     

     

 작년 첫눈이 내릴 때. 너는 사라졌어. 정말 어이없는 죽음을 맞이했지... 음주운전이라..     

 나는 그날 눈 속에서 전화를 받고 무너져 내렸어. 너의 죽음 후 1개월 동안은 나도 죽은 듯이 살아왔잖아. 알고 있지? 2개월쯤 될 때 네가 날 보고 있다 생각하니, 조금 정신을 차렸고..

이제 보니 너는 떠나가고도 날 도와주었네.          


 넌 나에게 전부였어. 너와 함께 웃고, 울고, 꿈꾸던 그 모든 시간이 내 인생의 전부였고..

 이제 그 전부를 잃어버린 나는 껍데기처럼 남아있을 뿐이야.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말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내 마음은 더욱 무너지더라. 너의 추억을 품으면 품을수록 나는 한심해지었고, 나와의 추억을 잊으려 한다면... 그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           


 음, 너는 기억이 날려나? 우리 처음 만났을 때. 이상하게도 난 기억이 안 나더라, 너무나 많은 기억을 품고 있어서 라는 핑계는 할 수 없겠지? 네가 화내겠다.. 근데 네가 화를 내는 모습이 기억에 있지 않네.          


 네가 날 얼마나 사랑했는지, 날 얼마나 소중히 대했는지 기억하고 있어. 너와의 이야기들은 절대로 잊지 못해. 근데 그 기억들이 너무 힘들더라. 당사자가 없는 기억은.          


  유원아. 난 이제 떠나려 해. 조금이나마 간직했던 너와의 기억을 품고. 내가 떠날 때 너는 원망하려나? 이번엔 용서를 못 받을 수도 있겠다. 그래도 난 너의 웃음을 보고 싶어. 간절히 너를 만나길 기원할게. 만날 그날까지 조금만 기다려줘.

사랑해.          


 from. 너를 만나러 갈 최유라가.          


... 곧 당신을 만나러 갈게. ”          




 나는 편지를 다 쓴 후 고이 접어 창문 밖으로 떠려트렸다. 편지는 눈송이와 함께 떨어져 갔다.

그리고 나도 순백을 잃은 눈을 향해 몸을 던졌다.

나도 내가 잘 못한 일인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토록 편안했던 적이 언제던가. 

      

 "원망하지 말아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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