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똥줄을 달고 수없이 쏟아지던 까마득한 밤, 굳이 좀 있어 보이는 공인된 용어로 말하자면 페르세우스 유성우가 쏟아지던 때, 한반도 화성시 보우동의 길고 뾰족한 가시가 돋은 300년도 더 된 탱자나무가 마당을 떡하니 지키고 있는 집에 한 아이가 뚝 떨어졌다.
엄마 뱃속에서 탱자탱자 잘도 논다 해서 탱자로 불리던 아이는 태어난 날의 특수한 시공을 빗대 별똥으로 불렸다.
별을 낳았다며 자랑스러워하던 환가 엄마와 장가 아빠는 아이에게 서로 자기 성을 붙이겠다며 불꽃 튀는 입씨름을 하다, 운명의 가위바위보를 했다. 보를 낸 엄마가 바위를 낸 아빠를 이기는 바람에 아이의 성은 환가로 확정되었다.
승리의 기쁨에 취한 엄마는 즉시 환별똥으로 아이를 호적에 올리려고 했다. 아들이 장별똥이 되지 못한 것을 매우 억울해하던 아빠는 작명에라도 참여해야겠다 싶어 별똥별의 한자어인 ‘혜성’으로 바꾸자 했고, 별이긴 하지만 똥이 붙은 이름을 그제야 이상하게 느낀 엄마는 이를 수용했다.
별똥에서 혜성이 된 소년이 고등학교에 막 올라가던 무렵, 호적법이 바뀌어 엄마아빠의 성을 모두 올려도 되는 세상이 왔다. 이 소식을 듣자마자 아빠는 당장 아들의 성명을 ‘환장혜성’으로 바꾸자며 성화를 부렸다.
안 그래도 환장할 것 같이 엉망진창인 세상에서 환장혜성으로 살기 싫은 소년은 노발대발하며 반기를 들었고, 환가 성을 물려준 엄마까지 극렬히 반대하는 바람에 이 일은 조용히 묻혔다.
하마터면 ‘환장혜성’이 될 뻔한 위협에서 벗어난 소년은 부를 때마다 들을 때마다 언제나 환한 빛을 뿜는 것 같은 환혜성으로 별이 되어 하늘로 올라가는 날까지 사람들의 입에 널리 오르내리고 싶었다.
신나는 음악에 우주 최고라 자부하는 자신의 목소리를 실으면 금방 이 환한 이름이 퍼질 것만 같은데 쉽게 일이 풀리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찬란한 이름을 세상에 널리 퍼뜨릴까?
인생 최대의 고민을 짊어진 채 끙끙대던 소년은 환가네 집 마당에 있는 탱자나무를 심었다고 전해지는 할머니의 할머니의 할머니 적부터 내려오는 얘기를 엄마로부터 전해 들었다.
“옛날 사람들은 자신의 직성을 보면 운이 잘 풀린다고 여겼대.”
나이에 따라 그 사람의 운명을 맡는다는 별, 직성. 22세기를 앞둔 시기에 아직도 이런 말이 남아있다는 게 뭔가 심상치 않아 보였다.
소년은 자신만을 위한 직성이 분명 우주 어딘가에 있을 서라 여기며 밤만 되면 화성에서 별이 제일 잘 보이는 학교 옥상으로 갔다.
18년 인생의 전환점은 맞은 그날도 그는 졸음을 쫓으며 별을 보기 위해 마당을 지키는 탱자나무에 열린 탱자를 까서 톡 쏘는 신 냄새를 맡고 있었다. 별 냄새가 꼭 탱자 냄새처럼 느껴지며 저 많은 별 중엔 혹시 있을지도 모를 탱자만을 위한 별을 상상하고 있을 때 갑자기 생전 처음 보는 무지갯빛 깃털을 뽐내는 새가 북두칠성을 가로질러 갔다. 너무 놀란 그는 손에 있던 깐 탱자를 툭 떨어뜨렸다.
그 순간, 언제나 암흑 우주처럼 시커멓던 소년의 머릿속 소우주에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며 새로운 빛이 스며들었다. 그 빛은 우후죽순 가지를 뻗으며 환상적인 광경을 보여주었다.
깜깜하기만 하던 하늘에 다양한 패턴의 만다라를 닮은 아름다운 꽃이 피어나 살랑살랑 움직이며 춤을 추더니, 폭죽처럼 폭파하며 찬란한 빛을 뿜는 별이 되었다.
빛을 뿜는 별들은 꼭 우주의 꽃 같았다. 환상처럼 펼쳐진 별꽃들 속에서 심금을 울리는 신비로운 멜로디가 울려 퍼졌다.
빨강은 F코드, 초록은 A코드, 보라색은 D코드로 울려 퍼지며 새로운 우주의 하모니를 만들어냈다. 모든 소리 주파수는 색깔로 표현된다는 걸 말로만 들었는데, 직접 체감하니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신비한 무지개 빛 새와 우주가 하나가 되는 순간 소년의 뇌 속 소우주가 급팽창하며 만들어진 경이로운 멜로디. 소년은 이것을 우주 어딘가에 있는 자신이 직성이 보낸 신호라 여겼다.
그는 얼른 신호가 적힌 멜로디를 악보에 정신없이 받아적고 몇 번이고 되뇌었다. 푸릇푸릇한 그의 몸에서 요동치던 멜로디는 거대한 진동이 되더니 순식간에 그의 시공관을 변화시켰다.
소년이 서 있는 학교 옥상과 오래된 탱자나무가 지키고 있는 집이 있는 보우동은 화성시 전체로 확대되더니, 화성시는 다시 한반도로, 한반도는 아시아 대륙으로, 세계에서 가장 넓은 아시아 대륙은 초록별 지구로 넓어졌고, 급기야 지구를 넘어 8개의 행성을 거느린 태양계로 나아갔다.
소년의 시공 확장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태양계를 품은 우리 은하까지 뻗어갔다. 흔히 은하수라 불리는 우리 은하는 태양 질량의 약 1~3조 배이며 5000~6000억 개의 항성을 가진 수많은 천체의 무리다. 이 거대한 별의 집단인 우리 은하까지 넘어선 소년의 시공은 우리 은하를 포함한 최소 54개 이상의 은하가 직경 대략 천만 광년 정도 영역 안에 퍼져 있는 국부 은하군까지 펼쳐졌다.
상상을 넘어서는 크기의 이 국부 은하군은 또 다른 거대한 은하군과 은하단을 보유한 처녀자리 은하단에 속해 있다.
대체 무슨 일인지 소년의 시공은 이 처녀자리 은하단까지 확장되더니, 다시 이와 비슷한 크기의 수십 개의 은하단을 보유한 라니아케아 초은하단까지 초월했다.
광활한 우주를 학교 옥상에서 체감한 소년은 자신이 발 딛고 있는 곳이 우주의 한 부분이라는 걸 깨달았다.
인간은 땅에 속한 존재이자 머리 위 펼쳐진 끝도 없이 드넓은 우주에 사는 우주인이다! 우주란 거대한 판 위에 사는 우린 우주의 138억이란 거대한 역사 중 일부를 만드는 창조자들이기도 하다!
거대한 공간과 유구한 시간 속에 사는 인간의 존재가 소년은 한없이 경이롭게 느껴졌다.
존재의 환희에 들뜬 그의 머릿속에서 다시 폭죽이 팡팡 터졌다. 그리고 다가오는 미래에 환혜성이란 이름 앞에 붙을 놀라운 운명적 수식어가 불꽃처럼 반짝였다. 소년은 그 말을 열성을 다해 끄집어냈다.
“우주대스타! 난 우주대스타가 된다!”
온 우주를 진동시키는 우렁찬 목소리가 불안과 절망으로 가득 찬 화성을 쩌렁 울렸다.
우주인 환혜성의 새로운 역사는 이렇게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