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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빛 선화 Oct 08. 2024

개판 세상에 울리는 탱자탱자한 소리

세상이 멸망하는 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타닥타닥 불이 타는 듯, 쏴아 비가 내리는 듯, 위잉 바람이 부는 듯, 쿵쿵 땅이 울리는 듯, 묘한 소리가 반복적으로 들렸던 곳에선 산불, 지진, 쓰나미, 홍수와 같은 기후비상사태가 일어난다는 흉흉한 소문이 전 지구를 휩쓸고 있다. 

교실에 있는 아이들은 핸드폰으로 이 흉흉한 소리에 관한 정보를 찾느라 정신이 없었다. 나름 소머즈를 능가한다는 예민한 귀를 가졌다고 자부하는 혜성도 호기심에 이 소리를 찾아들었다. 물, 불, 땅, 바람 소리가 묘하게 섞인 듯한 소리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정말 세상에 멸망이 시작된 걸까? 모든 일에 시작과 끝이 있듯 지구의 시간도 끝을 향해가고 있나?

이 괴상한 소리가 들린 후 발생한 재난으로 망가질 대로 망가진 세상은 정말 멸망이라도 하려는지 또 하나의 어두운 그림자가 덮쳤다. 문명사회의 주동력이던 화석 에너지가 바닥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화석 에너지로 움직이던 자동차, 기차, 대형 선박, 비행기 같은 운송 수단들은 운행 횟수를 줄였고, 석유를 이용해 만들었던 플라스틱, 합성섬유, 합성고무, 페인트, 세재, 비료, 농약, 의약품, 화장품 같은 각종 공산품의 생산량이 감소하며 오래전 오일쇼크와 비교도 안 될 경제 대란이 일어났다. 급히 신 재생 에너지 생산을 늘리고, 해저에 묻힌 불타는 얼음이라 불리는 메탄 하이드레이트를 추출해서 숨통이 좀 트이긴 했으나 이전처럼 사람들이 충분히 사용할 에너지는 턱없이 부족했다. 

점점 내리막길로 곤두박질치는 사회에서 속수무책으로 있던 사람들에게 세상이 멸망하는 소리는 인류의 종말을 알리는 소리로 여겨졌다. 나날이 커져만 가는 사람들의 생존에 대한 두려움은 온갖 일상을 넘어서는 추측과 괴담을 쏟아냈다.

음모론자들은 음지에서 지구의 모든 일을 조종하는 그림자 지배 세력이 천태만상인 인간들로 들끓는 지구를 청소하려고 일부러 진동수를 조작해 이런 일을 벌인다 했고, 환경론자들은 돌이킬 수 없이 파괴된 자연이 내지르는 집단 경고음이라고 했고, 외계인 추종자들은 이 소리가 ‘세상이 멸망하는 소리’가 아니라 멸망이 다가오고 있으니 어서 지구를 떠나라는 외계의 신호라고 우기기도 했다. 

두려움에 잠식당한 사람들은 차츰 세상이 멸망하는 소리 자체보다 괴담이 만들어낸 불길한 상상에 푹 빠져 하루하루를 불안하게 보냈다. 

꽃의 도시에서 한반도의 거대한 쓰레기통으로 전락한 후 불지옥의 참사를 겪은 여기 화성도 예외는 아니다. 화성 사람들은 세상이 멸망하는 소리가 들린 후 발생한 기후비상사태 현장을 돌아다니는 주름이 자글자글하고 눈에서 초록빛을 뿜는 노인이 다친 사람들의 심장을 꺼내먹고 젊음을 되찾는다는 ‘멸망 인간’ 괴담에 과몰입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하고 많은 괴담 중 이 멸망 인간 괴담에 심취한 건 대화재 이후 빈 아파트가 많은 화성 외곽의 아파트 단지에 세상이 멸망하는 소리가 들린 후 재난을 당한 기후 난민들을 수용했기 때문이다. 피부색이 다르고 말까지 안 통하는 난민들에게 일상을 침범당하지 않기 위해 사람들은 곳곳에 사설 CCTV를 설치했고, 경비용 로봇과 각종 호신용품을 사들였다.

그중 가장 긴장하고 있는 곳은 바로 개교한 지 150년이나 된 화성고다. 오랜 역사만큼이나 시설이 낙후된 학교는 최근 기후 난민 아이들을 받아들였다. 아직 기초 한국어와 문화 교육을 위해 기존 학생들과 같은 교실에서 수학하진 않지만, 재학생들 대다수는 기후 변화로 부쩍 강해진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지구용 우주복이나 눈만 빼고 다 가릴 수 있는 방호복을 착용했다. 그들에겐 기후 난민은 ‘멸망 인간’일 뿐만 아니라 듣고 보도 못 한 무서운 전염성 병원균을 보균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외계인이었다. 

지구용 우주복과 방호복을 입은 아이들로 우글거리는 학교는 진짜 태양계 밖 화성에 있는 우주 기지 혹은 우주인들을 양성하는 훈련센터 같았다. 

무거운데다 엄청 비싼 지구용 우주복은 엄두도 못 내고 그렇다고 방호복을 입기도 싫은 혜성은 원래 교복인 한복 교복을 입고 있었다. 명색이 예비우주대스타가 그런 거추장스런 옷으로 빛나는 몸을 가릴 순 없었다. 탱자 밴드의 멤버인 라인과 배달도 한복 교복을 고수하고 있다. 난민 아이들은 교장이 자비로 맞춰준 교복이 아직 나오지 않아 평상복을 입고 다녔다. 지구용 우주복, 방호복, 한복 교복도 아닌 평상복을 입은 그 애들의 모습은 무척 눈에 띄었다. 

매점에 다녀오던 혜성은 무슨 목 꺾인 좀비처럼 고개를 푹 숙인 채 복도를 걷고 있는 난민 아이를 봤다. 지구용 우주복을 입은 아이들은 속히 헬멧의 차단 유리를 올렸고, 방호복을 입은 아이들은 얼른 모자를 쓰며 부산스럽게 움직였다.

눈치를 보던 난민 아이가 후다닥 자기 교실로 들어가 버리자 재학생들은 그제야 한숨을 돌리며 우주복의 헬멧을 내리고 방호복의 모자를 벗으며 짜증과 불만이 섞인 육두문자들을 발설하기 시작했다. 복도는 어느새 새로운 욕으로 넘실거리는 뉴욕의 전당이 됐다. 혜성이 누가 누가 참신한 욕을 뿜나 귀를 쫑긋 세우고 있는데, 별안간 자잘하게 들리는 수많은 육두문자를 뚫고 귀청이 터질 것 같은 커다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핵버섯이 또 터졌다!”

뉴욕 에너지를 교류하던 짜증 가득한 아이들의 얼굴이 순식간에 놀람과 기대로 바뀌었다. 다들 이 짜릿한 위기일발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서둘러 각자의 교실로 복귀했다. 

화성고엔 인간 핵버섯이 있었다. 핵이 폭발할 때 생기는 버섯구름같이 풍성한 곱슬머리를 지닌 그는 지구과학을 가르쳤는데, 수업 시간에 딴짓을 하거나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 아이의 핸드폰을 압수한 다음 FBI 요원처럼 온갖 대화와 사진들을 모조리 살펴보았다. 

아이들의 모든 사생활이 들어있는 핸드폰 안엔 누가 누굴 좋아하고 사귀는지에 대한 정보는 물론, 학생들 사이에서 도는 교사 평가표, 드러나지 않는 교사들끼리의 알력 다툼을 비롯한 온갖 해괴한 스캔들로 가득했다. 

아이들은 그가 누군가의 핸드폰을 압수할 때마다 ‘핵버섯이 터졌다’며 어떤 핵폭탄 같은 사건이 터질지 은근 기대했다. 방금 핵버섯에게 입수된 핸드폰은 ‘새열과 알아들’의 대장인 새열의 것이었다. 눈꼬리도 처지고, 입꼬리도 처지고, 심보까지 처졌지만, 뱃살은 누구보다 앞장선 산만한 덩치의 새열은 늘 희멀건 얼굴에 작달막한 체격의 ‘깐 계란’, 그보다 조금 더 작은 몸에 얼굴에 거무튀튀한 주근깨가 가득한 ‘안 깐 메추리알’을 데리고 다니며 심심하면 말썽을 일으켰다. 모두 언젠가 ‘새열과 알아들’의 핸드폰이 핵버섯에게 꼭 털릴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오늘 드디어 그 일이 터지고 말았다.

예상대로 핵버섯이 까발린 새열의 핸드폰 속엔 온갖 추잡한 것들이 가득했다. 여학생들과 여선생들의 엉덩이를 중심으로 뒷모습을 찍은 영상, 남학생 탈의실에서 찍은 애들의 헐벗은 영상, 들개에게 고양이 똥을 먹이는 영상, 길고양이를 쥐 끈끈이에 붙여놓고 낄낄거리는 영상을 비롯해, 아직 교내에 알려지지 않은 파란만장한 설들로 가득했다. 아이들에 관한 설은 주로 누가 누구를 좋아한다거나 숨겨진 성 정체성에 대한 설이 많았다. 

완전 금시초문인 건 학부모회장인 전교 회장의 아빠와 교무부장이 학교를 쌍화점 삼아 불륜을 저지른다는 설과 한문 선생이 화선지에 손수 쓴 붓글씨를 들고 빈 교실을 찾아다니며 학춤을 춘다는 설이었다. 

이 믿거나 말거나 대략 난감한 설들은 대체로 새열과 깐 계란, 안 깐 메추리알이 수업 시간에 몰래 나눈 잡다한 문자에서 나온 것들인데, 핸드폰을 턴 핵버섯에 관한 설도 끼어 있었다. 

그것은 일명 ‘핵버섯의 유혹’이라 불리는 그의 열애설이었다. 

교장을 제외한 학교 유일 남자 선생인 핵버섯은 여교사들을 돌려가면서 사귀는 카사노바로 요즘 그의 새로운 표적은 180cm를 훌쩍 넘는 키를 가진 콩나무 음악 선생인데, 틈만 나면 음악실로 찾아가 장르 가리지 않고 온갖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르며 작업 중이라는 입이 떡 벌어져 턱관절에 걸릴 것 같은 충격적 내용이었다. 

새열의 핸드폰을 털다 자폭한 핵버섯은 모든 걸 극구 부인하며 당장 이 열애설을 덮으려 했지만 ‘고장 난 지퍼’라 불리는 국어 선생에 의해 교내에 쫙 퍼졌다. 께름칙한 ‘멸망 인간’ 괴담에 취해있던 아이들은 이내 이 스캔들에 빠져 또 다른 뒷담화를 만들어냈다. 

우주인 훈련소에서 새로운 욕들이 창조되는 뉴욕의 전당이 됐던 학교는 다시 뒷담화 양성소로 변모했다. 다들 별 쓰잘머리 없지만 매우 재미는 있는 잡소리에 흠뻑 취했다. 

끊임없이 입술로 방출되는 잡소리를 나불대며 하교하는 지구용 우주복과 방호복을 입은 애들 사이를 탱자 밴드 멤버들이 걸어갔다. 쪽빛 도포 자락을 휘날리며 의연하게 걸어가는 그들의 모습은 세상이 멸망하는 소리가 들리는 이 암울한 세상을 구하러 온 도사나 초인들 같기도 했다. 탱자 밴드를 결성한 혜성은 오랜 세월 자기 집 앞마당을 지키고 있는 탱자나무처럼 온갖 괴담으로 칙칙해진 지구를 지키는 상큼한 음악을 하고 싶었다. 

주머니에 있던 탱자를 불끈 쥔 혜성이 자신의 왼쪽에서 기다란 소시지 빵인 ‘대빵’을 먹고 있는 선머슴 같은 소녀 라인과 오른쪽에서 책을 보고 있는 배달을 향해 외쳤다. 

“어서 개판으로 가자!”

혜성이 얼른 책가방에서 접힌 보드를 꺼내 폈다. 날아갈 수 있는 윙 모드 기능이 있지만 평상시처럼 바퀴 모드로 작동시켰다. 날면 에너지가 금방 소모되고, 달리면 보드 밑에 달린 충전지에 운동 에너지가 절로 저장된다. 에너지 절대 부족 시대이기에 보급된 에너지를 아껴 쓰고, 되도록 자연에 있는 에너지를 전지로 만들어 써야 했다. 이런 엄혹한 시대를 헤쳐가기 위해 움직이는 거의 모든 것엔 운동 에너지를 저장하는 전지가 붙어있다. 라인을 뒤에 태운 배달의 자전거도 운동 에너지가 저장되는 자전거였다. 

보드를 탄 혜성이 앞장서고, 라인을 태운 배달이 그 뒤를 따랐다. 개판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가는 셋의 머리 위 하늘엔 가지각색의 커다란 태양광 풍선들이 가득했다. 

 올해 미국에서 출시된 태양광 풍선인 <어스 솔라>

화석 에너지 부족 사태가 터진 직후부터 화성 하늘은 이렇게 태양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태양광 풍선들로 꽉 차 있었다. 너도나도 어떻게든 에너지를 모으기 위해 기를 썼지만, 펑펑 쓰던 습성이 몸에 밴 탓에 에너지는 늘 부족했다. 

지상 최대의 과제인 에너지 절약을 위해 버스는 출퇴근과 등하교가 집중된 시간에 잠깐씩 다녔고, 가정에서 쓰는 가전제품도 사용횟수를 줄여야 했다. 여름철 말고는 냉장고는 거의 가동하지 않았고, 세탁기도 정말 한 달에 한 번씩 모으고 모아서 돌렸다. 

정신없이 달리던 혜성은 잠시 멈춰서서 운동 에너지가 얼마나 저장이 됐나 확인했다. 전자 건반을 켜기 위해선 더 빨리 더 오래 달려야 했다. 

도로엔 하교 시간에 다니는 버스 말고는 한 대의 차량도 없었다. 오히려 보드와 자전거를 탄 사람들이 더 많았다. 배달과 라인이 탄 자전거를 훌쩍 앞질러서 도로 위를 씽씽 달리다 화성 알뜰 시장 쪽으로 들어섰다. 화석 에너지 대란 이후 공산품의 생산이 줄어들며 전국에는 이런 중고 시장이 활성화됐다. 

화성에서 제일 붐비는 거리를 날렵한 보드 기술로 달려가고 있는데 맞은편에서 보드 탄 민머리 아저씨가 다가오고 있었다. 비누와 샴푸 생산도 줄어들어 요즘 중년 남성들 사이에선 삭발이 유행이었다. 혜성은 꽤 머리가 단단해 보이는 아저씨와 부딪치지 않기 위해 얼른 윙 버튼을 눌렀다. 보드가 태양처럼 번쩍이는 아저씨의 머리를 훌쩍 넘어선 아찔한 높이로 붕 떴다. 

잠깐 공중을 비행하다 사람들이 빠져나간 자전거 주차장에 간신히 착지했다. 역시 윙모드로 보드를 작동시키는 바람에 에너지가 많이 소모돼 있었다. 

혜성은 다시 바퀴 모드로 보드를 작동시켰다. 달리고 달리다 보니 낡은 아파트 단지가 늘어서 있는 도로가 나왔다. 조금만 더 가면 개판이지만 소모된 운동 에너지를 더 충전하기 위해 이 낡은 아파트 단지 주변을 더 돌기로 했다. 두 바퀴 정도 돌고 나니 라인을 태운 배달의 자전거가 보였다. 먼저 가 있으라고 손짓한 뒤 빈 아파트 단지 주변을 돌고 또 돌았다. 인구 감소로 집이 비던 시기인데다 대화재 이후 사람이 계속 떠나자 화성엔 아무도 살지 않는 저런 빈 아파트가 늘어만 갔다.늘 바퀴벌레만 가득 수용하던 저 빈 아파트 단지 중 ‘유니버스 프라임’은 최근 화성시민들을 벌벌 떨게 하는 ‘멸망 인간’들이 사는 기후 난민 수용소로 단장했다. 

슬쩍 아파트 단지 안을 엿보던 혜성의 얼굴에 뿌듯한 미소가 피어났다. 화성시민들에겐 이곳이 불안의 온상지이지만 그에겐 거대한 감동의 쓰나미를 안겨준 황홀한 콘서트장이었다. 

화성시 외국인 체류과 소속인 아빠의 부탁으로 개최한 탱자 밴드의 공연은 대성공적이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탱자 밴드의 노래에 환호했고, 공연이 끝나자 사인을 부탁하는 사람까지 나타났다. 사실 공연 제안을 받고 멸망 인간 소굴을 제 발로 들어가야 하나 마나 고민이 많았다. 겨우 무대에 섰을 때도 진짜 멸망 인간들처럼 난민들의 눈이 초록빛으로 번뜩여서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알고 보니 비타민 A 부족으로 생긴 야맹증으로 인해 보급된 야광 렌즈 착용으로 눈동자가 빛나는 거였다. 

그날 다양한 피부색과 생김새, 너무나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들은 탱자 밴드의 노래로 하나가 되었다. 그곳에 멸망 인간 같은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진짜 우주대스타가 된 것 같은 그 순간을 되뇌며 흐뭇하게 아파트 주위 도로를 뺑뺑 돌며 운동 에너지를 충전시키던 혜성은 도로 밑의 황폐한 땅으로 내려갔다. 

대규모 화훼단지가 들어서 있던 이곳은 원래 꽃의 천국이었다. 꽃의 천국을 사라지게 한 건 화성을 한반도의 쓰레기통으로 낙점한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다. 전국에서 몰려드는 쓰레기가 쌓여 쓰레기 산이 우후죽순 생겨났고, 쌓인 쓰레기의 하부에서 발생한 가스로 걷잡을 수 없는 화재가 발생했다. 

화성은 꽃의 천국에서 쓰레기 지옥, 다시 불지옥이 됐다. 겨우 불이 진화될 때쯤 화석 에너지 대란이 터졌다. 사시사철 꽃들을 생장시키기 위해선 화석 에너지인 가스가 필수적이었다. 

잿더미가 된 시설물을 보며 한숨 짓던 시설농들은 재기할 희망을 잃고 여길 떠났다. 허허벌판이 된 이곳엔 불탄 하우스의 뼈대와 농기구들만이 흉물스럽게 남아있다. 

허들 넘듯 구부러진 하우스 뼈대를 넘어가다 보니 눈살이 찌푸려지는 쓰레기 언덕이 나타났다. 

대화재가 진화된 후에도 화성엔 여전히 산처럼 쌓인 쓰레기가 남아있었다. 그 쓰레기들은 화석 에너지 부족으로 포크 레인과 트럭을 가동하지 못해 사람이 직접 손으로 치울 수밖에 없었다. 수천만 명이 버린 쓰레기가 쌓여 만들어진 쓰레기 산은 겨우 몇백 명의 손들에 의해 서서히 사라졌다. 사람들이 힘을 합친 덕분에 화성의 쓰레기 산 대부분이 자취를 감췄다. 그러나 손으로 쓰레기를 치우던 사람들이 그만 지쳐 버렸는지 이곳의 쓰레기는 말끔히 거두어들이지 못했다. 그래도 산처럼 쌓인 쓰레기가 언덕 높이로 낮아지긴 했다. 땅속엔 여전히 쓰레기가 가득하지만 말이다. 이 쓰레기를 품은 언덕은 해마다 조금씩 자라고 있었다. 

대화재 이후 쓰레기 배출법이 더욱 엄격해졌는데, 사람들이 그걸 피해 몰래 이곳에다 처치 곤란한 물건들을 마구 버렸다. 부서진 가구, 가전제품, 어린이용 풀장과 놀이기구 같은 것들이 쌓여 언덕은 자꾸만 커졌다. 

혜성은 개판을 오고 갈 때마다 오만 사람들의 손때가 탄 이 물건들의 무덤을 넘어야 했다. 발에 닿고 손에 치이는 물건들을 느낄 때마다 찜찜하면서도 서글펐다. 

코가 부러진 코끼리 미끄럼틀을 지나치고 있을 때, 티끌이 되어 자연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방치된 물건들을 달래주는 소리가 쓰레기 언덕 너머에서 들려왔다. 꽃 농사꾼이었다 대화재로 모든 것을 잃은 꽃할배가 또 목탁을 치고 있었다. 꽃할배는 대화재로 희생된 사람들과 타버린 꽃들의 넋을 위로한다며 틈만 나면 여기서 목탁을 쳤다. 꽃할배가 혜성을 보더니 목탁을 얼른 나무 상자에 넣고는 말을 붙였다.

“꽃돌이끼리 또 만났네.”

꽃할배는 왕년에 ‘꽃돌이’란 밴드 활동을 한 적이 있어 혜성을 친근하게 대했다. 그는 혜성에게 들꽃을 엮은 작은 꽃다발을 건넸다. 꽃다발 속 들꽃 향을 맡으며 근처의 민둥산을 멍하게 바라보며 걷던 혜성은 그만 발을 헛디뎌 작은 웅덩이에 빠질 뻔했다. 간신히 위험을 모면하고 나니 널따란 초원이 드러났다. 

초원 주위엔 흙을 채운 패트병을 종횡으로 연결해 만든 울타리가 처져 있었다. 족히 축구장 넓이의 울타리 안엔 온갖 종의 개들이 힘차게 뛰어다녔다. 이 축구장 같은 개집의 동쪽에 푸른색 유리병으로 된 벽과 지붕 전체가 화단으로 된 전통 찻집 ‘개판’이 있다. 개판 앞 합판으로 만든 무대가 탱자 밴드의 주 연습 장소이자 미니 공연장이었다. 

아까 도착한 배달과 라인은 배달의 누나인 배필의 지휘하에 개들에게 개밥을 공급하느라 분주했다. 개판에서 가장 정신없는 시간이라 개판의 주인이자 배달의 엄마 지화자와 배필이 평생 배필인 줄 알고 만났다 헤어진 남자 사이에서 낳은 6살 딸 배낭까지 동원돼 있었다. 

혜성은 가방을 내려놓은 다음 개밥 주기 대열에 합류했다. 모든 개들이 밥을 먹는 것을 확인한 후 탱자 밴드는 개판 앞 미니 무대에서 뭉쳤다.

우주 유일의 청명한 목소리를 지녔다 자부하며 건반을 치는 혜성, 그 선율에 맞춰 낮게 깔리는 거문고를 퉁기는 배달, 여러 크기의 북과 꽹과리까지 합쳐놓은 모둠북을 치는 라인이 만든 하모니가 배부르게 배를 채운 개들의 귀로 흘러 들어갔다.     


세상은 개판, 우리 영혼은 탱자! 

시큼 톡 쏘는 청춘아, 박살 내자 개판! 

외치자, 왈왈! 세상 별거 아냐! 멍멍! 

    

개판이 된 세상에 대한 떨떠름한 비판과 톡 쏘는 청춘의 패기가 섞인 탱자 밴드의 ‘개판 세상’이 수많은 개들의 환호를 받으며 웅장하게 끝이 났다. 배필이 격하게 박수를 쳤다. 

“오! 오늘도 필 좋은데!”

배낭도 엄마를 따라 박수를 치더니 엄지척까지 날렸다. 흥에 차오른 혜성이 노래할 때보다 더 큰 목소리로 외쳤다. 

“우린 곧 우주대스타가 될 거야!”

설쳐대는 개팬들을 보느라 정신이 없던 라인이 뚱하게 말했다. 

“난 그런 거 안 돼도 상관없어. 그냥 모듬북 치는 게 재밌어서 하는 거야.”

대화재 때 하반신에 화상을 입은 후, 말을 더듬기 시작한 배달도 이에 동의했다. 

“나, 나도, 그, 그냥 취미야. 난 우, 우주대스타 말고, 의, 의사가 될 거야.”

혜성이 자신의 장단에 맞춰주지 않는 둘을 향해 다시 개판이 쩌렁 울리도록 소리쳤다. 

“우리에겐 우주명곡이 있잖아! 그 곡이면 우주대스타가 될 수 있어!”

아예 개집으로 달려가려고 신발 끈을 고쳐매던 라인이 말했다. 

“그래. 그 노래 엄청 좋지. 근데 대체 가사는 언제 쓰고, 편곡은 언제 마칠 건데?”

혜성은 입이 굳어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학교 옥상에서 무지개빛 깃털의 새가 활공하는 걸 보고 기적처럼 만든 노래의 임시 제목은 ‘우주 명곡’. 우주와 하나가 된 것 같은 기적적 체험을 한 뒤 탄생한 이 경이로운 노래에 자칫 가사를 잘못 붙이거나 편곡을 하면 원곡의 신비로움이 사라질까 겁이 나 몇 달째 방치하고 있다. 완성을 위해 노력을 안 한 건 아니다. 왠지 이 곡이 처음 내려온 옥상에서라면 번뜩이는 가사와 편곡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오를 것 같아 모든 작업을 그곳에서 하려 했으나, 느닷없이 떨어진 그놈의 운석 때문에 모든 게 중단됐다.

세상이 멸망하는 소리가 들리는 지구엔 동시에 구원의 빛도 함께 내려왔는데 그게 바로 지구 곳곳에 떨어지는 초록 운석이었다. 소원을 이루는 즉시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다는 소문이 파다한 초록 운석이 하필 혜성의 교실로 뚝 떨어졌다.

말로만 듣던 초록 운석을 본 아이들은 눈이 해까닥 뒤집혀서 너도나도 그걸 손에 넣으려고 볼썽사나운 쟁탈전을 벌였다. 이 아사리 난장판을 평정한 건 씨름 선수 출신의 교장이었다. 그는 녹슬지 않은 씨름 기술을 구사하며 아이들을 쓰러뜨린 후 운석을 손에 넣었다. 

하마터면 자기들 차지가 될 뻔했던 운석을 빼앗긴 것에 분노하던 아이들은 운석을 쥔 교장의 모습을 SNS에 올렸고, 운석에 대한 소문은 삽시간에 전국으로 퍼지며 한반도 전체가 술렁였다. 이런 시끄러운 일이 발생한 후 화성고가 천지개벽할 듯한 일이 벌어졌다. 다국적 기업 <갓필드>에서 화성고를 인수하겠다며 연락을 해 온 것이다. 돈을 쟁여 놓은 갓필드가 너무나 열악한 화성고를 인수한다는 것에 아이들은 열광했지만 그것은 곧 실망으로 바뀌었다. 

갓필드로 운영권이 넘어간 뒤 얼마 되지 않아 운석이 떨어졌던 교실엔 인류의 평화와 희망을 증진한다는 취지로 운석 박물관이 들어섰다. 이로 인해 운석 박물관이 들어서는 층과 그 밑층에 있는 아이들은 지은 지 150년이나 되는 낡은 구관으로 쫓겨났다. 

퀴퀴한 먼지 냄새에 벌레 가득한 구관에서 공부하는 건 정말 끔찍했지만 무엇보다 슬픈 건 운석 박물관이 생기며 옥상이 폐쇄된 것이다.

우주의 기적이 깨어난 꿈의 고향과 같은 옥상을 결코 포기할 수 없던 혜성은 몰래 그곳에 잠입하려다 CCTV에 찍혔고, 교장과 이사장에게 통일 전 휴전선을 넘다 걸린 탈북병사처럼 된통 혼쭐이 났다. 

지척에 있지만 한 걸음도 닿을 수 없는 꿈의 고향, 옥상. 거기만 개방된다면 우주 명곡을 쉽게 완성할 수 있을 것만 같은데, 지금으로선 그럴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미완의 우주 명곡만 생각하면 가슴이 쓰린 혜성은 지화자의 저녁 먹고 가라는 성화에도 불구하고 개판을 나와 다시 보드를 타고 도로 위를 달렸다. 못 가게 하니 더더욱 가고 싶은 꿈의 고향 옥상을 가까이에서 눈에라도 담고 싶어서였다.

쏜살같이 달리다 보니 또 화성 알뜰 시장이 나왔다. 아직도 붐비는 시장 사람들이 일제히 핸드폰을 바라보고 있었다. 혜성도 보드를 멈춰 세우고 핸드폰을 꺼냈다. 

이렇게 사람들을 동시에 집중하게 만드는 인간은 지구 밖 화성에 있는 갓필드의 사이언이다. 그는 화성고에 멋대로 운석 박물관을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마법의 물질이라 불리지만 이제 지구상에서 거의 자취를 감춘 모베오를 통해 사이언이 화성으로 순간 이동할 때 전 지구가 들썩였다. 사이언은 30대의 휴머노이드형 탐사 로봇들과 함께 화성 기지에 상주하는 모든 업무를 지구와 화성 간 우주 통신으로 처리한다. 운석 박물관이 개관할 때도 그는 지구 밖 화성에서 축사까지 했다. 그 바람에 화성고는 전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화석 연료를 대체할 펑펑 쓸 수 있는 에너지가 어서 발견되길 바라는 사람들에게 사이언은 구세주 그 자체였다. 화성에 장기 거주하는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전 지구인들의 시선이 쏠렸다. 그는 거의 일주일에 한 번 화성 소식을 전하며 자기 회사 제품의 광고를 내보냈다. 그때마다 그가 광고한 별 희한한 물건들이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화성고를 우주인 훈련소로 만든 지구용 우주복도 그가 화성에서 찍은 영상으로 광고를 때린 제품이다. 세계적 광산 기업이기도 한 갓필드는 아직 보유한 광물이 많은지 별의별 물건들을 만들어댔다. 

지금 이 시각 사이언은 인류 역사상 최초로 태양계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진 화성의 올림포스산을 등정했다며 지구인들에게 떠벌리는 중이었다. 

붉은 산은 태양계에서 제일 높다고 알려진 화성의 올림포스 산, 푸른 산은 지구에서 제일 높은 에베레스트

직접 발로 올라간 것도 아니고 제트 엔진을 달고 올라간 거지만 그런 경험은 죽었다 깨도 못 하는 지구인들은 그의 신과 같은 행보에 찬사를 보냈다. 

전 지구인들이 추앙하는 사이언이지만 혜성에겐 그저 꿈의 고향을 앗아간 약탈자에 불과했다. 그는 꼴도 보기 싫은 사이언의 얼굴이 떠 있는 핸드폰을 아예 꺼버리고 다시 전속력을 다해 학교로 달려갔다. 

막 후문 쪽 길로 들어서는데 예전 꽃의 도시 화성을 떠올리게 하는 어마어마한 정원이 조성된 대저택이 보였다. 사이언의 한국인 아내이자 사이언 대신 이사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오라지의 화성 자택이었다. 

널따란 주차장엔 오라지의 전용 카인 하늘을 나는 ‘버드 키스’가 주차돼 있었다. 잠시 보드를 멈춰 세운 혜성은 옥상에 올라가려던 자신을 잡아먹을 듯이 구박하던 오라지를 떠올리며 차를 한참 노려보았다. 그때 차 문이 벌컥 열리며 오라지가 나와 소리를 질렀다. 

“너 이 시간에 어디 가게? 설마 또 옥상에 가려는 건 아니겠지?”

간 떨어질 뻔하게 놀랐지만 혜성은 이때다 싶어 오랜만에 만난 이사장에게 간곡히 호소했다. 

“제 꿈의 고향인 옥상에 맘대로 드나들고 싶어요! 제발 가게 해주세요!”

엄청난 굉음이었음에도 오라지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과연 한반도에서 가장 돈 많은 사람들이 산다는 명성의 광기동 주민다웠다. 광기동엔 한반도에서 귀가 먼 사람들이 가장 많았다. 명성에서만 즐길 수 있는 실시간 증강 현실 게임 ‘명성에서 보물찾기’를 할 때 복용하는 환각제 ‘비숨’이 원인이었다. 비숨은 ‘타트란’이란 식물의 씨앗에서 추출한 중독성이 없는 천연 환각 물질로 이성을 완전히 잃을 정도의 환각을 일으키진 않을뿐더러 신경 안정 효과까지 있지만, 다량을 갑자기 복용하면 청각 신경에 마비가 올 수 있다. 다행히 청각 마비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대부분 정상으로 돌아오는데, 돈 많은 광기동 주민 중엔 비숨을 사재기해 놓고 단시간에 다량을 복용해 청력이 떨어져 회복되지 못한 사람들이 부지기수였다. 그러나 주민들 대부분이 청력 손실을 별로 개의치 않았다. 고가의 특수 보청기가 약해진 청력을 보완해줘서였다. 일부러 부와 명성의 중심인 광기동에 사는 걸 티 내려고 귀가 먼 걸 자랑스레 티 내고 다니는 사람도 있었다.

한반도에서 최고 부를 거머쥔 <오금>의 후계자인 오라지는 세계 제일의 부를 누리는 <갓필드>가의 사이언과 결혼해 지구에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부와 명성을 손에 넣었다. 남의 말을 들을 필요가 없는 위치에 있어서 그런지 그녀는 자주 보청기를 잊고 다녔다. 

옆에 있던 AI 비서가 확성기를 들고 혜성 쪽으로 다가왔다. 귀가 먼 오라지와 대화하기 위해선 확성기는 필수였다. 확성기를 집어 든 혜성은 다시 울분을 토하며 소리쳤다. 

“박물관은 7시에 닫잖아요. 저녁 시간만이라도 자유로이 옥상에 갈 수 있게 해주세요! 우주대스타가 되기 위해선 거기 가야 한다고요!”

그제야 알아들은 오라지가 기가 막힌 표정을 지었다. 

“우주대스타가 되겠다고? 그런 건 우주를 가득 채우는 희망의 에너지를 지닌 사람만 될 수 있어. 이 시대의 우주대스타는 누가 뭐래도 지금 화성에서 대체 에너지를 찾고 있는 내 남편 사이언이야. 네가 사이언을 능가할 희망을 사람들에게 전해줄 능력이 있니?”

귀가 잘 안 들리니 보이는 걸로만 사람을 판단하는 걸까? 잘은 모르지만 인간에게 잠재된 에너지는 각기 다르며 어마어마하다고 들었다. 그 잠재된 에너지가 기적을 일으켜 ‘우주 명곡’이 창조된 게 확실하다. 혜성은 자신만만하게 외쳤다. 

“네! 있어요! 좋은 음악은 우주를 가득 채울 에너지를 갖고 있어요. 전 사람들이 자기 안에 있는 희망을 일깨우는 노래를 만들 거예요. 인간의 맘속에는 저기 박물관에 있는 운석보다 빛나는 보석이 숨어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가지지 못할 운석을 보며 헛된 희망을 품는 것보다 제 노래를 들으며 자기 안의 빛을 찾는 게 훨씬 낫다는 걸 깨닫게 할 거예요! 두고 보세요! 전 사이언 회장님을 넘어서는 우주대스타가 될 테니까요!”

확성기를 통해 들리는 혜성의 대찬 목소리는 귀가 먼 오라지의 귀청을 뚫을 정도였다. 혼이 빠진 듯한 오라지 앞에 확성기를 휙 던져 버리고 보드를 타고 달리며 혜성은 생각했다. 

오라지 말대로 이 시대의 진정한 우주대스타는 온갖 광물로 다양한 첨단 제품을 만들어 전 지구인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사이언 회장인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그 인간은 활동 영역을 지구 밖 화성까지 확장했다.

그래서 어쩌라고! 그 인간은 참 노래를 더럽게 못 한다! 지난번 화성에서 지구가 그립다며 어설프게 기타를 치며 부르던 노래는 정말 고막 테러 수준이었다! 딱 봐도 예술적 감수성은 제로인 그 인간은 작곡 같은 건 엄두도 못 낼걸! 하지만 난 옥상에서 만든 곡보다 더 월등한 노래를 만들어 정말 세상을… 아니 우주를 좋은 파동으로 채울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결코 만만한 상대는 아니지만 이기지 못할 상대도 아니지! 

씩씩거리던 혜성은 우주 최대 라이벌 사이언이 있는 화성을 품은 컴컴한 하늘을 날카롭게 쏘아보았다.      


※ 본문에 등장하는 도시 ‘화성’은 실제 화성과 관련이 없는 가상의 도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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