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중순 가을이 한층 더 깊어진다. 아침 출근하면서 가로수길 낙엽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연두 형광색 옷을 입은 환경미화원 아저씨가 빗질을 하신다. 나무는 푸른 잎으로 무성해 보이지만 축 처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색빛깔의 단풍이 되고 곧 낙엽이 되겠지'하는 생각을 한다. 아름다움을 즐길새도 없이 낙엽이 되어 떨어진다. 나무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선물한다. 문득 궁금한 것이 생겼다 '가을이 되면 왜 나무들의 단풍이 드는 걸까?' 동물들이 추운 겨울을 준비하고 동면에 들어간다. 나무들도 뿌리를 통해 영양분을 모아 월동준비를 한다고 생각했다.
[단풍이 드는 원리 - 나뭇잎이 초록으로 보이지만 사실 나뭇잎에는 여러 가지 색소가 들어 있다. 가을이 되면 초록으로 보이게 하던 엽록소가 파괴되면서 단풍이 든다. 나무는 겨울을 날 준비를 한다. 봄과 여름 내내 자라는 것을 가을에 멈춘다. 수분과 영양분이 몸에서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나뭇잎을 떨어뜨린다.]-네이버 백과사전-
가로수길의 플라타너스 및 놀이터의 은행잎, 벚나무 잎들이 바람을 타고, 여행을 시작한다. 바람이 부는 날이면 나뭇잎은 아이들의 놀이감이 된다. 낙엽을 줍는 친구도 있고, 한곳에 모아 침대를 만들기도 한다. 한 아름 모아서 뿌리기 놀이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하나씩 모아서 꽃다발으 만들기도 한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좋아 자꾸만 밟고 싶다. 자연은 다양하게 놀 수 있는 시간 ,공간을 제공해 주고 인간까지 만들어준다. 창의성은 덤이다.
어느 날 놀이터에 낙엽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아이들이 놀 수 있게 어르신께서 모아주셨다. 어린이집, 유치원 하원 길에 한 명, 두 명 친구들이 모인다. 천진난만한 천사들의 웃음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기 시작한다. 아이의 웃는 모습에 행복이 무엇인지를 조금씩 알아간다.
도심 속, 시골 동네에 살고 있다. 어머님께서 "우리 손주들은 시골 아이들보다 더 새까맣다"고 하셨다.무더운 여름에도,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에도 놀이터 죽순이었다. 독박 육아라 밥도 먹고, 깜깜해질 때까지 놀다가 민원이 들어가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가을이 깊어가는 길목에 가로수길을 거닐며 아이들 어릴 적 추억이 생각났다. 혼자 피식 웃는다. 놀이터 죽순이로 10년을 살았다. 15살, 13살이 된 남매는 어린 동생들에게 양보하고 졸업했다. 10월, 가을이 한층 더 깊어가고 있다. 시원한 바람보다 차가운 바람이 살결에 스며든다. 옷깃을 여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