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에필로그

by 이삼오

캐나다 정착 후, 한동안은 한국의 모든 것이 그리웠다.



불량 식품의 욕구를 채워줬던 학교 앞 문방구, 동네 지하 오락실, 친구들과 가끔 갔던 목욕탕, 무엇보다도 나를 항상 친절하게 대해 주었던 친척들...



그래도 어릴 때여서 그랬는지, 아니면 나라는 사람이 적응이 빨랐던 것인지 영어가 조금 트이기 시작했을 때부턴 캐나다 생활에 훨씬 더 집중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도 긴 삶을 살아온 게 아니었고, 잦은 이사 때문에 여러 동네에 살다 보니 한 군데 크게 정을 붙이고 살기 어려운 조건이었다. 이런 와중에 캐나다 토론토에 정착을 하여 비슷한 동네에서 십 몇 년을 살았으니, 더 내 집처럼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다시 한국에 오게 된 계기는 내가 대학교 휴학 중이었을 때였다. 한국 어느 대학교에서 영어캠프 조교 채용 공고를 알게 되어서 지원을 했다.



장기적으로 머물 생각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캐나다로 꼭 돌아가야 할 일도 당시 없었다. 한국에 머무르게 된 게 어찌어찌하여 1년이 2년이 되고, 거의 20여 년이 되는 세월이 흘렀다.



한국에서 일도 하고, 학업도 마치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한국에 일궈 놓은 밭이 있으니 캐나다로 돌아갈 골든 타임(?)을 놓치게 된 듯하다.




한국에 다시 정착을 하면서 이번엔 반대로, 나의 집인 캐나다 토론토를 그리워 하기 시작했다.



나의 친구들, 단골 가게들, 여기저기 아르바이트 했던 곳들, 공연을 했던 클럽들, 정처 없이 누비고 다녔던 동네들... 사소했던 모든 게 소중한 기억으로 남게 되었다.



나에게 생생하게 남아있는 기억을 굳이 구구절절하게 말보다 글로 한 번 정리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브런치를 알게 되었고 딱히 누구 눈치 볼 거 없이, 그저 손가락이 키보드에 가는 대로 내 기억들을 옮기기 시작했다.



캐나다라는 나라에 포커스가 맞춰진 게 아니라 그저 한 아이와 소년의 평범하다면 평범할 수 있는, 아니라면 아닐 수 있는, 그냥 나만의 스토리를 적고자 했다.



주로 이민 초반, 어릴 때의 이야기가 많았는데 아무래도 처음 보고 겪는 일들이 기억에 강렬하게 남게 된 것 같다.





원래 '캐나디언 클럽'은 20회 정도 분량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쓰다 보니 (혼자) 할 얘기가 생각보다 많았었나 보다.



어찌하다 보니 30회를 넘어가게 되었고 (브런치북 연재가 30회 까지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시즌 2'까지 오게 되었다.



연재된 글 이외 에피소드들이 수두룩 하지만, 몇몇은, 아직은 글로 올리는 게 썩 내키지 않는 것들이 있다. '캐나디언 클럽'이라는 제목과도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다.






두서없이 쓴 글들도 있고, 감정이 복받쳐올라 쓴 글들도 있다.



밤에 혼자 한 잔 하며 센티한 상태로 끄적인 것들도 있고, 마감일의 압박(?)에 새벽에 부랴부랴 쓴 글들도 있다.



내가 쓴 글을, 의외로 꾸준하게 읽어 준 분들도 계신 듯하다.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



단순히 나의 글을 올리기 위해서 접한 곳인데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읽으며, 브런치에 더 스며들게 되었다.






이제 또 다른 글감을 준비하러 갑니다.


keyword
이전 23화교육의 딜레마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