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컹, 덜컹.
오래된 트럭이 낡은 도로를 따라 천천히 움직였다.
차체는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군데군데 녹이 슬어 있었고 바퀴는 울퉁불퉁한 길 위에서 낮게 신음 소리를 냈다.
트럭의 지붕 위엔 빛바랜 네온사인 글씨가 희미하게 깜빡이고 있었다.
만물트럭
어둠 속에서 네온사인은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느릿느릿 깜빡이며 주변에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검게 선팅 된 운전석 창문이 천천히 내려갔다.
차가운 바람이 트럭 내부를 헤집으며 남자의 재킷에 달린 작은 종을 가볍게 흔들었다.
트럭 뒤쪽에 위치한 진열장에는 오래된 물건들이 빼곡히 자리 잡고 있었다.
세상에 하나뿐일 것 같은 장신구와 낡은 도구들,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기묘한 물건들까지, 모두 주인을 만나 이야기를 품을 날을 기대하며 각자의 아우라를 뽐내고 있었다.
어두운 밤인대도 불구하고 알록달록한 중절모를 푹 눌러쓴 남자가 반짝이는 눈으로 주변을 살폈다.
그의 얼굴이 창문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가로등 빛과 그림자 속에서 잠깐씩 드러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했다.
남자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오늘은 어떤 고객님을 만날까...?”
차가운 공기 속, 남자의 목소리가 묘하게 리드미컬한 울림을 전했다.
그는 잠시 차를 세우고 익숙한 손놀림으로 낡은 다이어리를 꺼내 펼쳤다. 다이어리의 표지는 오래 사용한 듯 군데군데 닳아 있었고, 종이는 황갈색으로 바래 있었다.
“물건을 많이 팔아도 마음에 드는 이야기는 좀처럼 나오질 않는단 말이지.”
그는 다이어리의 적힌 내용을 훑어보다 고개를 젓더니 거칠게 다이어리를 덮었다.
“괜찮은 물건을 가져오려면 색다른 이야기가 필요한데... 기대해 봐도 될까?”
남자는 다이어리를 대충 조수석에 던져 놓고 은빛 장갑을 낀 손으로 트럭의 핸들을 가볍게 쥐었다.
트럭이 덜컹거리는 소리를 내며 골목길 속으로 천천히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