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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스틱 픽셀 머신(2)

1장

by 최아현 Dec 25. 2024

민호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신발을 벗고 침대로 뛰어들었다. 

손에는 트럭에서 받아온 낡은 게임기가 들려있었다.


“진짜… 이걸로 내가 게임을 잘할 수 있을까? 말도 안 되는 일이지.”


민호가 게임기를 이리저리 둘러보며 투덜거렸다.

오래된 플라스틱 껍데기와 희미하게 흠집 난 작은 화면, 그리고 단순한 버튼들. 겉보기엔 특별할 게 없어 보였다. 

하지만 조금 전 수상한 트럭에서 만난 남자와 물건들이 뿜어내는 신비로운 분위기는 쉽게 잊히지 않았다.

민호는 게임기의 전원 버튼을 눌렀다. 작은 딸깍 소리와 함께 화면이 깜빡이며 켜졌다. 

처음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잠시 후 화면에 단순한 픽셀 글씨가 나타났다.


용사님 준비되셨나요? 

세게의 관문을 통과하세요.

특별한 보상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세게의 관문? 특별한 보상?”


민호는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아무 버튼을 눌렀다. 

그 순간, 게임기에서 빛이 쏟아져 나왔다. 

민호는 깜짝 놀라 손을 놓으려 했지만, 게임기는 마치 손에 달라붙은 듯 떨어지지 않았다. 

빛은 점점 강렬해지더니 방 안을 가득 채웠다.


“뭐야… 이게 뭐야! 으아아악! 사, 살려줘어억!”


민호는 눈을 질끈 감았다. 몸이 빛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과 함께 민호는 사라졌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어두운 바닥 위에 누워 있던 민호는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

주변은 붉게 물들어 있었고, 하늘은 핏빛으로 뒤덮여 어둡고 음산했다. 곳곳에서 불꽃이 타오르며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지옥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웰컴 투 더 헬!"


귀를 찢을 듯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민호는 놀라 눈을 번쩍 떴다. 

주변을 둘러보니 민호의 방이 아니었다. 

불길한 웃음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고, 눈앞에는 거대한 뿔이 달린 악마가 서 있었다. 검붉은 피부와 불타오르는 눈빛이 민호를 압도했다


“너 같은 꼬마가 여기까지 오다니! 용감하구나! 하지만 네 이야기는 여기서 끝날 거다!”


악마는 커다란 손을 들어 올리며 민호를 향해 내려쳤다.

민호는 기겁하며 본능적으로 몸을 굴려 간신히 피했다.


“뭐, 뭐야 설마 내가 게임 속에 들어오기라도 한 거야?”


그 순간, 손에 꼭 쥐고 있던 게임기의 화면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첫 번째 임무 : 악마에게서 도망치거나 악마와 맞서 싸워라.


민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화면과 악마를 번갈아 쳐다봤다.


“아, 악마라고? 저런 무시무시한 놈과 맞서 싸우라니! 도망! 도망칠 거야!”


그러자 게임기에 다시 한번 메시지가 떠올랐다.


게임을 종료하면 용사의 능력은 사라집니다. 종료하시겠습니까?


그 순간, 거짓말 같게도 민호의 시끄러웠던 속이 잠잠해졌다.


“그래, 이건 게임일 뿐이잖아, 실제가 아니라고!"


민호가 눈을 부릅뜬 채 악마를 노려봤다. 하지만 악마가 불을 뿜어내며 포효하자 잔뜩 긴장한 채 게임기를 흔들었다.


"그런데 무기도 없이 어떻게 싸우라는 거야!” 


그 순간, 게임기가 띠리리리- 힘 빠지는 소리를 내더니 번쩍 빛을 냈다.


"또, 또... 왜!" 


민호가 잔뜩 겁을 먹은 채 소리치며 게임기를 손에서 놓으려 했다. 

하지만 게임기는 민호의 손에 척하고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이내 게임기의 형태는 사라지고 민호의 손엔 날카로운 검이 들렸다.

어두웠던 민호의 얼굴이 조금 밝아졌다.


"이거 완전 대박이잖아!"


민호는 놀람도 잠시, 검을 쥔 손을 크게 흔들었다.


“좋아, 분명 엄청난 힘이 있을 거야. 난 세상을 구할 용사잖아! 내가 이길 수 있어, 악마든 뭐든 간에!”


그 순간, 민호의 눈앞에 글자가 나타났다.


힌트: 약점을 노려라, 붉은 점을 공격하세요.


“붉은 점?”


민호는 게임기의 메시지를 되뇌며 악마의 몸을 살폈다. 아무리 찾아봐도 점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 순간 민호의 시선이 악마의 가슴, 불타 오르는 심장 앞에 멈췄다.


“저거, 저거다! 심장이 약점이야!


그 순간, 악마가 포효하며 거대한 주먹을 들어 내리쳤다. 민호가 재빠르게 몸을 날려 타격 지점에서 벗어났다. 


"내가 이렇게 빨랐었나? 악마의 움직임이 훤히 보여!"


또다시 악마가 주먹을 내리치자 바닥에 금이 가며 작은 폭발이 일어났지만 악마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던 민호는 조금 전보다 쉽게 피할 수 있었다.

악마는 자신의 주먹을 요리조리 피하는 민호를 무섭게 노려보더니 거대한 팔을 마구 휘두르며 달려왔다.

이에 땅이 갈라지고 그 밑으로 뜨거운 용암이 치솟았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갈라진 바닥 곳곳에서 이상한 생명체들이 기어 나와 민호에게 덤벼든다는 것이었다.

민호는 검으로 그것들을 베며 지옥의 중앙을 내달렸다.


“이대로면 아무것도 못해보고 종료되고 말 거야!”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 민호는 어느새 코앞까지 쫓아온 악마를 힐끗 바라보며 떨리는 손으로 검을 꽉 쥐었다. 


"할 수 있어! 이길 수 있어!" 


민호는 자신에게 주문을 걸 듯 소리치더니 그대로 몸을 돌려 악마를 향해 힘껏 달렸다.

악마는 달려오는 민호를 보며 위기를 느꼈는지 불을 내뿜었으며 팔을 휘둘렀다. 민호가 화염을 피하기 위해 재빨리 악마의 팔 위로 뛰어올랐다. 

그러고는 악마가 팔을 높이 쳐든 순간, 불타는 악마의 심장을 향해 겁 없이 뛰어내렸다.

    

푹-


검이 심장에 꽂히는 순간, 악마가 괴성을 지르며 몸을 뒤틀었다. 

불길이 악마의 몸에서 솟구쳤고, 주위가 거대한 폭발로 휩싸였다. 

폭발의 충격으로 튕겨나간 민호가 괴생명체가 우글거리는 땅으로 떨어졌다.

괴생명체들이 달려들자 민호는 얼른 검을 휘둘렀다. 다행히 잠시 후, 괴생명체들은 악마가 쓰러지자 힘도 써보지 못하고 눈앞에서 사라졌다.

폭발이 잦아들고 난 뒤, 민호는 숨을 몰아 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악마는 사라지고 없었다. 대신, 그가 서 있던 자리에 무언가 밝게 빛을 내고 있었다.


“저건 뭐지?”


구슬이었다. 

민호는 빛을 발하며 허공에 둥둥 떠있는 구슬에 다가갔다. 

그 순간, 눈앞에 새로운 메시지가 떠올랐다.


축하합니다! 첫 번째 난관을 통과했습니다.

보상을 획득하세요: 불의 정수


민호는 망설이다가 구슬을 손에 쥐었다. 

그러자 구슬이 손바닥에서 사라지며 따뜻한 기운이 민호의 몸속으로 퍼져 나갔다.

동시에 손이 붉은빛으로 희미하게 빛났다.


“불안감이 사라졌어! 몸도 가벼워!”


민호는 손을 펴고 주먹을 쥐었다. 자신감이 차오르며 뭐든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곧, 민호의 앞에 두 개의 문이 떠올랐다. 각각의 문 위에는 글씨가 쓰여 있었다.


왼쪽 문. 도망자의 길: 안전하지만 느리다.

오른쪽 문. 도전자의 길: 위험하지만 보상이 크다.


민호는 두 문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안전한 길을 선택하는 게 어쩌면 너무나 당연했지만 왜인지 민호의 마음속엔 다른 선택지가 떠올랐다.


“도전해야지! 난 무시무시한 악마도 죽인 용사라고!”


민호는 망설임 없이 오른쪽 문을 열고 도전자의 길을 향해 발걸음을 내디뎠다.


브런치 글 이미지 2


문을 지나자마자 뜨거운 공기가 민호를 덮쳤다. 민호는 무의식적으로 호흡기를 틀어막았다. 

하지만 용사라는 타이틀이 주는 특별한 힘 덕분인지 민호는 금세 적응할 수 있었다.

용기를 내 앞으로 걸어 나가자 지옥의 풍경이 펼쳐졌다.

낭떠러지 아래는 용암이 뜨겁게 이글거리고 있었고, 허공에 띄엄띄엄 자리한 검붉은 돌기둥 사이로 용암이 치솟았다. 

하늘을 뒤덮은 시커먼 연기는 그 어떤 빛도 허락하지 않았고 돌기둥이 존재하는 자리엔 끔찍한 생명체들이 고통에 찬 괴성을 부르짖으며 살기 위해 끝없이 기둥을 오르고 있었다.


“여기가… 도전자의 길?”


그때, 눈앞에 글씨가 나타났다.


두 번째 도전: 움직이는 불의 다리를 건너라. 


민호는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그 순간, 땅이 울리며 돌기둥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커다란 퍼즐 조각처럼 돌기둥이 위치를 바꿔가며 새로운 경로를 만들었다.


“이게 뭐야!?”


또다시 허공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힌트: 바닥은 일정 시간마다 사라진다.


“뭐라고? 바닥이 사라진다고?”


민호가 게임기의 경고를 읽는 순간, 눈앞에 돌기둥 하나가 사라졌다. 그러자 끔찍하게 생긴 생명체들이 우수수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그들은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며 뜨거운 용암에 녹아내렸다. 


“제발, 이건 진짜 너무하잖아!”


민호는 끔찍한 장면에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곧, 차분히 주변을 살폈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 돌기둥이 사라졌던 자리에 다시 새로운 돌기둥이 솟아올랐다.

민호는 저 멀리, 미로의 끝으로 보이는 커다란 문을 바라보았다. 문 위에는 빛나는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그 문양은 자신이 탈출구라는 것을 알리듯 반짝였다.


“저 문까지 가야 하는 거네…”


민호는 한숨을 내쉬더니 신발끈을 동여맸다. 


"그래, 난 할 수 있어!"


용사의 마음가짐이 당신에게 힘을 불어넣습니다.


메시지가 나타남과 동시에 민호의 두 발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엄청난 점프력이야!" 


민호가 제자리에서 방방 뛰며 점프하며 신나 소리치더니 발을 굴러 첫 기둥 위로 뛰어올랐다. 기둥이 불안정하게 흔들렸지만 다행히 무너지지는 않았다. 재빨리 다음 바닥의 패턴을 파악하고 그다음 기둥으로 뛰어올랐다.

등 뒤로 첫 번째 기둥이 무너지며 용악 속으로 가라앉는 소리가 들렸다.


"우왓! 생각보다 빠르잖아!"


민호는 쉴 새 없이 점프하고 구르기를 반복하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 

돌기둥이 점점 더 빠르게 움직였지만, 문이 가까워질수록 민호의 발걸음도 점점 더 자신감 있게 움직였다.


“그래, 조금만!”


민호는 스스로에게 할 수 있다 주문을 걸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잠시 후, 게임기의 화면이 다시 한번 깜빡이며 메시지가 떴다.


축하합니다! 두 번째 도전을 완료했습니다.

보상을 획득하세요: 불의 방패.


"해냈다... 해냈어!"


민호는 손을 내밀어 문 위에 떠 있는 작은 방패를 잡았다. 방패가 손에 닿자 민호의 몸 안으로 따뜻한 기운이 퍼져 나갔다.


브런치 글 이미지 3


“검도 있고 방패도 있겠다, 용사에게 더 이상 두려울게 뭐가 있겠어?”


민호가 커다란 문을 힘차게 열고 앞으로 걸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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