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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가제 (Dégagé)

라이트세이버의 레이저빔


무엇인가 진정으로 원할 때 우리는 흔히 ‘눈에서 레이저가 나온다’라는 표현을 쓴다. 갖고 싶은 장난감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아이, 짝사랑하는 이성 친구가 지나갈 때 안보는 척 하지만 뒤통수의 제3의 눈으로 투시력의 능력을 지니면서 보는 청소년, 좋아하는 영화를 집중해서 보는 눈빛, 사랑하는 연인이 서로를 쳐다보는 시선… 이와 같은 상황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눈에서 레이저가 발사되는 모습이 쉽게 연상될 것이다.




필자가 상당히 좋아하는 영화 시리즈인 스타워즈(Star Wars)에는 제다이, 요다, 다스베이더, 시스를 제외하고 가장 상징적인 중요 역할이 등장한다. 바로 라이트세이버(Lightsaber, 광선검)이다. 악의 무리는 붉은색 광선검, 착한 쪽은 푸른색 광선검을 사용한다. 뭐 이곳 발레 이야기를 하는 곳에서 굳이 스타워즈 영화 시리즈의 역사를 들춰가며 덕질 할 생각은 없다. 단,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그 광선검의 형태와 빛의 직진 본능을 지금 머릿속에 이미지로 떠올렸으면 한다. 라이트세이버를 손에 딱 쥐고 포스를 발동(?)시키면 강한 전류가 한방에 흐를 법한 광선검이 기이잉~~ 소리를 내며 그 위용을 뽐낸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위키피디아



오늘 함께 고민할 동작은 ‘자유롭다’라는 의미를 지닌 데가제(dégagé)이다.
탄듀 동작에서 발끝이 땅에 붙어 있었다면, 데가제는 발끝이 바닥에서 떨어져서 들어 올리든지 뻗든지 해야 한다.



드. 디. 어. 다리를 들어 올린다!!!

한 다리를 지면에서 떨어져서 곧게 들어 올린다는 것은 이전에 비해 훨씬 발레다운 동작에 가까워진 것을 의미한다. 지난 시간에 애니메이션 미래소년 코난을 언급했다면 이번에는 장르를 살짝 바꿔서 스타워즈의 라이트세이버를 예로 들어볼까 한다. 오늘 이야기할 데가제 동작을 할 때 이 광선검의 강렬한 레이저(원래 영화에서는 플라즈마 성분이지만 레이저가 이해하기 편하니까 알기 쉽게 접근하자)를 연상하길 바란다. 지난 시간 턴듀를 이야기하면서 발끝까지 힘을 줘서 에너지에 집중하라는 이야기를 했다. 엄지발가락 아래 힘 있게 깔려 있는 동전에 대해서 기억하고 있는가? 이번에 나올 데가제 동작을 통해서는 그 동전을 힘 있게 “핑~~!!”하고 날리는 단계에 이른 것이다. (이 표현 역시 필자가 발레를 배울 때, 선생님께서 이해력이 떨어지고 발레를 하기에는 좀 힘겨워 보이는 신체를 지닌 일반인 취미발레 수강생을 위해서 알기 쉽게 설명해주신 방법이다)

엄지발가락 아래 깔려있던 동전을 날려야 하는데 운동화나 실내화 날리기 하듯 발끝에 걸어서 휙~ 덜렁거리며 날릴까?

노노 노우~~~!! 절대 아니다.

마치 팽팽한 활시위에 걸려 있다가 목표물을 향해 달려가는 화살 같은 에너지를 다리에 장전하고 있어야 한다.

발레 대부분의 동작의 알파는 복부 코어의 풀업(pull up)이고, 오메가는 손끝, 발끝, 시선이라고 할 수 있다. 데가제를 할 때도 다리에만 힘을 주는 것이 아닌 복부의 코어의 풀업 상태에서 힘을 내보낸다고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비전공자가 클래스 내내 풀업 상태를 계속 유지하고 있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취미발레인을 위해서 필자가 낸 아이디어는 자신의 다리가 마치 라이트세이버처럼 직진본능을 가지고 있다고 연상해보자. 골반과 연결된 고관절이 라이트세이버의 손잡이이고, 복부 코어에서 포스를 모아서 광선을 발끝까지 내뻗어야 한다. 빛은 무조건 직진이다. 반사, 굴절 기능도 있지만 여기서는 무조건 직진만 생각하자. 눈빛 레이저 공격 말고 다리로 레이저를 발사시킨다는 생각. 고관절과 허벅지에만 힘을 주고 무릎 이하로는 덜렁거리는 남의 다리처럼 동작을 하지 말고 발끝까지 쫙!!! 이때 움직이는 다리가 아닌 바닥에 딛고 있는 다리(supporting leg)를 바닥에 딱 내리꽂듯이 무게가 확실히 실려야 움직이며 드는 다리(working leg)도 가벼워진다.

이렇게 발끝까지 힘을 줘서 들어 올리면 턴듀로 연마한 발등 아치가 빛을 발하며 데가제를 할 때도 발등 아치가 짠~하고 나오는 놀라운 체험을 하게 될 것이다.


모델 : Claire Teisseyre(체코국립발레단) / 사진 : 김윤식 (copyright.2017 김윤식)


왜 턴듀와 데가제를 계속 연관시켜서 설명을 하나 싶을 거다. 턴듀와 데가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단짝이다. 제대로 쫀득하게 턴듀 연습을 하고 지지하는 다리(supporting leg)에 좀 더 정확하게 힘이 실리면 데가제 동작을 깔끔하게 해낼 수 있다. 턴듀에서 진화된 데가제는 앞으로 나올 롱 드 잠브, 바트망 제테 등 다른 다리 동작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게 되므로 클래스를 할 때 집중해서 꼼꼼하게 익히도록 하자

데가제를 익힐 때 범하기 쉬운 오류는 들어 올리는 다리 높이에 집착하다가 골반을 움직이거나 알라스콩으로 뻗을 때 골반을 비틀면서 발목이 턴인이 되기 쉽다는 것이다. 데가제를 할 때 ‘높이 든다’에 집착하지 말고 ‘길게 뻗는다’에 중점을 두길 바란다. 어차피 높이 드는 것은 데벨로페, 그랑 바트망 제테에 가서 실컷 할 수 있으니, 우선은 '길고 곧게 서서히 들어 올린다'에 집중하자.




발레의 바워크는 바 잡고 그저 멋있으려고 하는 과정이 아니다. 발레 하는 흉내만 낸다면 세상에나 이렇게 쉬운 운동도 없을 것이다. 바 잡고 그저 설렁설렁 대충 동작을 따라 하면 아무 효과가 없다. 필자가 설명하고 있는 플리에부터 턴듀, 데가제 까지 그리고 앞으로 나올 여러 동작들은 발레라는 춤을 추기 위해서 몸을 푸는 과정이다. 상당히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것이 느린 음악을 필두로 몸의 큰 근육을 풀며 점차 빠른 템포에서는 잔근육을 자극하고 운동시키는 효과를 가지고 온다. 그래서 플리에 동작 하나만으로도 웬만한 스트레칭이 포함되어 있고, 이전에 나온 턴듀도 마찬가지다. 오늘 배울 데가제는 앞으로 나올 중력의 법칙을 거스를 여러 동작의 또 다른 워밍업이라고 할 수 있다. 땅바닥에만 붙어 있던 다리에 가해지는 자연스러운 중력을 무시하고 드디어 바닥에서 떨어지는 자유로움을 주는 데가제.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남의 다리가 아닌 자신의 우아한 다리다. 그 누가 들어줄 수 없고 자신의 코어 안에 내재되어 있는 힘으로 강력하지만 가벼운 깃털처럼 드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동작 정도로 등줄기에 땀이 나기 시작한다면 다음 시간은 더욱 기대되지 않는가? 만약 이 정도로도 땀이 나지 않았다면 당신의 근육은 아직 잠들어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오늘 칼럼의 마무리 전에 그래도 한 다리를 들어 올리는 데가제 동작에 자신이 없는 독자를 위해서 필자가 특별한 주문 한 가지를 알려주고자 한다. 데가제 동작을 하기 전에 내 복부 코어에 이 주문을 외워보자.

“May the FORCE be with you”

내 몸의 중심에서 나가는 에너지로 우리의 다리가 라이트세이버처럼 강력해지길 희망해 본다.


모델 : Friedemann Vogel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 사진 : 김윤식 (copyright.2017 김윤식)


글 : 취미발레 윤여사 @대한민국

사진 : 김윤식 작가 @체코

(첨부된 사진의 저작권 및 사용권은 김윤식에게 있으므로 무단복제나 사용을 금지합니다)



취미발레 윤여사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yoonballet_writer/


김윤식 작가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yoon6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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