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남자가 물었다.
“사랑한다의 반대말이 뭔지 알아?”
“사랑한다···의 반대말?”
고개를 갸우뚱거리던 여자가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미워한다? 증오한다? 아니면 혹시 무관심하다?”
남자는 대답 대신 종이를 하나 내밀었다.
“이 글에서 F가 몇 개인지 세어봐.”
FINISHED FILES ARE THE
RESULT OF YEARS OF SCIENTIFIC
STUDY COMBINED WITH THE
EXPERIENCE OF YEARS
영문을 모른 채 여자는 F의 개수를 세기 시작했다.
FINISHED
FILES
SCIENTIFIC
“다 찾았어?.”
“아니, 잠시만···.”
여자는 쉽사리 대답할 수 없었다.
뭔가 트릭이 있을 거야.
이렇게 간단한 문제일리가 없어.
음···.
음음···.
.
.
.
그러나 아무리 들여다봐도 숫자는 변함이 없었다.
“다 됐어.”
“몇 개나 찾았어?.”
“3개.”
“틀렸어.”
여자는 울상을 지었다.
“틀렸다고? 그럴 리가 없어. 몇 번이나 다시 셌는데.”
“답은 6개야.”
“6개?”
“그래. 다시 잘 생각해 봐.”
FINISHED FILES ARE THE
RESULT OF YEARS OF SCIENTIFIC
STUDY COMBINED WITH THE
EXPERIENCE OF YEARS
여자는 초조하게 입술을 깨물었다.
6개라니, 분명 3개밖에 안 됐는데.
FINISHED 하고, FILES 하고,
그리고 또 하나는 SCIENTIFIC 하고
그러다 어느 순간,
아···!
여자가 고개를 들어 보자 남자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웃고 있었다.
“왜 3개밖에 못 셌는지 알아?”
“···.”
“우리 뇌는 OF의 F를 읽을 수 없대. OF 자체를 인식하지 못한다는 거지.
물론 개중에는 6개를 맞추는 사람도 있다고는 해.
근데 그건 저 문장 자체를 읽는 게 아니라 그저 단지 알파벳으로 보고 F를 세기 때문이래.”
“···.”
“신기하지?”
여자는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삭이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 사랑한다의 반대말은···.”
이제 여자는 남자가 던진 질문의 의도를 알 것 같았다.
“사랑하지 않는다···?”
“그럴 수도.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사랑한다의 진정한 반대말은···.”
남자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서렸다.
“사랑했었다···.”
사랑했었다는 말.
지금은 아니라는 말.
그래서 서글픈 말.
여러분이 생각하신 '사랑한다'의 반대말이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