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이상한 현수막이 전국 곳곳에 등장하기 시작한 건,
그저 일상적인 하루였던 어느 날 아침이었다.
피곤에 찌들었거나,
잠에서 덜 깼거나,
짜증이 서리거나,
또는 무표정한 얼굴들로
출근길, 등굣길에 오른 이들은
목적지로 향하던 길의 도처에서 이질적인 현수막과 마주하였다.
하얀 무명천 위에 붉은 페인트로 휘갈겨 쓴 듯한 글자들.
서울, 경기, 세종, 부산, 광주, 제주 등.
대한민국 주요 도시의 육교와 길가에 동시다발적으로 걸린 현수막.
마치 아무도 모르게 이뤄진 기습 작전처럼 등장한 그 현수막에 사람들은 동요했다.
“하루가 얼마냐니, 뭔 소리야? 일당 묻는 거야?”
“노가다 뛰냐? 연봉이겠지.”
“아니, 하루에 쓰는 돈이 얼마인지를 묻는 거 같은데.”
“아, 씨X. 뭐가 됐든 뭐야! X나 기분 나쁘자나!”
사람들은 당황했고, 불쾌하다는 민원이 구청에 빗발쳤다.
옥외광고를 담당한 직원들은 진땀을 흘리며 항변했다.
“저희 쪽에선 허가한 바가 전혀 없습니다. 네, 그냥 불법으로 붙인 거고요... 아, 당연히 수거하죠.”
구청 직원들이 분주하게 현수막을 떼어내야 했고, 뉴스에서는 관련 보도가 끊이지 않았다.
“보통 현수막은 옥외광고물 관리법에 따라 부착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 현수막은 불법으로 부착된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또한 현수막의 내용이 불쾌감을 조성한다는 민원이 빗발쳐 경찰 조사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경찰은 인근 CCTV 조사에 나섰다. 하지만 잡힌 것은 전혀 관련이 없는 PC방 죽돌이들 뿐이었다.
“글쎄 전 그냥 아르바이트로 했을 뿐이라니까요! 지정된 곳에 현수막을 걸어주면 돈을 주겠다는 메일이 와서 거기에서 시키는 대로 한 것뿐이라고요!”
결국 일주일, 한 달이 지나도록 그 어떤 배후도 밝혀지지 않았고.
그렇게 기괴한 현수막 사건은 잊히는 듯했다.
하지만.
그렇게 잊힐 듯했던 사건은, 인터넷을 통해 다시 불을 지폈다.
어느 날 갑자기 메일함에 도착한 알림, 그리고 각종 SNS와 커뮤니티에 올라온 기묘한 메시지 덕분이었다.
사람들은 의아함과 호기심 속에서 링크를 클릭했다. 클릭하자마자 등장한 웹사이트는 단순했다. 커다란 타이틀 아래, 짧고 명료한 설명이 이어졌다.
사람들은 당황했다.
정말 1억 원을 준다고? 그저 하루를 적으면?
처음엔 다들 농담인 줄 알았다.
그도 그럴 것이 하루를 적는 것만으로 1억 원을 준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으니까.
하지만 그것은 농담이 아니었다.
사람들의 이런 반응을 예측했는지, 사이트가 등장한 지 일주일 만에 첫 당첨자가 발표되었고 그는 실제 1억 원을 지급받았다는 인증샷을 올렸다.
이쯤 되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수많은 가설이 나왔다.
일부 사람들은 이 광고가 대기업의 마케팅 전략일 것이라고 했고, 또 어떤 사람들은 예술 프로젝트의 일환일 거라 추측했다.
하지만 더 이상 이 사이트의 목적은 무엇이든 중요하지 않았다.
그렇게 사람들은 모이기 시작했고, 1년 365일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 글은,
이 공모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어느 누군가의 기록이다.
FAQ
Q. 특정 날짜를 적으면 범죄 사연 같은 경우 들통이 날 가능성이 있는데 날짜를 안 적으면 안 되는가?
A. 아니. 날짜는 기재해야 한다. 단, 입력한 날짜는 시스템 상 기록할 뿐 외부로는 드러나지 않는다. 동일한 날짜로 등록된 에피소드들 간의 경합이 벌어질 것이다. 그 결과를 어떤 식으로 정할지는 추후에 발표될 것이다.
Q. 보통 공모전이라고 하면 대상, 최우수상, 우수상 등 구분이 있던데 이것도 그런 거 아닌가?
A. 아니. 그런 상의 구분은 없다. 굳이 붙이자면 날짜에 따른 상이 될 것이다. 가령 4월 1일상, 이렇게. 365일, 각각의 일자가 서로의 경쟁 대상이고, 당신이 작성한 최고로 뽑히면 1억을 수상을 하게 될 것이다.
Q. 왜 이런 일을 하는가?
A. 돈이 많아서? 농담이다. 대신 이 공모전이 끝나는 날, 이에 대한 답변을 하도록 하겠다.
Q. 하루에 1억, 총 상금 365억. 1년 동안 진행되는 공모전이라니. 당신 혹시 이론 마스크인가?
A. ...뭘 상상하든 당신이 맞다고 치자.